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 분쟁 속, 중국발 화물기 ‘수상한 비행’

카고룩스 화물기, 유럽 향하다 돌연 이란 쪽으로 기수 돌려
사측 “데이터 오류” 해명에도… “中의 이란 지원 가능성” 의혹
중국에서 출발해 유럽으로 향하던 국제 화물 항공편이 예정된 항로를 이탈하고 이란으로 향했다는 운항 기록이 포착돼, 중국과 이란 간 ‘비밀 항공 루트’ 개설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항공사 측은 “단순한 실시간 데이터 오류”라고 해명했지만, 이 항공사 지분 35%를 중국 기업이 소유한 데다 중국 공산당이 장기간 이란을 지원해 왔다는 점에서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무관치 않은 사건으로 보는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의 실시간 모니터링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국 허난성 정저우를 출발해 룩셈부르크로 향하던 국제 화물 항공사 ‘카고룩스(Cargolux)’ 화물기 CV9736편이 투르크메니스탄 상공을 비행하던 도중 자취를 감췄다.
중앙아시아 국가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중국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 노선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이란과 접경하고 있어 이란 수도 테헤란과도 가깝다. 또한 전통적으로 이란 지도부와 가까운 관계에 있는 우호국이다.
보잉 747 기종인 해당 화물기는 레이더망에서 사라지기 전, 투르크메니스탄 상공에서 이란 쪽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러나 응답 장치(트랜스폰더)가 꺼져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트랜스폰더는 레이더의 신호를 수신하고 응답해 항공기를 식별하게 하는 장치다.
이러한 항로 변경은 또 다른 글로벌 항공 추적 플랫폼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서도 포착됐다. 해당 항공기는 중간 기착지가 없는 정저우–룩셈부르크 직항 노선을 운항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날 투르크메니스탄의 항구 도시 투르크멘바시에 착륙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 추적 플랫폼 에어나브레이더(AirNavRadar) 역시 이 항공기가 투르크메니스탄 영공을 통과하다가 레이더에서 사라졌다고 기록했다.
논란이 확산되자 항공사인 카고룩스는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이 회사는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우리 항공편이 이란 영공을 사용했다는 주장이 소셜미디어에 퍼지고 있다”며 “이는 공개 애플리케이션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른 것이며, 우리 회사는 이란 영공을 지난 항공편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회사 자체 항공 추적 시스템이 제공하는 실시간 데이터에 따르면, 이란 영공에 진입한 항공편이 전혀 없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며 “카고룩스는 모든 운항에서 최고 수준의 안전성과 투명성을 유지하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영국 텔레그래프는 문제가 된 화물기의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이 화물기가 유럽 상공에 접근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또한 화물기 기종인 보잉 747이 군사 장비나 무기 수송에 흔히 쓰인다며, “중국의 이란 군사 지원 가능성에 대한 의혹을 높인다”는 중국-중공 관계 전문가 발언을 덧붙였다.
온라인에서는 카고룩스와 중국과의 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중국 국유기업인 ‘허난민항발전투자그룹유한공사(HNCA)’는 지난 2014년 카고룩스 지분 35%를 인수했다. 이 거래 이후 카고룩스는 중국 정저우를 룩셈부르크 다음으로 중요한 글로벌 물류 허브로 개발해 왔다.
이란과 중국 공산당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도 의혹을 두드러지게 만드는 배경이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양측은 2016년 시진핑 국가주석의 이란 국빈 방문 이후 ‘전면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수립했다. 양측 교역 규모는 작년 기준 133억 7000만 달러에 달했다.
전직 미국 중앙정보국(CIA) 요원이자 ‘이란 정책위원회(IPC)’ 전 사무국장이었던 클레어 로페즈는 지난해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경제적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으며, 이 같은 지정학적 결속이 양국의 밀착 배경”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이란을 중동 지역의 불안정 요인으로 활용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미국의 글로벌 패권을 견제하려는 전략을 수행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에포크타임스 영문판 취재진은 해당 항공편의 구체적인 경로 및 중간 기착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카고룩스 측에 추가 문의했다.
* 이 기사는 톰 오지메크 기자가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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