에포크타임스

아프리카에서 부상하는 중국의 ‘감시 식민주의’

2025년 07월 28일 오후 6:59
일러스트레이션 ⎥ The Epoch Times, Freepik일러스트레이션 ⎥ The Epoch Times, Freepik

아프리카 각국 정부가 중국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정치적 반대자와 민주화 운동가를 찾아내고 구금하고 고문하며, 심지어 살해하는 데까지 이르고 있다는 복수의 심층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구자들은 중국이 자국의 ‘감시 국가’ 모델을 아프리카에 수출하고 있으며 아프리카 대륙의 미래 AI 시스템을 구동할 핵심 인프라·데이터·에너지 분야를 빠르게 장악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이 아프리카 정치와 공공생활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가능성이 크며, 궁극적으로는 선거 결과에까지 개입하거나 여론을 조작해 자국 및 동맹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흐름을 유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전 세계의 반체제 그룹을 겨냥한 소셜미디어 및 기타 기술의 활용을 연구하는 한 비영리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대체로 눈에 띄지 않는 양상’이 아프리카 전역의 분쟁 양태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분산형 인공지능연구소(DAIR)’는 보고서를 통해 정치 활동가를 추적하는 데 스파이웨어와 같은 기술을 사용하거나 시위대를 감시하는 데 안면인식 기술을 동원하는 행태는 “새로운 형태의 용병 세력”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러한 세력은 대부분 중국 베이징의 통제를 받는 기업들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고 밝혔다.

팀닛 게브루 전(前) 구글 윤리 AI 공동책임연구자가 2021년 설립한 독립 비영리 연구기관 DAIR은 대형 테크기업들의 AI 연구·개발 영향력에 맞서 윤리적, 지역사회 중심적인 AI 연구를 수행하며 주로 아프리카와 저소득 지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독일 브레멘 국제사회과학대학원 연구원이자 DAIR 소속 연구 펠로우인 아디오-아뎃 디니카는 ‘데이터 노동자 실태조사’ 프로젝트를 이끌며 에티오피아, 르완다, 짐바브웨 등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발생한 사례들을 조사했다.

디니카 연구원의 연구에 따르면 케냐 나이로비, 가나 아크라, 우간다 굴루 등 아프리카 도시와 마을에는 이른바 ‘디지털 노동 착취 현장’이 존재한다. 이곳에서 노동자들은 시간당 1.5 달러(약 2100원)에 불과한 임금을 받으며 AI 시스템에 얼굴 인식, 콘텐츠 검열, 행동 패턴 분석 방법을 가르치는 일을 맡고 있다.

디니카 연구원은 이러한 현상을 “가장 교묘한 형태의 ‘디지털 식민주의’”라고 규정하며 “이는 본질적으로 외세가 아프리카 주민들로부터 데이터와 노동을 수탈해 결국 이들 주민을 감시하고 억압하고 불안정하게 만드는 AI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을 나는 ‘감시 식민주의(surveillance colonialism)’라고 부른다”며 “이는 외세가 아프리카 인구로부터 데이터를 추출하고 저임금 노동력을 착취해 AI를 개발한 뒤 그 AI를 통해 다시 이들 주민을 통제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과거의 식민주의가 총칼과 군대로 지배했다면 감시 식민주의는 알고리즘, 플랫폼, 생체정보 계약을 통해 지배를 외주화하고 종속을 고착화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경고했다.

디니카 연구원은 2018년 짐바브웨 정부와 중국 국영 자금이 지원하는 기술 기업 ‘클라우드워크(CloudWalk)’ 간 체결된 2억4000만 달러(약 3400억원) 규모의 계약을 대표적 사례로 언급했다. 이는 AI 감시 기술을 갖춘 중국 기업이 아프리카에 처음 진출한 사건이었다.

클라우드워크는 이후 짐바브웨 내 데이터센터 구축을 지원했다. 이 시설에는 결국 안면인식 기반 AI 감시 시스템이 포함됐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2021년 12월 중국의 기술 기업 8곳을 ‘엔티티 리스트(Entity List)’에 추가했다. 이 리스트는 미국 정부가 민감 기술 및 장비의 수출을 제한하는 외국 기업 및 개인 명단이다.

