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매체, 돌연 ‘후진타오 지시’ 소환…시진핑 권력 이상징후

인민일보, 후진타오 시절 “과학·민주·법치에 따른 결정” 강조
평론가 “현재 공산당 실질 리더는 후진타오…복귀 움직임 드러낸 것”
중국 내에서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실권설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는 가운데, 이를 뒷받침하는 듯한 징후가 연이어 포착되고 있다.
최근에는 관영매체가 돌연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 시절의 지침을 강조하고, 과거 ‘정치적 냉각기’에 놓였던 인사들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권력 지형에 중대한 변화가 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관영 인민일보는 20일 자 1면 머리기사에서 “과학적 결정, 민주적 결정, 법에 따른 결정을 견지해야 한다”는 후진타오 시절의 주요 지시를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전임 주석의 핵심 정책을 별다른 사회적 배경 없이 갑작스럽게 강조하는 것은 중국 공산당에서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기사는 “시진핑 총서기가 최근 10차 5개년 계획 준비에 대한 중요한 지시를 내렸다”면서 이보다 큰 활자로 “과학적 결정, 민주적 결정, 법에 따른 결정을 견지해, 10차 5개년 계획을 고품질로 완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과학적 결정과 민주적 결정, 법에 따른 결정’은 중국인이라면 누구나 후진타오 시절의 주요 정책이라는 점을 금방 떠올릴 수 있는 문구다. 그런데 기사는 마치 시진핑의 입을 빌려 후진타오 시절의 정책을 강조하는 듯한 묘한 뉘앙스를 풍겼다.
경제학자 쑤샤오허(蘇小和)는 이에 대해 “은퇴한 후진타오의 지시를 지금 다시 들춰낸 건 단순한 일일 수 없다”며 “후진타오가 사실상 복귀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평가했다.
그는 “현재 중국 공산당 고위층의 실제 조타수는 후진타오”라며 “시진핑 집권 10여 년간의 정책 실패를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평가할 준비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계 인사의 복귀 움직임도 주목된다. 5월 21일,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 선웨웨(沈躍躍)가 시안에서 열린 제9회 실크로드 국제박람회 개막식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했다.
이것이 주목받는 것은 션웨웨가 후진타오 파벌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 소속 인사이기 때문이다. 공청단은 시진핑이 3연임을 확정 지은 지난 20차 당대회 이후 중앙 정치권에서 사실상 퇴출당했다. 그런데 이번에 대형 행사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미주 평론가 천포쿵(陳破空)은 “20차 당대회 이후 시진핑은 후춘화(胡春華), 션웨웨, 왕둥밍(王東明) 등 이른바 ‘공청단’ 출신 인사들을 중앙 정치무대에서 정협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로 밀어내기 한 바 있다”며 “이번 션웨웨의 등장은 이런 관례를 깬 것이며, 공청단 세력의 본격적인 복귀를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중국 공산당의 외교 노선도 급변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스라엘 주재 중국 공산당 대사 샤오쥔(肖軍)은 현지 방송 ILTV와의 인터뷰에서 “하마스의 만행은 비인도적이고 용서할 수 없으며, 중국은 이를 강력히 반대하고 규탄한다”고 밝혔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적이 없으며, 테러집단 지정을 거부해 왔다. 또한 하마스는 중국산 무기를 대량으로 확보, 비축해 중국 공산당의 은밀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러했던 중국 공산당의 외교 사절이 하마스를 공개적으로 규탄한 것은 ‘노선 수정’으로 받아들여진다.
정치 평론가 탕징위안(唐靖遠)은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 외교의 갑작스러운 180도 방향 전환에는 세 가지 가능성이 있다”며, “첫째, 하마스의 몰락을 중공이 인정한 것, 둘째, 시진핑이 실각해 기존 외교 노선이 폐기된 것, 셋째, 이 둘이 동시에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정황은 해외 비평가들의 분석과도 맞닿아 있다. 지난 2월, 독립 시사평론가 차이션쿤(蔡慎坤)은 엑스(X·구 트위터)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현재 시진핑은 실질적 권력을 거의 상실했으며, 중국 공산당 1942년생 원로 3인이 과도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도 전해 들은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원로 3명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진 않았지만, 중국 공산당의 대표적인 42생 원로에 후진타오, 원자바오(溫家寶), 후더핑(胡德平)이 꼽힌다는 점을 추후 언급했다.
차이션쿤은 또한 “군권은 장유샤(張又俠)가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있고, 시진핑은 형식적 주석에 불과하다”며 “그의 퇴진 발표는 시간문제이며, 빠르면 4중전회에서 공식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진타오는 지난 2022년 10월 20차 당대회 폐막식 도중 석연치 않게 퇴장하며 국제적 관심을 끈 바 있다. 당시 시진핑이 수행원을 불러 뭔가를 지시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이는 시진핑이 후진타오를 강제로 끌어내며 1인 독주 체제의 완성을 과시한 사건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이후 2년 반의 시간이 흐르면서 중국 경제의 몰락이 가속화하고 ‘늑대전사’로 불리는 사나운 외교에 대한 국제적 반발이 이어지면서 시진핑의 권위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시사하는 정황이 축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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