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에포크타임스, 정체불명 백색 가루 소포 받아…중국발 위협 공세 거세져

2025년 10월 12일 오전 7:30
2024년 1월 23일, 미국 뉴저지주 웨인(Wayne)에서 에포크타임스 신문이 인쇄되고 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2024년 1월 23일, 미국 뉴저지주 웨인(Wayne)에서 에포크타임스 신문이 인쇄되고 있다. | Samira Bouaou/The Epoch Times

10월 7일(이하 현지시간), 에포크타임스에 협박성 흰색 가루가 든 봉투가 배달됐다.

노란색 봉투 안에는 에포크타임스 신문 1부와 흰색 가루가 담긴 투명 지퍼백이 함께 들어 있었다. 에포크타임스 측은 즉시 뉴욕경찰청(NYPD)에 이를 신고했으며, 경찰은 해당 물품을 수거해 정밀 감식에 착수했다.

조사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며, 연방 당국에도 관련 사실이 통보된 상태다.

해당 봉투에는 중국 우정 당국의 공식 우편 표시가 찍혀 있었으며, 중국에서 발송됐거나 중국으로부터 반송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최근 친(親)베이징 세력들이 에포크타임스를 노리고 위협과 공작 활동을 강화하는 시기와 맞물려 있다.

최근 몇 달 동안, 중국계 해킹·협박 조직들은 미국은 물론 전 세계 여러 정부기관과 민간단체에 에포크타임스 또는 에포크타임스 직원을 사칭한 협박 메일을 대량 발송하는 등, 에포크타임스를 겨냥한 조직적 위협 행위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중국 측 인물들은 에포크타임스를 겨냥한 사이버 공세를 확대하는 과정에서, 신문사 고위 인사를 사칭한 가짜 소셜미디어 계정들을 새로 만들어 활동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한 계정은 유튜브 채널에 폭력적인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게시하며 테러 위협성 발언을 남겼다.

해당 계정은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편집장 황완칭(黃婉菁)의 이름과 프로필을 도용해, “대만 총통부 앞에서 차량을 몰고 사람들을 들이받은 뒤 총을 쏘겠다”는 내용의 글을 여러 차례 올렸다.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정치 평론가 천웨이위(陳維宇)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그 댓글을 보자마자 이상하다고 느꼈다. 실제로 아는 사람이라 그가 그런 말을 할 리 없다는 걸 알았다”며 “분명한 사칭 계정이었다”고 말했다.

천씨는 즉시 자신의 채널 구독자들에게 해당 계정을 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같은 날, 그 역시 가짜 계정에 의해 사칭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이들의 행동이 점점 더 공격적이고 대담해지고 있다”며 “마치 법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도 된 듯,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번 일련의 행위들은 사이버 공격자들이 의도적으로 ‘위협과 조롱’의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주 사이, 이들 조직은 자신들이 퍼뜨린 협박성 메시지의 화면 캡처본을 에포크타임스에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10월 5일에 발송된 한 이메일에는 “네가 나한테 뭘 할 수 있겠느냐?(What can you do with me?)”라는 문구가 담겨 있었으며, 첨부된 사진에는 백악관 공식 문의 양식에 에포크타임스의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가 기입된 화면 캡처가 포함돼 있었다.

피해 기관은 에포크타임스 외에도 미 중앙정보국(CIA), 법무부, 연방수사국(FBI), 국립공원관리청, 케네디센터, 그리고 대만·영국·체코의 공공기관 및 정부 부처 등 다수에 이른다.

10월 7일, 에포크타임스가 받은 중국어 이메일에는 중국 국기를 배경으로 손가락으로 ‘V(승리)’ 표시를 하는 사진이 함께 첨부돼 있었다.

이어 10월 8일에 발송된 또 다른 이메일은, 발신인이 “현재 정세로 볼 때 중국 공산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나는 그들과 운명을 함께하겠다”고 밝히며 “모든 시대마다 나 같은 사람이 있었고, 지금 나는 그 역할을 맡고 있다”는 문장을 덧붙였다.

