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졸업생 연설서 시진핑 ‘인류운명공동체론’…중국夢 전초기지된 하버드

2025년 06월 04일 오후 3:45

中 공산당과 20년 이상 ‘학술’ 교류…당 간부 연수기관 설립
고위층 자녀 유학처로 인기, 시진핑 딸 시밍저도 ‘하버드 동문’

미국의 명문 하버드대학교가 공산당 고위층 자제를 ‘뒷문’으로 입학시키고 공산당 정치이념 선전 창구로 전락했다는 논란에 휘말렸다.

그 중심에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하버드대학교 졸업식에서 중국 국적 여성으로는 사상 최초로 졸업생 연설을 한 대학원생 루안나 장(중국 이름 장위룽·25)이 있다.

장위룽은 졸업생 대표로 연단에 올라 “사상, 신앙, 투표 성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악으로 규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내가 하버드에서 전공한 국제개발학은 ‘인류는 함께 흥하고 함께 망한다’는 아름다운 비전 위에 세워졌다”고 말했다.

세상이 갈등과 분열, 두려움으로 빠져들고 있으며 서로를 포용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그녀의 연설은 곧장 미국 내 보수 진영과 중국 민주화 인사들의 거센 비판을 불러왔다.

비판의 핵심은 장위룽의 연설이 타인에 대한 포용을 가장한 채 중국 공산당의 선전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그녀가 강조한 ‘인류가 같이 흥하고 같이 망한다’는 개념은 시진핑 국가주석이 2013년부터 대외정책의 핵심으로 삼은 ‘인류 운명 공동체’와 판박이다.

이 개념은 중국의 공산당 독재 체제가 ‘민주 진영과 다르다는 이유로 악으로 규정할 수 없으며, 오히려 포용의 대상이라는 논리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중국 민주화 운동가이자 작가인 성쉐는 “이 개념은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와의 차이를 흐리려는 전략적 언어”라며 “하버드가 졸업생 연설에서 이를 허용한 것은 공산당의 이념 선전에 협조한 셈”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진 것은 장위룽이 평범한 중국인 유학생이 아니라는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그녀는 중국 국무원 산하 ‘생물다양성 보호 및 녹색발전기금회’에서 일하는 간부의 딸이었다. 그녀가 하버드 입학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단체 부이사장의 추천 덕분이었다고 알려졌다. 이 인물은 중국 공산당과 밀접한 학술계 네트워크에 속한 유력 인사다.

장위룽의 연설 소식이 알려진 직후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자랑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졌지만, 곧 그녀가 하버드 ‘뒷문’으로 입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최근 중국에서는 고위층 자녀들이 호사스러운 생활과 특혜를 과시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은 사건이 여러 차례 발생했다. 당 간부와 관리 자제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하다.

그녀는 자신의 웨이보 계정을 통해 하버드에 특혜를 받아 입학했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또한 중국에서 중학교에 다니던 시절 괴롭힘을 당했다며 동정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의 답변은 의혹을 팩트로 해소하지는 못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유학 생활에 대한 관점도 일반적인 중국인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면서 오히려 여론과 괴리감만 키웠다. 그녀는 자신의 유학 생활을 고독한 시기로 묘사했지만, 가정 형편 때문에 해외 유학을 꿈도 꾸지 못하는 대다수 중국 청년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실패했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그녀의 하버드대학 연설문을 분석해 “비슷한 구절을 대구로 사용한 부분에서 딥시크(DeepSeek · 중국 AI)에 대필을 시켰을 때 흔히 나타나는 패턴이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만 일부 중국 매체들은 그녀가 여론의 도마에 올라 공격을 받은 것은 개인의 비위 때문이 아니라 ‘중국 국적의 젊은 여성’이기 때문이라고 논점 흐리기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장기간 차이나머니에 잠식된 하버드의 친(親)중국공산당 성향이 전면적으로 노출됐다는 평가도 내려졌다.

중국 문제 전문가 탕징위안은 “하버드는 수십 년간 중공 고위 간부나 그 자녀들의 학위 세탁 장소로 활용돼 왔다”며 “이제는 단순히 학위 발급 수준을 넘어, 정책 결정 과정에까지 영향을 끼칠 정도로 침투가 이뤄졌다”고 경고했다.

탕징위안은 미국 정부가 하버드와 중국 공산당 사이의 유착 관계를 조사하는 가운데, 하버드가 중국인 유학생에게 졸업생 연설을 맡긴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라고 분석했다. 하버드가 트럼프 행정부의 공산당 침투 청산 정책에 저항하는 보루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중국 공산당과 연계된 학생들의 미국 입국 제한 및 비자 취소 조치를 예고한 바 있다.

미국 외교 수장인 마르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은 “중국 공산당은 수천 명의 관료를 하버드 등에 보내 학문이라는 외피를 씌운 정치적 침투를 해왔다”며 “미국 대학들은 더 이상 이를 방조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하버드와 중국 공산당 고위층 간의 교류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버드는 2000년대 초부터 ‘중국 공공행정 고급 연수 과정’을 만들어 베이징 칭화대와 함께 중국 공산당 관료들을 교육하며 ‘간부 사관학교’ 역할을 해왔다.

중국 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의 딸 시밍쩌,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의 아들 보궈궈도 하버드에서 수학했다. 특히 보궈궈는 유학생활 도중 고급 스포츠카에 여성들을 태우고 다니다가 교통사고를 일으켜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단지 학문적 교류만 오간 것도 아니다. 하버드 케네디스쿨 전 학장 그레이엄 앨리슨은 지난해 시진핑 총서기, 외교부장 왕이와 회동하며 중국 공산당 고위층과의 외교 라인을 구축했음을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배경을 문제 삼아 하버드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와 개혁 조치를 시행 중이며, 20억 달러 규모의 연구 보조금 지원과 연방정부 계약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대해 하버드는 소송으로 맞서고 있다.

성쉐는 “이번 하버드 졸업식 연설은 트럼프의 반(反)중국공산당 정책, 특히 중국공산당과의 디커플링 전략에 대한 명확한 도전이자 저항의 표현”이라며 “미국의 고등교육이 얼마나 외세에 잠식됐는지 경각심을 일깨운 사건”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