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탕핑족’에서 ‘쥐인간’으로 추락하는 중국 청년들

2025년 05월 12일 오후 8:26

중국공산당이 젊은 세대에게 고난을 견디라고 촉구하는 가운데, 많은 Z세대가 보다 느슨한 삶을 선택하며 스스로를 “쥐 인간”이라 부르고 있다.

일부 중국 분석가들은 이 현상이 경제 침체와 암울한 취업 전망 속에서 청년들의 미래에 대한 절망과 무력감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쥐 인간(老鼠人)’이라는 신조어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보내고, 화장실에 가거나 문 앞에 배달된 음식을 가져오는 경우에만 일어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유한다.

이들은 자신의 생활 방식을 “저에너지”라 묘사하며, 사회적 교류나 외출을 꺼리는 경향을 보인다. 일부는 소셜미디어 게시글에서 하루 23시간까지 침대에서 보낼 수 있다고 밝혔다.

‘쥐 인간’ 관련 영상과 게시물이 중국판 틱톡인 더우인(Douyin)과 X의 중국 버전인 웨이보(Weibo)에서 수억 회의 조회수를 기록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웨이보에서 ‘쥐 인간’ 해시태그는 5월 9일 기준 1천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돌파하며 이 트렌드의 확산세를 보여준다.

한 바이럴 영상에서는 27세의 무직 블로거가 스스로를 ‘쥐 인간’이라 칭하며 일상을 공개해 많은 공감을 얻었다. 그녀는 오전 11시에 기상해 커피를 주문하고 스마트폰을 뒤적이며 생산적인 척한다고 밝혔다. 오후 2시에는 다시 잠을 잔다. 오후 5시가 되면 화장실에 가고 문 앞에 배달된 커피를 거둬 온다. 오후 6시에는 커피를 마시며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시청한다. 오후 7시에는 배달 앱으로 저녁 메뉴를 확인하고 음식을 주문한다. 마지막으로 오후 9시에 그날의 첫 식사를 한다.

5월 9일 기준, 해당 브이로그는 더우인에서 4만5천 개의 ‘좋아요’와 웨이보에서 2100개 이상의 ‘좋아요’를 받으며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이 여유로운 라이프 스타일에 감탄을 표했으며, 일부는 이미 수년간 이런 삶을 살아왔다고 공감했다.

한 누리꾼은 “나는 5년째 쥐 인간으로 살고 있다. 전혀 사회적 교류를 하지 않는다”고 댓글을 남겼다.

일부 중국 관찰자들은 이 신조어가 Z세대 사이에 만연한 비관주의와 체념을 반영한다고 분석한다.

호주에 거주하는 역사학자이자 베이징 수도사범대 전 부교수인 리위안화는 에포크타임스 중국어판에 “젊은이들은 사회와 정부에 대한 희망을 거의 보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리위안화는 “젊은이들은 자포자기 상태다. 기본적인 일상적 필요만 충족하는 생활 방식을 통해 조용한 저항을 표현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들은 ‘열심히 일하고 싶지 않다. 열심히 해도 변하는 게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현상은 4년 전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탕핑(躺平•드러눕기)’ 트렌드를 떠올리게 한다. 당시 많은 이들이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노동 문화를 거부하며 ‘탕핑이라는 단순한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했다. 특히 중국의 기술 및 디지털 산업에서 흔한 ‘996’ 근무 방식(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근무)을 거부했다. 끊임없는 경쟁과 압박에 좌절한 이들은 값비싼 소비재, 가정 꾸리기, 주택 구매 등을 포기하고 보다 단순한 삶을 추구했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집권 중국공산당(CCP)으로부터 비판을 받아 왔다.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공개적으로 ‘탕핑’을 경계하며 Z세대에게 열심히 일하고 “고난을 견딜 줄 아는” 자세를 요구했다.

시진핑은 5월 4일 청년의 날에도 이 메시지를 반복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1면 기사에서 그는 청년들에게 농촌으로 가서 일하며 당의 현대화 비전을 뒷받침하라고 촉구했다.

경제 둔화 속에 “희망은 사라지고…”

시진핑은 중국 경제가 지속적으로 침체하는 가운데 이 발언을 내놓았다.

지속적인 부동산 위기로 인해 평생 모은 돈을 집에 쏟아부은 중국 중산층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 여기에 음식 배달부터 사교육에 이르기까지 민간 부문에 대한 수년간의 규제 단속이 더해지며 수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중국에서 음악 과외 강사로 일했던 젊은이 겅루치는 최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라이프 스타일은 궁극적으로 중국의 열악한 경제와 취업 시장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특히 팬데믹 이후 많은 대학 졸업생이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다.

겅은 “젊은이 한 세대 전체가 제한된 기회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이런 치열한 경쟁에도 불구하고 희망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래서 많은 이들이 단순히 ‘탕핑’을 선택한다고 말했다.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3월 기준 중국 도시 지역 16~24세 연령대의 실업률이 16.5%에 달했다. 이 수치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나 구직 활동을 중단한 사람은 포함하지 않는다. 중국 공식 지침에 따르면, 실업자로 간주되려면 지난 3개월 동안 적극적으로 일자리를 찾았으며, 일자리 제안을 받으면 2주 이내에 업무를 시작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미국과의 지속적인 관세 전쟁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의 관세가 100%를 초과하면서, 대외 무역에 의존하던 많은 중소기업이 운영을 중단하고 내수 시장으로 전환해야 했다. 이로 인해 수천 개의 공장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4월, 미국의 세 자릿수 관세가 중국 내 최대 2억 명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들은 중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 4.5%에서 4%로 하향 조정했다.

심지어 일자리를 찾은 이들도 예년에 비해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고 선전시 공공 부문에서 근무하는 앨런 궈는 전했다.

당국의 보복을 우려해 가명을 사용한 앨런 궈는 최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몇 년간 안정성 때문에 인기를 끌었던 지방정부나 공공 부문에 취업한 젊은이들의 월급이 현재 약 4000위안에서 5000위안(약 80만원에서 97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는 선전시 당국이 보고한 평균 월급의 약 3분의 1에 불과하며, 선전은 중국 내 다른 많은 도시보다 생활비가 훨씬 높은 지역이다.

궈는 “젊은이들은 갇혀 있다고 느낀다”며, 이것이 “그들이 스마트폰에 몰두하고 지출을 줄이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아무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덧붙였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