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가려진 중국 공산당 권력 장막 뒤, 힘 잃은 시진핑의 민낯

2025년 10월 28일 오후 9:4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최고위층 비공개 회의(4중전회) 이후에도 명목상 중국의 최고지도자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권이 겉으로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시진핑의 권력이 더 이상 절대적이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번 4중전회는 300명 이상의 중앙위원회 구성원이 참석한 4일간의 고위급 회의로, 그 어느 때보다 정치적 긴장과 불확실성이 짙게 깔렸다.

회의 기간 동안 대규모 군부 숙청, 시진핑 측근의 배제, 이유 없는 주요 인사들의 결석, 당의 기존 정치 노선 변화 등 이례적인 조짐들이 잇따라 포착됐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여전히 “당의 단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회의 이후 새어 나온 내부 정황들은 권력층의 불협화음과 파벌 간 갈등이 수면 아래에서 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것이 전문가들과 내부 소식통의 분석이다.

중국 문제 전문가이자 ‘아시아의 불량배(Bully of Asia)’ 저자인 스티븐 모셔는 “시진핑의 권력은 이미 한계에 다다랐다. 그는 결국 권좌에서 물러나거나, 사실상 정치적으로 퇴출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격동의 조짐

이번 4중전회는 10월 20일 개막했으며, 그 직전 중국군 내 9명의 상장이 해임되는 대규모 숙청이 단행됐다.

해임된 인사들 중에는 중국군 서열 2위의 장성도 포함되어 있어, 수십 년 만에 벌어진 최대 규모의 군 인사 개편으로 기록됐다.

주목할 점은 해임된 9명 모두가 시진핑이 직접 발탁했던 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시진핑이 정치 초년 시절 17년간 근무했던 푸젠성의 제31집단군 출신으로, 그의 정치적 기반으로 알려진 인맥과 긴밀한 연관을 가진 인물들이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부패 척결이나 인사 정비 차원이 아니라, 시진핑 체제 내부의 균열과 권력 재편의 서막일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 부대는 시진핑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일부 전문가들은 이를 ‘시진핑의 사병(私兵)’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시진핑은 2012년 중국공산당 총서기에 오른 이후, 이 부대 출신 인사들을 군 핵심 보직에 대거 배치하는 한편, 자신에게 잠재적 위협이 된다고 판단한 인물들은 대대적인 반부패 운동을 통해 제거해 왔다.

모셔는 “자신의 파벌에만 의존하고 있는 시진핑이 그 파벌의 구성원을 직접 숙청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 제이슨 마 역시 이번 인사 조치를 “설명하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특히 시진핑의 측근으로 알려진 먀오화(苗華) 상장의 낙마를 언급하며, “먀오화는 푸젠성 제31집단군에서 오랜 기간 근무하며 시진핑이 푸젠에서 17년간 재직하던 시기와 겹친다. 이 인연이 시진핑 체제에서 그의 빠른 승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지도자는 자신의 명령에 직접 복종하는 인물 없이는 권위를 행사할 수 없다”며 “먀오화는 군 내에서 시진핑의 지시를 충실히 수행하던 대표적인 부하였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발언을 미국 에포크타임스의 자매 매체인 NTD 시사 프로그램에서 밝혔다.

한편, 최근의 정치적 격변 속에서 공산당 중앙위원회 공석을 채우는 과정에서도 유사한 의문이 제기됐다.

이번에 신규로 승격된 11명의 예비위원(후보위원) 가운데는 당 규정상 승계 순위가 더 높았던 7명의 상위 예비위원들이 배제된 것으로 드러나, 이는 기존 당내 인사 관행을 벗어난 비정상적 조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배제된 인사들 대부분은 시진핑과 오랜 인연을 맺어온 측근들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예가 팡융샹(方永祥) 으로, 그는 푸젠성 출신으로 수십 년간 제31집단군에서 복무했으며, 최근까지 중앙군사위원회 판공청 주임을 맡아왔다. 이 직책은 시진핑에게 직접 보고하며 ‘시진핑의 눈과 귀’ 역할을 하는 핵심 요직으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4중전회에서 벌어진 혼란은 단순한 인사 문제를 넘어, 당 상층부의 불안정한 권력 구도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의 참석자 명단이 공개된 뒤, 전체 참석 대상의 약 6분의 1이 불참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약 반세기 만에 기록된 최고 수준의 결석률이다.

공식적으로는 1명의 사망자와 14명의 제명자가 보고됐지만, 그 외에도 위원 26명과 비표결 위원 16명이 아무런 설명 없이 자취를 감췄다. 이들의 정치적 운명을 둘러싸고 각종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치평론가 제이슨 마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현상은 시진핑 권력의 내부 공동화”라고 분석했다.