이메일은 마지막에 “위험 속에서 기회가 생긴다(Fortune is sought through danger)”는 문구로 끝맺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에 대해 조직적인 위협 행위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에포크타임스 영문판 편집장 야스퍼 패커트는 성명을 통해 “에포크타임스는 중국 공산당의 이번 협박 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우리는 어떤 위협에도 굴하지 않고, 중국을 포함한 전 세계 독자들에게 진실하고 검열받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는 사명을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에 본사를 둔 사이버 보안 컨설팅 회사 블랙옵스 파트너스(BlackOps Partners)의 케이시 플레밍은 이번 공격의 목적이 심리적 압박과 공포 조성에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 모든 행위는 상대를 위축시키고 겁주려는 의도”라며, “이는 중국 공산정권이 오랫동안 벌여온 이른바 ‘초한전(unrestricted war)’의 일환으로, 적을 내부로부터 약화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플레밍은 또 “중국 공산당 통치를 부정하는 단체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들에게 치욕이자 권력 약화의 요인”이라며 “그들은 이 ‘수치’를 반드시 제거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이버 공세의 배경에는 중국 정권이 특정 단체를 세계적으로 탄압하려는 움직임과 관계돼 있다.

플레밍은 “2022년 말, 시진핑 주석이 비밀 회의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이 설립한 기업들을 집중 단속하라는 지시를 직접 내렸다”고 덧붙였다.

진(真), 선(善), 인(忍)의 원칙에 기반한 파룬궁은 1990년대 중국 내에서 7천만~1억 명에 달하는 수련생이 모이며 폭넓은 지지를 받았으나, 이후 국가 주도의 잔혹한 탄압 대상이 됐다.

1999년 이후 수많은 수련자가 불법 구금, 강제노동, 고문, 심지어 강제 장기적출로 인한 사망에 이르기까지 극심한 박해를 받아왔다.

에포크타임스는 이러한 탄압을 피해 중국을 탈출한 파룬궁 수련자들이 2000년 미국 애틀랜타에서 창간한 언론사다.

그들의 목표는 중국 당국이 철저히 은폐하는 정보를 외부로 전달하고, 중국 공산당이 수천만 명의 국민에게 자행한 잔혹 행위를 세상에 알리는 것이었다.

중국 당국은 초창기 에포크타임스에 참여했던 여러 기자와 기고자들을 체포해, 일부에게 최대 10년형의 중형을 선고하기도 했다.

정치권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에포크타임스와 그 자매매체인 NTD가 중국 공산당의 범죄를 폭로하는 주요 플랫폼으로 성장하는 것을 막지 못한 관료들의 무능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한다.

2025년, 미국 법무부는 에포크타임스를 겨냥한 베이징 주도의 사이버 첩보 시도가 여러 건 확인됐다고 공식 발표했다.

연방 검찰이 공개한 기소장에 따르면, 2017년 5월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해커들이 에포크타임스의 편집국장과 부사장의 이메일 계정을 해킹해 내부 자료에 접근하려 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이번 사이버 공격을 주도한 세력은 과거에도 여러 차례 유사한 공작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은 지난 4월 뉴욕 내 여러 도서관에 폭탄 테러를 예고하는 허위 위협 이메일을 보낸 사건의 배후임을 자처했다.

해당 위협은 파룬궁이 세상에 알려진 날을 기념하는 ‘세계 파룬따파의 날’을 앞두고 발생했으며, 그로 인해 일부 도서관이 긴급 대피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이들의 또 다른 주요 표적은 션윈예술단이다.

션윈은 파룬궁 수련자들이 미국 뉴욕에서 설립한 예술단체로, 매년 세계 순회공연을 통해 ‘공산주의 이전의 중국’을 주제로 한 무용과 음악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일부 공연에는 중국 공산당이 현재 진행 중인 인권탄압 장면도 담겨 있다.

그러나 션윈 공연을 앞두고 세계 각국의 주요 공연장들은 협박성 이메일이나 전화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위협의 내용은 대부분 “공연을 취소하라”는 요구와 함께, 불이행 시 폭력 보복을 가하겠다는 경고가 포함돼 있다.

외부 분석가의 초기 조사 결과, 이들 협박 이메일 중 일부는 중국 북서부 산시(陝西)성에서 발신된 것으로 조사됐다.

대만 당국 역시 션윈에 대한 협박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산시성의 수도 시안(西安)이 발신지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 편집장 황완칭은 이번 일련의 행위를 “조직적이고 정교한 공산당의 해외 탄압”으로 규정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이는 체계적으로 진행되는 신분 사칭 작전이며, 목적은 공포와 혼란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사이버 안보 전문가 케이시 플레밍 역시 이에 동의하며 “한마디로 이것은 테러행위(Terrorism)”라고 단언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