2019년 1월 18일 케냐 나이로비의 거리에서 한 노동자가 감시 카메라를 청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프리카 전역에서 중국산 감시 기술 사용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경찰이 시위 참가자 추적과 체포가 가능해졌다고 보고하고 있다. ⎥ Yasuyoshi Chiba/AFP via Getty Images

미 재무부는 당시 성명에서 “짐바브웨 정부가 대규모 감시망을 자국에 설치하는 데 동의한 중국 기업 클라우드워크가 제재 명단에 새롭게 포함됐다”고 밝혔다.

또한 재무부는 “양측 계약에는 짐바브웨 정부가 감시 네트워크를 통해 수집한 이미지를 클라우드워크의 중국 본사로 전송해야 한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며 “이는 클라우드워크가 피부색에 따른 안면인식 능력을 개선하는 데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디니카 연구원에 따르면 이처럼 구축된 기술은 현재 짐바브웨를 포함해 아프리카와 전 세계 공공장소에서 중국에 의해 사용되고 있으며 특히 반정부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지역에서 활발히 쓰이고 있다.

짐바브웨는 자국을 “중국과 가장 가까운 파트너국 중 하나”로 자처하고 있다.

짐바브웨의 에머슨 음낭가그와 대통령 대변인 닉 망와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공산당 및 시진핑(習近平) 공산당 총서기와의 훌륭한 협력 관계 덕분에 현재 짐바브웨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정교한 범죄 대응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2024년 독일 훔볼트대학이 실시한 짐바브웨 AI 감시 시스템에 대한 광범위한 연구에 따르면 해당 기술의 활용이 실제로 단 한 건의 공개적인 범죄 유죄 판결로 이어진 적은 없다는 결론이 나왔다.

짐바브웨의 민주화 운동가 에반 마와리레는 에포크타임스에 “우리가 시위 중 체포돼 구금됐을 때 경찰은 자신들이 중국 AI 기술을 이용해 우리를 식별했다고 자랑했다”며 “이러한 중국산 기술 장비는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쓰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경찰은 인터넷과 휴대폰을 감시할 수 있는 중국 장비도 확보하고 있어서 언제 어디서든 우리를 감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고 증언했다.

이에 대해 망와나 대변인은 “보안 체계의 성격이나 운용 방식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보안 역량을 무력화시킬 수 있으므로 논평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짐바브웨 보안 당국은 “짐바브웨 법에 따라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2018년 10월 24일 중국 베이징의 한 전시장에서 열린 ‘제14회 중국 국제 공공안전 보안 박람회’에서 안면인식 기술이 탑재된 인공지능(AI) 보안 카메라들이 전시돼 있다. |  Nicolas Asfouri /AFP via Getty Images

클라우드워크 측과 주짐바브웨 중국 대사관은 해당 사안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디니카 연구원은 에티오피아에서는 친중 성향 정부가 자국 내 티그라이(Tigray) 소수민족을 겨냥해 중국산 ‘여론 분석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도구를 통해 당국은 소셜미디어 및 온라인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으며 게시물의 감정적 어조까지 분석할 수 있다고 디니카 연구원은 설명했다.

그는 특히 에티오피아 정부가 사용하는 핵심 AI 기술 중 하나로 ‘자연어 처리(NLP) 애플리케이션’을 꼽았다.

“이 시스템은 티그라이 언어의 맥락과 뉘앙스를 이해하도록 훈련돼 있다. 예를 들자면 풍자나 반어법 같은 언어적 신호도 해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티그라이인들이 단지 이런 언어 표현을 사용했다는 이유만으로 실종되기도 했다”고 그는 말했다.

디니카 연구원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당국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이어진 티그라이 분쟁 기간 동안 중국산 AI 기술을 단순히 ‘구입’한 것이 아니라 국가 핵심 통치 기능 자체를 자국 이해관계를 가진 외국 세력에 외주화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의 조사에 따르면 분쟁 당시 어떤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민족적 선동’에 해당하는지를 결정한 알고리즘은 케냐의 데이터 노동자들이 훈련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케냐에서는 2024년 Z세대들이 주도한 세금 인상 반대 시위 기간 동안 케냐 최대 통신사 사파리콤(Safaricom)이 고객 위치 데이터를 불법적으로 보안 당국에 제공했다는 의혹이 디니카의 보고서에 제기됐다.

