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전쟁 직격탄 맞은 중국 경제…4월 지표 전반적 부진

소비·투자·생산 모두 둔화…‘리커창 지수’마저 냉각
미국과의 갈등 장기화 시 수출 최대 3분의 1 급감 가능성
중국의 4월 주요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이며 경기 둔화가 뚜렷해졌다. 특히 비교적 신뢰도가 높은 ‘리커창 지수’ 관련 지표들까지도 하락세를 나타내면서, 미·중 간 무역전쟁이 중국 경제에 실질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문가들은 양국이 최근 관세를 일부 완화했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세가 장기화할 경우 중국 경제가 향후 몇 분기 동안 더 큰 둔화를 겪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20일 발표한 4월 경제지표에 따르면, 사회소비품 소매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해 3월의 5.9%보다 낮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시장 전망치 5.8%에도 못 미쳤다. 산업생산도 전년 대비 6.1% 증가에 그쳐 3월의 7.7%보다 둔화됐다.
모건스탠리는 “소비심리 위축과 노후제품 교체 정책의 실효성 저하가 소비 둔화의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부동산 부문도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4월 부동산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10.3% 감소했고, 신규 착공 면적은 23.8% 급감했다. 1~4월 고정자산 투자 증가율은 4.0%로 로이터 전망치(4.2%)를 하회했다.
주택 가격도 하락세다. 로이터에 따르면 4월 신규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0% 하락했고, 베이징·상하이 등 1선 도시에서는 2.1%, 2·3선 도시에서는 각각 3.9%, 5.4% 하락했다.
중위안부동산의 장다웨이 수석 애널리스트는 “4월의 경제 둔화는 정책 부양 효과의 약화와 미·중 갈등 지속, 그리고 계절적 수요 감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제 불확실성과 가계소득 불안이 맞물리면서 주택 구매 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업활동 역시 냉각 조짐을 보였다. 4월 하루 평균 원유 정제량은 1412만 배럴로 3월(1485만 배럴)보다 4.9% 감소했고, 조강 생산량도 같은 기간 7% 줄었다. WSJ는 “해외 수요 위축이 중국 내수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 둔화를 가늠할 수 있는 ‘리커창 지수’ 항목 중 하나인 전력 사용량도 감소했다. 4월 전국 발전량은 전년 대비 0.9% 증가에 그쳐 3월(1.8%)보다 낮아졌고, 석탄 기반 화력 발전은 오히려 2.3% 줄었다.
‘리커창 지수’는 중국 전 총리 리커창이 과거 지방 경제를 분석할 때 사용했던 ▲전력 소비 ▲철도 화물 운송량 ▲은행 대출 등의 실물 지표로, GDP보다 더 현실적인 경기 판단 지표로 평가받는다.
금융기관의 대출 수요도 줄었다. 인민은행에 따르면 4월 신규 위안화 대출은 2850억 위안으로 전년 동월 대비 61% 감소했고, 이는 최근 10개월 중 최저 수준이다. 이는 기업과 가계의 자금 수요가 위축됐음을 시사한다.
‘디플레 경고’도 지속…생산·소비자 물가 동반 하락
중국은 경기 둔화와 더불어 디플레이션 압력까지 받고 있다. 제조업 경기를 나타내는 구매관리자지수(PMI)는 4월 49로, 기준선(50)을 하회하며 제조업 위축을 나타냈다. 미국 CNBC는 “4월 공장활동은 16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라며 “수출 주문지수는 2022년 12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생산자물가지수(PPI)는 2.7% 하락하며 6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고, 소비자물가지수(CPI)도 3개월 연속 하락해 내수가 여전히 부진함을 보여줬다. 모건스탠리는 “관세 압박과 미흡한 정책 대응으로 인해 디플레이션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과 미국은 지난 12일 관세를 90일간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은 대미 수입품에 부과하던 125% 관세를 10%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던 145% 관세를 30%로 낮췄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인상 전에 수입을 늘리려는 미국 수입업체들의 주문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물류 데이터업체 비전(Vizion)에 따르면 5월 14일까지의 일주일간 20피트 컨테이너 기준 선적 예약량은 2만1530건으로, 전주 대비 277% 급증했다.
그러나 UBS는 “중국산 제품에 부과되는 미국의 실질 평균 관세율은 여전히 44%에 달한다”며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모건스탠리도 “현재 관세율은 트럼프 대통령이 복귀하기 전(11%)의 4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이번 관세 완화는 일시적으로 숨통을 틔울 수 있지만, 무역 불확실성과 내부 구조적 문제가 여전한 만큼 경제는 앞으로 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맥쿼리그룹의 후웨이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관세가 지금 수준으로 유지된다면, 향후 1년간 중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3분의 1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가 디플레이션 탈출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정책적 처방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체적으로는 대규모 재정지출, 의료·연금 제도 개혁, 가계소비 진작책 등을 거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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