그는 “치열한 권력투쟁 속에서 시진핑의 핵심 측근들이 점점 밀려나고 있으며, 시진핑 자신도 더 이상 이를 통제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2024년 4월 22일,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열린 서태평양 해군 심포지엄(Western Pacific Naval Symposium) 개막식에서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장유샤와 시진핑은 최근 몇 년간 주요 정책 현안을 두고 의견이 엇갈려 온 것으로 알려졌다. | Kevin Frayer/Getty Images

장유샤의 부상

시진핑의 권위가 약화되고 있다면, 그 빈틈을 타고 부상하고 있는 인물이 바로 장유샤(張又俠)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이다. 그는 서열 1위 부주석으로, 한때 시진핑의 오랜 측근으로 꼽혔다.

시진핑과 장유샤의 부친은 중국 내전 당시 같은 부대에서 함께 싸운 혁명 원로 출신으로, 두 사람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개인적 인연을 이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두 사람은 핵심 정책 노선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는 내부 소식통들의 전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대만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가 양측 갈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시진핑은 집권 이후 ‘대만 통일’을 정권의 핵심 목표로 내세워 왔다. 그는 올해 1월 1일 신년 연설에서 “대만 통일은 어떤 세력도 막을 수 없는 역사적 대세”라고 강조하며,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반면 중국군 고위층에 가까운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장유샤는 여러 차례 내부 회의에서 대만 침공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대만 침공은 미국과 그 동맹국의 개입을 초래해 중국을 감당하기 어려운 전면전으로 끌어들일 위험이 있다”며, “이는 막대한 군사적·경제적 손실뿐 아니라 국가 전체를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포크타임스에 익명으로 증언한 복수의 소식통 중 한 명은 “시진핑은 장유샤의 반대가 군 사기를 저해한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소식통은 “시진핑은 2023년 장유샤가 지휘하던 로켓군과 장비발전부를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명령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유샤는 인사 개편을 통해 반격에 나섰다고 한다. 그는 시진핑 측근인 먀오화 및 당시 중앙군사위 부주석이었던 허웨이둥(何衛東) 등을 조사 대상으로 올리며 세력 균형을 재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국방부의 평가에 따르면, 낙마한 9명의 장성 중 한 명인 허웨이둥은 2022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 대만 인근 실사격 군사훈련을 기획한 핵심 인물로 지목된 바 있다.

2025년 10월 17일 해임된 중국군 고위 장성 9명. | Getty Images, Baidu, Namuwiki, Public Domain, CCTV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낙마한 장성의 후임으로 장성민(張昇民)이 임명된 것은 타협의 산물이었다.

장성민은 군 내부에서 반부패 사정의 최고 책임자로 알려져 있으며, 장유샤의 지도를 받으며 군 내 서열을 빠르게 높여온 인물이다. 소식통은 그를 “중도 성향의 인물로, 현재 진행 중인 정치 투쟁 속에서 양측을 모두 달래기 위한 가장 안전한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월 열린 중국 정권의 군사 퍼레이드(열병식)에서도 장유샤의 정치적 입지가 강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이례적인 장면들이 포착됐다.

톈안먼 광장을 내려다보는 주석단에 선 장유샤 옆에는 은퇴한 당 원로들이 함께 자리했다. 당내 위계상 이들이 장유샤보다 상급임에도, 그와 나란히 서 있었다는 점은 당의 엄격한 의전 규범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복수의 분석가들은 이를 두고 “장유샤의 정치적 위상이 한층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또 하나의 비정상적 장면은 열병식 지휘관 인선이었다. 전통적으로 이 역할은 중부전구 사령관(대장급) 이 맡는 것이 관례이지만, 올해는 장유샤의 측근으로 알려진 한셩옌(韓聖彥)이 진행을 맡았다.

그는 상대적으로 계급이 낮은 장교임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중책을 맡아, 장유샤의 군 내부 영향력 확대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2025년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열린 항일전쟁 및 제2차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시진핑(오른쪽) 중국 국가주석이 부대를 사열하기에 앞서 군 경례를 받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연합

팽팽한 권력 줄다리기

중국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심화된 정치적 숙청으로 인해 시진핑 측근 세력의 상당수가 제거되면서, 장유샤가 군 내부에서 입지를 크게 강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시진핑은 여전히 정치·선전 등 핵심 국가기관을 장악하고 있어, 양측 간 권력 균형이 불안정한 ‘줄다리기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통제 조치를 내부 불협화의 신호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조치는 중국 내 강경파들이 주도한 것으로, 이들은 늘 미·중 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라고 말했다.

