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지 못하는 기업들”…中, 좀비기업 수혈로 경제 ‘늪’ 빠지나

생산성 없는 기업에 감세, 보조금에 은행 대출까지
中, 대량 실직에 따른 ‘정권 불안’ 우려해 자금 수혈
중국 제조업이 2001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미국과의 무역 갈등, 수출 둔화, 내수 침체가 겹치며 수많은 기업이 줄줄이 적자에 빠졌지만, 중국 정부는 이들 기업의 ‘퇴장’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파산한 제조업체의 실직자들이 사회에 대거 쏟아져 나오면 공산당의 최우선 과제인 ‘정권 안정’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좀비기업’을 계속 두면 중국 경제 전반에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11일 미국의 대중 관세가 최고조였던 올해 4월 적자를 기록한 중국 공업기업(제조·건설·광업)은 16만 4467개로 전체의 32%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6%P 증가한 수치다. 특히 가구·완구 등 내수 중심 제조업 분야 피해가 가장 컸다.
미국 사우스카롤라이나대 에이킨경영대학원의 중국 전문가 프랭크 셰 교수는 “중국의 수출을 떠받드는 공업기업 3분의 1이 적자라는 사실은 충격적”이라며 “내수 시장은 가계의 구매력 저하로 인한 수요 감소로 침체됐고, 수출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각국의 규제가 겹치면서 막히고 있다. 결국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셰 교수는 “기업들이 파산을 피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가운데, 정부는 수익성이 낮거나 없고 사실상 파산 상태인 기업들에까지 세금 감면과 보조금, 심지어 은행 대출까지 지원해 주며 살려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자리를 유지함으로써, 대량 실업 사태로 인한 사회 불안을 막으려는 조치이지만,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국영기업에 자금을 수혈함으로써 정작 필요한 곳에 제때 지원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 침체보다 더 무서운 ‘대량 실직’…中, 좀비기업 유지 안간힘
실제로 중국 곳곳에선 손실을 지속하면서도 생산을 중단하지 않고 운영 중인 기업이 적지 않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직원 수천 명을 거느린 산시성 따윈(大運)자동차는 지역 사회에 일으킬 파장을 우려해 파산을 미루고 생산량을 유지했다. 이러한 일이 가능했던 것은 전기차 생산라인을 도입해 정부의 보조금을 타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의 극심한 경쟁으로 회사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컨설팅 업체 알릭스 파트너에 따르면, 수백 개에 달했던 중국 전기차 브랜드에서 현재 살아남은 137곳 중 19곳만이 오는 2030년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당국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있으나 적절한 대처는 쉽지 않다. 작년 6월 감사원 격인 심계서는 전국인민대표대회에 올린 연간 정부 회계감사 보고서에서 “적자 국영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 중단”을 촉구했다.
보고서는 정부 관리나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자금 횡령과 유용이 적발되고 있으며, 세금 감면을 받아야 할 기업들은 소외되고 자격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이 혜택을 가져가는 등 재정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 경제 논리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셰 교수는 이 같은 상황은 중국식 자본주의의 한계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정부가 정책을 통해 시장 기능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제약하면서 ‘퇴장 없는 경쟁’을 유지함으로써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업에 대한 자원 배분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정부가 정치적 안정을 우선시해 경제 논리를 외면하고 기업의 파산을 허용하지 않으면, 중국 경제는 더욱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정부가 실업률 잡는 데만 몰두하면 더 많은 기업이 구조조정을 못 하고 쓰러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정부의 세금 감면과 보조금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며, 문제는 수출 주문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 웡 역시 좀비기업을 존속시키려는 중국 정부의 정책이 경제 활력의 발목을 잡는 주요 요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좀비기업은 저가 수주 경쟁을 유발해 가격을 떨어뜨리고, 이는 임금 하락과 소비 위축으로 이어진다”며 “중국 경제가 회복력을 되찾으려면, 이러한 기업들에 대한 정리가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구조 개혁을 회피하면서 단기 처방만 반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사 평론가 리린은 “중국 공산당 당국은 정권 불안을 우려해, 구조조정으로 고용과 생산을 개혁할 수 없다”며 “이 때문에 외국에서 중국 전기차에 대한 수요를 끌어 올려, 과잉생산된 제품을 해외에 덤핑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부 해외 자동차 관련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들이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에 주목하고 있지만, 이는 중국 정권의 이익에 부합하는 동시에 장기적으로는 자국의 자동차 시장에 왜곡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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