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가 낙점했던 시진핑 후계자, 외교 행보…복귀설 솔솔

한직 밀려났던 후춘화 정협 부주석, 전 베트남 국가주석 조문
중국 공산당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후춘화(胡春华)가 25일 베이징 주재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 최근 별세한 전 베트남 국가주석 쩐득르엉을 조문했다.
과거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후계자로 거론됐던 후춘화가 외교 무대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가 정치적으로 재기할 가능성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후춘화는 25일 오후 베트남 대사관을 찾아 중국 정부를 대표해 쩐득르엉 전 주석의 별세에 애도를 표했다.
쩐득르엉은 1937년 출생해 1997년부터 2006년까지 베트남의 3대 국가주석을 지냈으며, 지난 20일 88세를 일기로 병환으로 별세했다. 베트남에서는 공산당 서기장이 실질적 최고 권력자지만, 국가주석 역시 국가의 공식 수반으로서 상징적 위상을 갖는다.
국제 외교 관례상, 국가 전·현직 지도자가 타국 전직 수반의 별세에 조문하는 것은 흔한 일이다. 조문 인사의 직급은 두 나라의 외교 관계 및 고인의 위상에 따라 달라진다.
중국에서는 주요 외국 인사의 장례에 국가부주석이나 국무원 부총리가 참석하는 경우가 많고, 공산당 최고위급이 직접 나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제로 2019년 베트남 전 국가주석 레득아인의 조문 행사 때도 정협 부주석 류치바오(劉奇葆)가 참석한 바 있다. 이번 후춘화의 조문 역시 이러한 외교 관례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후춘화의 최근 행보는 단순한 외교적 의례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후춘화는 후진타오 전 주석이 ‘차세대 지도자’로 점찍은 인물로 알려졌지만 2022년 10월 중국 공산당 20차 당대회에서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 진입에 실패하며 정계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듬해 실권 없는 한직인 정협 부주석으로 임명되면서 ‘정치적 퇴장’이라는 평가가 우세했다.
20차 당대회 당시에는 상무위원회 명단을 확인한 후진타오가 격분했고, 시진핑이 수행원에게 지시해 그를 강제로 끌어내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되며 중국 공산당의 냉정한 신구 권력 교체를 보여줬다.
하지만 이후 3년 만에 시진핑의 측근들이 잇따라 낙마하면서 후진타오의 복귀설이 떠오르고 있다. 82세라는 고령과 오랫동안 병환을 앓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진타오는 시진핑 퇴진이라는 혼란 상황만 수습하고 차기 지도자감에게 권좌를 넘겨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후춘화는 최근 중국 내 안후이 지역을 시찰하고,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순방하는 등 외교와 국내 정치 무대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 홍콩 ‘문회보’ 기자 장웨이핑(姜维平)은 최근 개인 방송을 통해 “후춘화가 권력 전면에 복귀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 정치 분석가 차이션쿤(蔡慎坤)도 지난 22일 “국내 정세에 대한 다양한 세력의 갈등 속에 중공 4중전회에서 대격변이 일어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국내외 정세 악화, 시 주석의 건강 이상, 그리고 원로들의 집단 반발로 시진핑 퇴진 압박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후임자로 딩쉐샹(丁薛祥) 현 국무원 상무부총리를 지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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