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42개 증권사, 투자은행 실적 30% 급락…14곳은 ‘적자 전환’

2025년 05월 12일 오후 1:53

기업공개 급감, 수수료 수익 반토막…투자은행 사업 줄줄이 추락

중국 경제의 장기 침체가 금융권 전반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자본시장의 활력을 가늠할 수 있는 증권사들의 실적이 일제히 후퇴하면서, 금융산업의 구조적 위기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중국 A주에 상장된 42개 증권사들의 2024년 연간 실적이 최근 모두 공개됐다. 금융정보업체 윈드(Wind)의 통계에 따르면 이들 증권사의 투자은행(IB) 부문 수수료 수익은 총 306억800만 위안(약 5조9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27.4%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직격탄은 주식 발행 시장의 위축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중국 A주 기업공개(IPO)는 약 100건으로 1년 새 68%나 줄었다. 공모금액은 673억5300만 위안으로 80% 넘게 감소했고 유상증자 등 재무적 자금 조달 규모도 2231억2천만 위안으로 70% 가까이 줄었다.

이처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수요가 전반적으로 얼어붙으면서 투자은행 부문 수익은 곤두박질쳤다.

증권사별 수수료 수익을 보면 업계 1위인 중신(中信)증권이 41억5900만 위안으로 순위를 지켰지만, 대형 증권사들도 전반적으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중신건투(中信建投)는 투자은행 수수료가 전년 대비 48.1%나 줄어 24억9천만 위안에 그쳤고 이익은 4억8천400만 위안으로 75% 가까이 급감했다. 화태(華泰)증권, 중금(中金)공사 등 다른 주요 대형사도 30% 이상의 실적 감소를 기록했다.

중소형 증권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전체 42곳 중 14곳이 투자은행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했다. 방정(方正)증권은 5억9300만 위안의 손실로 적자 폭이 가장 컸다. 이는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 처리 과정에서 자산을 헐값에 처분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화림(華林)증권의 투자은행 수익은 1700만 위안(약 33억원)으로 전년 대비 83.7% 폭락했다. 장강(長江)증권 역시 지난해 6억4천만 위안이던 수익이 절반 수준인 3억4900만 위안으로 줄었고, IPO 승인 반려율은 50%에서 84.6%로 치솟아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중국은 자본시장 개혁과 구조조정이 더딘 가운데 경기 침체와 신뢰 하락이 겹치면서 IPO 위축이 증권업 전반의 위기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해와 올해 초 금융과 통화 등 다양한 부양책을 내놨지만 해외 전문가들은 “단기 실적 회복보다 구조적 체질 개선이 더 시급한 시점”이라고 진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