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자유를 그리다…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개막

2025년 05월 30일 오전 11:50

시민의 힘으로 인권과 정의의 가치 조명
개막작 ‘국유 장기’로 중국 인권 실태 고발

자유와 인권, 정의를 주제로 한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SLIFF)가 30일 서울 여의도 KBS홀에서 막을 올렸다.

2021년 북한 인권을 중심으로 시작된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는 시민 주도형 국제영화제로 발돋움해 영화뿐만 아니라 음악, 전시, 포럼, 야외 상영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서울의 문화 다양성과 공동체 의식을 고양해 왔다. 올해도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를 중심으로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구성됐다.

이번 영화제는 특정 지자체의 공식 지정 영화제가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및 지자체로부터 별도 예산 지원을 받지 못했다.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올해는 서울시의 후원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결국 무산됐다”며 “예산난 속에서도 영화제를 지켜낸 것은 전적으로 관객과 시민들의 힘”이라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에는 이장호 감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등 각계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영화제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장호 감독,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 태영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왼쪽부터)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이장호 감독은 “정부의 지원 부족 속에서도 영화제를 지켜낸 것은 관객과 시민의 힘”이라고 밝혔다. 김동호 이사장은 “정부 지원 없이도 5회를 이어온 관계자들의 노력에 깊은 존경을 표한다”며 축사를 전했다. 태영호 사무처장도 영화제가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확산시키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화제 총감독을 맡은 허은도 수석 프로그래머(좌)와 개막식 사회자 이익선 아나운서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올해 개막작은 캐나다 레이먼드 장 감독이 연출한 <국유장기·State Organs>다. 실종된 두 젊은이를 20여 년 동안 추적하며 중국 공산당 정권의 ‘장기 적출’ 개입을 정면으로 다뤘다. 제목 그대로 장기마저 개인 소유가 아니라 국가에 의해 약탈당하는 상황을 고발한 이 다큐멘터리는 2023년 리오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음악상을, 2024년 인디페스트 영화제에서 특별 언급상을 수상한 바 있다.

올해 ‘북한인권영화 섹션’에선 탈북 과정보다는 탈북민의 정착과 일상을 조명한 작품이 다수 포함됐다. ▲이용남 감독의 <열한 살의 아라리> ▲경기하나센터의 <명옥> ▲북한인권단체 THINK가 북송 문제를 다룬 <인질 93340: 지상낙원으로 간 사람들> 등 다양한 시선의 북한 인권 영화가 관객과 만난다.

‘세계인권 섹션’에서는 캐나다 특별전이 마련돼 여섯 편의 작품이 소개됐다. 특히 한국 배우가 출연한 레온 리 감독의 <마인드 웨이브>가 눈길을 끌었다. 관객과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문학 원작 영화 등 대중성 있는 작품도 함께 선보였다.

올해 시네마 인권상은 중국의 표현의 자유를 만화로 고발해 온 다슝 작가와 28년간 탈북민을 지원해 온 인권운동가 팀 피터스에게 돌아갔다. 다슝 작가는 수상 소감을 “이 트로피가 모든 좋은 사람에 대한 격려가 되길 바란다”고 했고, 팀 피터스는 “이 상은 북한과 중국에 숨어 있는 탈북민 모두를 위한 것”이라며 두 수상자 모두 자유의 가치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시네마 인권상을 수상한 다슝 작가(좌)와 인권운동가 팀 피터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가수 JK 김동욱과 성악가 바리톤 고성현과 소프라노 전수빈의 축하 공연으로 영화제 분위기는 한층 고조됐다.

가수 JK 김동욱의 축하 공연 모습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단편 영화 경쟁 부문에서는 150편 중 △장려상 ‘향남'(신건호 감독) △우수상 ‘침묵의 사선'(정재훈 감독) △최우수상 ‘무참'(김정환 감독) △대상 ‘낮과 밤의 이야기'(중경호 감독)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특히 대상작은 탈북 남성과 한국 여성의 삶을 대화를 통해 풀어내며 심사위원들로부터 깊은 울림을 끌어냈다.

‘낮과 밤의 이야기'(중경호 감독)가 대상을 수상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에포크미디어코리아정기태 대표이사가 단편영화제 수상작을 시상하고 있다.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김규나 심사위원은 “표현의 자유는 공기와 같아 잃고 나서야 그 소중함을 알게 된다”며 “일부 작품 상영이 무산된 것은 유감이지만, 젊은 감독들의 세계관에서 한국 영화의 미래를 봤다”고 말했다.

개막작 다큐멘터리 ‘국유 장기’ 상영 직후 오후 8시부터는 KBS홀 지하 1층 리셉션홀에서 특별 네트워킹 행사로 ‘락스퍼 북한인권의 밤’이 개최됐다.

제5회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SLIFF) 개막식 전 KBS홀 로비의 모습. | 한기민/에포크타임스

한편, 서울 락스퍼 국제영화제는 오는 6월 3일까지 KBS홀과 CGV 피카디리1958에서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메가박스 동대문점이 영화제 개막 하루 전날(29), 중국 인권 문제를 다룬 모든 작품의 상영을 사전 예고도 없이 전면 취소해 논란이 일었다. 현재 메가박스 예매 사이트에서는 해당 영화들의 정보가 모두 삭제된 상태이며 영화제 측은 상영 장소를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