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미국 편에 서지 마라” 아프리카 국가들 협박

남아프리카공화국, 이집트, 케냐, 나이지리아 등 아프리카 주요국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무역전쟁으로 인해 “불가능한 선택”을 강요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미 취약한 경제가 더욱 위협받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과 “중국의 이익을 해치는”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보복을 하겠다고 경고했다.
미국 정부가 4월 2일(이하 현지시간) 글로벌 관세를 발표한 이후, 아프리카를 포함한 미국의 무역 파트너들은 현재 미국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백악관에 제시할 수 있는 조건에 따라 관세를 철회하거나 낮추는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트럼프는 아프리카산 수입품에 대해 일부 품목의 경우 30~5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했는데, 그들이 미국을 이용해서 얻는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는 이러한 상호 관세가 미국의 경쟁력을 높이고, 주권을 보호하며, 국가 및 경제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으로의 수출에 부과된 높은 관세가 이미 높은 부채, 인플레이션, 산업화 비용, 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재정 형편에서 수십억 달러를 추가로 앗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의 수출에 50% 관세가 부과되면서 섬유 산업이 붕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레소토 같은 나라나 남아프리카공화국(31% 관세) 등은 미국과의 대화 기회를 환영했다.
그러나 프리토리아의 한 정부 관리는 에포크타임스에 “트럼프를 달래는 것으로 보이는 어떤 행동을 하면 동쪽(중국)에서 좋게 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디어와 대화할 권한이 없어 익명으로 발언했다.
그 관리는 “우리는 예민한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의 관세와 그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미국과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고 있지만, 중국은 우리가 그들의 최대 적(미국)과 경제적으로 가까워지면 이를 달가워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의 전략 중 하나는 중국과 더 많은 무역을 하는 것이지만, 그러면 트럼프는 이를 배신으로 볼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든 이길 수가 없다. 불가능한 선택이다.”
케냐와 나이지리아 외교관들도 같은 이유로 익명을 요청하며, 중국이 자기들에게 트럼프의 “괴롭힘”에 굴복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나이지리아 외교관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은 아프리카가 이 무역전쟁에서 자신들 편에 서기 바란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다른 나이지리아 관리에 따르면, 중국은 자기들의 이익을 해치는 협정을 미국과 체결하는 국가에 대해서는 보복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는 최근 아프리카 관리들의 발언과 유사한 맥락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들은 “중국은 중국의 이익을 희생하며 어떤 당사자가 협상에 도달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만약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중국은 이를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상호적인 방식으로 단호히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스테이트 대학의 정치학자인 이나 고우스(Ina Gouws)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의 보복 위협이 아프리카 국가들을 “기로에 서게 했다”고 밝혔다.
그녀는 “세계 최대 경제 대국 두 나라가 나머지 세계, 특히 중국이 수십 년간 영향력을 행사해온 아프리카를 그들의 치열한 무역전쟁에 끌어들였다”며 “아프리카는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두 주인을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과의 무역도 잃을 여유가 없다. 그들은 항상 양쪽 모두와의 무역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트럼프와 시진핑은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었고, 아프리카로서는 이 상황에서 출구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2022년 2월 17일, 콩고민주공화국 마노노의 루쿠시 강에서 소규모 채굴자들이 캐시터라이트를 찾기 위해 일하고 있다.│Junior Kannah/AFP via Getty Images/연합
국제관계 분석가들과 무역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또는 그 위협을 활용해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키려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다.
워싱턴과 요하네스버그에 본부를 둔 차이나 글로벌 사우스 프로젝트(China Global South Project)에 따르면, 2024년 중국-아프리카 무역 규모는 2950억 달러(약 413조원)에 달하며, 이는 전년 대비 6.1% 증가한 수치이다.
반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4년 미국과 아프리카 간 전체 무역 규모는 약 716억 달러(약 100조원)로 추산된다. 이는 미국 상품을 아프리카로 수출한 금액 321억 달러(2023년 대비 11.9% 증가)와 미국이 아프리카 상품을 수입한 금액 395억 달러(2023년 대비 1.9% 증가)를 합한 것이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24년 미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무역적자는 74억 달러(약 1조3,600억원)로, 2023년에 비해 26.4% 감소했다.
세네갈의 남남대서양연구소(South-South Transatlantic Institute)를 이끄는 외교정책 전문가 은디아카트 응옴(Ndiakhat Ngom)은 미국의 아프리카에 대한 관심이 지금까지 ‘명백히 군사적이고 원조 중심적’이었으며 경제적 성격을 띠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미국은 주로 아프리카 국가들을 테러리스트 공격을 위한 기지로 활용해 왔다. 물론 미국은 다국적 기업이 사무소를 두고 있는 주요 아프리카 국가에 상당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 시기에는 그 어느 때보다 아프리카에 대한 경제적 관심을 보여줬지만, 신뢰할 수 있고 일관된 무역 파트너로 여겨지는 것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이라고 말했다.