디니카 연구원에 따르면 이 같은 위치 데이터 제공으로 인해 경찰은 시위 참가자들을 추적하고 체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케냐 통신사 사파리콤은 케냐 당국과 어떠한 형태의 협조도 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디니카 연구원은 케냐의 윌리엄 루토 대통령 정부가 ‘데이터 가로채기’, 안면인식 기술, 그리고 중국산 CCTV 수백 대의 영상을 결합해 자신이 ‘대대적인 디지털 검거망(digital dragnet)’이라고 부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강제 실종으로 이어졌으며 지금까지 82명이 실종됐고 그중 29명은 여전히 행방불명 상태라고 디니카 연구원은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대학 법학과 선임 강사 빌렘 그래빗 교수도 아프리카 전역에서 중국산 감시 기술 사용이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문서화해 연구한 바 있다.

2018년 4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회담 중 짐바브웨의 에머슨 음낭가그와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과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구자들은 중국의 ‘감시 국가’ AI 시스템이 아프리카에 수출됨에 따라 베이징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정치와 여론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 Parker Song/AFP via Getty Images

디니카 연구원과 그래빗 교수의 증언에 따르면 중국이 아프리카에 수출한 감시 기술에는 노트북과 스마트폰 등 기기의 고유 주소를 수집하는 ‘와이파이 스니퍼(wifi sniffers)’도 포함돼 있다.

그래빗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특정 네트워크 범위 내에 있는 기기로부터 데이터가 은밀히 수집된다”며 “이를 통해 당국은 이메일을 포함한 통신 내용을 읽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은 이를 ‘비즈니스’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말 그대로 이런 정권들이 반대 세력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아프리카의 일부 지역에서는 시민의 프라이버시 권리가 사실상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그래빗 교수는 중국이 지금은 “전례 없는 검열 능력과 기본권 침해 역량을 갖춘 21세기형 감시 국가로 발전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정권은 이제 막 자국의 감시 설계도를 아프리카의 권위주의 정부들에 수출하기 시작한 단계”라며 “이 설계도는 인권 상황이 취약하고 민주주의 제도가 미약하거나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대상으로 삼아 중국식 감시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로 인해 아프리카 대륙의 인권 상황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래빗 교수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80만 대 이상의 감시 카메라를 통해 “베이징 시내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기뻐서 날뛴다”고 그는 지적하며 “그들은 자신들의 불법 권력을 위협할 수 있는 어떤 대상이든 완전히 통제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디니카 연구원은 현재 아프리카 시민들 사이에서 ‘감시에 대한 공포감’이 빠르게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에 참여하거나 부패를 조사하는 언론인 또는 지역사회를 조직하는 활동가들은 자신이 감시당하고 있다고 느끼는 순간부터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게 된다. 이 심리적 전쟁은 특히 감시 시스템의 불투명성 때문에 효과적이다. 시민들은 어떤 카메라가 작동 중인지, 어떤 데이터가 수집되고 있는지, 그것이 어떻게 자신에게 불리하게 사용될 수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감시가 ‘실제로 존재할 수도 있다’는 그 가능성 자체가 통제 수단이 되는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국제 관계 싱크탱크 ‘ODI 글로벌(ODI Global)’은 또 다른 보고서에서 중국의 기술 기업들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데이터센터에 투자하면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예를 들어 화웨이는 아프리카 데이터센터에 4억3000만 달러(약 6100억원) 규모의 투자를 계획 중이며 알리바바는 이미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9년 1월 18일 케냐 나이로비 거리의 감시 카메라. ⎢ Yasuyoshi Chiba/AFP via Getty Images

그래빗 교수는 “이 모든 현상은 아프리카인들에게 위협이 된다”며 “중국 기업들이 권력을 쥔 자들과 협력하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다는 점은 잘 알려진 사실”이라고 말했다.

ODI 글로벌은 보고서에서 중국이 머지않아 아프리카 AI 모델을 구동하는 데 필요한 핵심 인프라, 데이터, 에너지에 대한 통제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AI 모델은 사람들이 접하는 뉴스, 정보, 오락 콘텐츠에 영향을 미침으로써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며 “이는 선거 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정 외세에 대한 호감 또는 반감을 유도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러한 흐름이 서방 국가들의 아프리카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상황이 어느 임계점에 도달하면 서방 기업들은 AI 분야 접근 자체가 제한돼 투자 기회에서 계속 배제될 수 있다”며 “그 결과 해당 국가들의 차세대 기술 개발에 필요한 배터리 등 핵심 원자재 확보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멱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