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외무장관 “우리 핵시설에 심각한 타격” 인정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6월 21일(이하 현지시간) 밤부터 6월 22일까지 이어진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고 6월 26일 인정했다. 이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이번 주 초 밝힌 입장과는 상충하는 것이다.
아라그치는 이란 국영방송에 출연,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고 있던 3개 핵시설을 겨냥한 미국 공습으로 인한 피해와 손실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공격 대상 시설은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이었다.
그는 표적이 된 이란 핵시설에 대해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말해야겠다”고 밝혔다. 그는 공습으로 인해 무엇이 손상됐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세부사항은 제공하지 않았다.
아라그치는 이란이 아직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들의 피해 평가 허용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지만, 당분간은 시설 출입을 차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6월 25일 에스마일 바가에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도 알자지라 방송에서 “우리 핵시설이 심하게 손상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종류의 피해를 입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아라그치의 이번 발언은 하루 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가 국영 매체에서 미국이 이란 핵 프로그램을 약화시키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고 말한 것과 모순되는 것으로 보인다.
하메네이는 미국의 공습에 대해 언급하며 “트럼프의 발언을 들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 말 뒤에 전혀 다른 진실이 숨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라며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현실을 감추기 위해 과장된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은 25일 이스라엘 원자력위원회 성명을 발표했는데, 이에 따르면 지하에 있는 포르도 핵시설이 공습으로 인해 가동 불능 상태가 되었다. 이 공습은 B-2 스텔스 폭격기가 GBU-57 대형관통폭탄(MOP)을 투하해 실행되었다.
성명은 “포르도에 대한 미국의 파괴력 있는 공습이 시설의 핵심 인프라를 파괴하고 농축 시설을 가동 불능 상태로 만들었다”며 “우리는 이란 핵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습이 이란 군사 핵 프로그램의 다른 요소들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습과 함께 이란의 핵무기 개발 능력을 수년간 지연시켰다고 평가한다”고 밝혔다.
라파엘 마리아노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이란 핵시설이 미국의 폭격 작전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방송사 RFI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매우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는 것”이라며 “모든 사람이 이에 동의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포함한 미국 측 인사들도 이란의 핵시설이 완전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는 데 필요한 고농축 우라늄이 당시 현장에 있었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헤그세스는 이란의 우라늄이 공습 전에 이동됐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다른 곳으로 이동됐다는 확인을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26일 기자들에게 “내가 검토한 정보 중에 고농축 우라늄이 있어야 할 곳에 없었다거나 이동됐다거나 하는 내용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번 주 이란은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이란 의회는 25일 수년간 핵 프로그램을 감시해 온 국제원자력기구(IAEA)와의 협력을 사실상 중단하는 법안을 신속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앞으로의 여정이 험난할 것임을 보여주는 표결이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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