응옴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은 경제적 관점에서 미국이 아프리카에서 중국에 더욱 뒤처지게 만들 것”이라며 “아프리카 국가들과 트럼프 정부가 서로에게 모두 이익이 되는 합의에 도달하지 않는 한 그렇다”고 말했다.
백악관은 아프리카와 미국 모두에 이익이 되는 무역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응옴은 중국이 아프리카에서 ‘확고한’ 명성을 얻은 것은 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 덕분이라고 전했다. 이 사업을 통해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의 인프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중국의 대출은 큰 대가를 동반하며, 많은 국가가 중국에 막대한 부채를 지게 됐다.
케이프타운 대학의 정치학 강사 로렌 파레무어(Lauren Paremoer)는 중국이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를 통해 아프리카의 풍부한 자원을 장악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왕관의 보석”이라 불렀다.
그녀는 에포크타임스에 “아프리카인들은 무역전쟁 여부와 상관없이 중국과 미국이 그들의 핵심 광물과 귀금속에 접근하려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파레무어는 중국의 아프리카 내 주요 목표 중 하나는 지정학적 경쟁자, 특히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과 같은 ‘강력한’ 유럽 국가들이 아프리카의 핵심 광물에 광범위하게 접근하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광물은 컴퓨터, 휴대전화, 전기차 등 다양한 제품에 필수적이다. 리튬과 코발트 같은 광물은 또한 무기 산업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중국은 아프리카 채굴 산업에 대한 다수의 투자로 현재 세계 핵심 광물 시장에서 거의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은 광물 부족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트럼프는 미국의 장기적인 광물 자원 확보를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같은 국가들은 미래의 에너지 안보를 보장하는 데 필요한 희토류 원소와 금속의 방대한 매장량을 자랑한다.
가나에 본부를 둔 연구 및 정책 싱크탱크인 아프리카-중국 정책자문센터(Africa-China Centre for Policy Advisory)의 연구원 프레드 스탠리(Fred Stanley)는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은 아프리카와 다른 국가들, 특히 미국과의 무역이 확대되면 결국 중국이 아프리카의 천연자원을 잃게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수십 년간 아프리카에서 중국의 전략이었다”고 말하며, 트럼프의 최근 조치가 “의도치 않게 이 모든 것을 변화시켰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2022년 5월 28일, 탄자니아 게이타의 금 시장에서 한 남성이 지역 내 여러 광산에서 채취된 순금 조각을 녹이고 있다.│Luis Tato/AFP via Getty Images/연합
프레드 스탠리는 “트럼프의 관세와 정책은 대외 관계를 변화시키고 있다. 그의 조치는 아프리카가 중국보다 중국의 지정학적 경쟁국들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도록 강제할 수 있으며, 이는 분명히 중국의 투자를 약화시킬 것이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들은 항상 모든 국가와 더 나은 무역을 원한다고 밝혀 왔는데, 이는 그들이 너무 가난해서 거래 상대를 가릴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트럼프의 관세 등으로 인해 상황이 긴박해지면서, 아프리카와 중국의 긴밀한 관계를 긴장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첫 번째 ‘상호’ 관세 대상에서 핵심 광물을 제외했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이 광물 수출 통제를 계속할 경우 이러한 면제만으로는 공급 부족을 피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전했다.
서아프리카 재무경제관리연구소(West African Institute for Financial and Economic Management)의 나이지리아 경제정책 전문가 바바 무사(Baba Musa)는 에포크타임스에 “아프리카 국가들은 무역을 다변화하고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바바 무사는 “아프리카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천연자원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트럼프의 거래 본능에 호소해야 한다. 핵심 광물과 금, 백금 같은 자원은 상호 이익이 되는 관계를 협상하는 데 매우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사는 파나마가 트럼프 행정부의 압력으로 일대일로 이니셔티브(BRI)에서 탈퇴한 것이 중국의 최근 태도와 “많은 관련이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파나마의 결정은 중국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파나마가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아프리카 같은 개발도상 지역의 다른 국가들도 그럴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사는 중국이 아프리카 최대 양자 무역 파트너로서의 지위를 “어떠한 대가를 치르더라도” 보호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바바 무사는 “만약 중국이 트럼프와 상당한 수준의 무역을 시작하는 아프리카 국가에 대해 보복한다면, 예를 들어 투자를 줄이거나 인프라 자금 지원을 중단한다면, 그 국가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두 초강대국 사이에서 균형을 유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들은 미국과의 거래로 얻을 수 있는 이익과 트럼프에게 굴복할 경우 중국으로부터 잃을 수 있는 손실을 계산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좋든 싫든 이 무역전쟁이 아프리카의 경제적, 지정학적 미래를 형성할 것이며, 아프리카 주요국들이 서쪽(미국)으로 기울지, 동쪽(중국)으로 기울지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
무사는 “중립적인 중간 지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며 “트럼프가 이를 확실히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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