대만 국방안보연구원(INDSR)의 연구원 션밍스(沈明室)는 이번 조치가 “시진핑 본인이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일은 권력투쟁이자 정치적 계산의 결과로, 시진핑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고, 누가 진짜 권력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션 연구원은 또 “지금 벌어지는 일은 일종의 정치적 줄다리기”라며 “시진핑과 같은 강경파는 긴장을 고조시키려 하고, 반면 온건파들은 이를 완화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예야오위안(葉耀元) 미국 세인트토머스대학교 국제정치학과장은 “션 밍스의 분석에 동의한다”며, 이번 조치가 중국 내부 권력 구도의 재편 과정에서 나온 움직임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톈안먼광장 인근에 있는 중화인민공화국 공안부 본부 건물은 공식적으로 공안부 청사로 등록되어 있지만, 실제 공안부 청사는 베이징 하이뎬(海淀)구에 위치해 있다. | 維基小霸王/CC

그는 “희토류 통제 강화는 단순한 경제 조치가 아니라, 내부 권력 세력 간의 주도권 다툼 속에서 누가 실권을 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를 발표한 중국 상무부는 통상적으로 온건한 노선을 취해 왔으나,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배경에 시진핑의 직할 정보기관인 국가안전부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국가안전부는 2022년 시진핑의 오랜 측근 천이신(陳一新)이 부임한 이후, 그 권한을 급격히 확대해 왔다. 과거 첩보·대외 정보 중심이던 역할에서 벗어나, 사회·경제 전반을 감시하며 ‘당 충성’ 유지를 감독하는 기관으로 변모했다.

예야오위안은 “이번 조치가 어느 기관의 주도로 이뤄졌든, 중국 공산당은 공식적으로는 ‘단일한 목소리’를 내는 구조이기 때문에 내부 분열을 절대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커플링’ 가속화

4중전회가 끝난 뒤, 중국 관영매체들은 “중국의 눈부신 경제 성과”를 강조하며 이번 회의를 “중국 기적의 새로운 장을 연 역사적 회의”라고 치켜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의 공식 발표문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 반대의 현실이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발표문은 예년처럼 이념이나 통치 철학을 중심으로 하지 않고, 대신 ‘자립(自立)’과 ‘국가안보’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이는 중국이 서방과의 디커플링(탈동조화) 추세 속에서 경제·기술·군사적 자립을 강화하려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공산당이 향후 5년간의 경제·사회 발전 목표를 제시한 공식 문건에서 ‘심오하고 복잡한 변화’와 ‘높아지는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전문가들은 이 문건이 표면적으로는 성장 전략을 다루고 있으나, 실제로는 체제 위기감과 내부 불안을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문건에는 ‘투쟁’이라는 단어가 네 차례 등장했다. 이는 마르크스주의적 ‘계급투쟁’ 개념에서 유래한 표현으로, ‘안보’라는 단어와 함께 반복적으로 등장해, 오히려 경제적 자신감보다는 정치적 경계심이 짙은 문서라는 평가를 낳고 있다.

공산당이 제시한 향후 5년 목표의 최우선 순위는 기술 자립이다. 당국은 이를 위해 ‘원천 기술 혁신’과 ‘핵심 기술의 돌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내수 확대와 제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튼튼한 실물경제’ 기반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중국이 서방과의 기술 분리 및 글로벌 공급망 재편 속에서, ‘자급자족형 경제 체제’로 방향을 선회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2025년 7월 31일, 중국 장쑤성 롄윈강의 한 공장에서 직원들이 탄소섬유 생산라인에서 작업하고 있다. 기술 자립은 중국공산당이 추진하는 핵심 목표 중 하나다. | STR/AFP via Getty Images/연합

대만 남화대학교 아태연구소의 쑨궈샹(孫國祥) 소장은 이번 중국공산당 문건의 표현을 두고 “정권이 경제·기술 구조의 근본적 전환에 착수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경제 및 기술 안보는 곧 국가 안보의 토대”라며, “중국은 수입과 외국 기술 의존도를 줄여 서방의 첨단기술 수출 통제와 제재로부터 자국 체제를 방어하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쑨 소장은 “중국은 이미 미국과의 장기 대결 국면에 대비하고 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밝혔다.

회의 이후 중국 관영매체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시진핑의 지도력에 대한 찬사를 쏟아내고 있다.

각 지방정부는 중앙의 지시에 따라 ‘4중전회의 정신’을 학습하는 지역 간부 회의를 잇달아 열며, 시진핑과 당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단결 연출”이 실상 권력 내 균열을 감추기 위한 연막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 문제 전문가이자 에포크타임스 칼럼니스트인 왕허(王赫)는 “장막 뒤에서는 서로를 공격하면서도, 공개 석상에서는 여전히 잔을 맞대는 척하고 있다”고 비유했다.

중국의 한 반체제 인사는 “중국 공산당 관리들에 대한 한 가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그는 신변 보호를 위해 ‘왕화(王華)’라는 가명을 사용하며 “그들은 한 줄에 묶인 메뚜기처럼 서로 얽혀 있다”고 표현했다.

이 말은 ‘한 배를 탄 운명 공동체’를 뜻하는 중국 속담으로, 내부 갈등에도 불구하고 체제 붕괴를 막기 위해 서로를 떠날 수 없는 권력 엘리트들의 현실을 풍자하고 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