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제조업 쏠림 여전…서비스 산업 홀대가 부른 경제 왜곡”

2025년 08월 07일 오후 3:20
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공장 | Feng Li/Getty Images중국 랴오닝성 선양의 한 공장 | Feng Li/Getty Images

“경제 대국” 외치지만 내수는 정체되고 수출은 과잉공급
전문가들 “지방정부, 실적 쌓기 좋은 제조업에만 주목” 지적

중국이 장기간 제조업 중심의 국가 전략을 고수하면서 서비스업 육성에는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구조적 한계가 경제 전반의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잉생산, 수요 부진, 디플레이션 장기화가 현실화되고 있으며, 해외 시장에서는 관세 장벽과 무역 마찰이 심화되고 있지만, 중국 정부가 제조업 투자를 멈추지 않으면서 경제의 구조적 왜곡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 14일, 중국공산당 총서기 시진핑은 한 경제 회의에서 지방 정부가 앞다투어 신에너지, 인공지능 산업에 뛰어드는 행태를 이례적으로 비판했다. 산업의 균형적인 발전이 이뤄지지 않고, 내부에서 불필요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7월 말에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가 ‘정부투자펀드 투자 지침 초안’을 통해, 신산업 분야 투자 시 맹목적 추종과 중복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의 제조업 투자 확대는 여전히 가속 페달을 밟고 있다. 특정 분야에만 몰리는 지방정부의 투자 방식 역시 신흥 제조업 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해 온 중앙정부의 전략을 답습했을 뿐이다.

2021년 기준 고도 기술 제조업 투자 증가율은 22.2%에 달했으며, 같은 해 고도 기술 서비스업은 7.9%에 그쳤다. 올해도 제조업 투자는 7.5% 늘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앙정부 산하 국유기업만 해도 1~11월 전략 신산업에 2조 위안(약 400조 원)을 투자했으며, 전체 투자 비중은 사상 처음 40%를 돌파했다.

지방정부도 반도체, 바이오, 신소재, 전기차 등 이른바 ‘신흥 산업’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규모 확대에만 치중할 뿐 수익성과 시장 수요는 뒷전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세계대기업연합회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2~3선 도시들의 GDP 대비 투자 비중은 평균 58%에 이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22%)의 두 배를 훌쩍 넘는 수치다.

‘보조금 따내기’가 낳은 과잉공급… 전기차 생산 시설, 절반이 개점휴업

제조업 편중은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기차, 반도체, 철강, 석유화학 등 전 분야에서 재고 누적과 가격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의 경우, 올해 1분기 평균 설비 가동률은 52%에 그쳐 절반 가까운 생산 능력이 놀고 있는 상황이다. 비야디(BYD)의 주력 모델은 1년 만에 33% 가까이 가격이 하락하며 치열한 출혈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공급 과잉 현상이 ‘정책 유도형 투자’의 전형적인 부작용이라고 지적한다.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보조금을 받기 위한 ‘생산 확대’가 목표가 되다 보니, 기업들이 실제 수요와 무관하게 물량을 쏟아내고 있다는 것이다.

판자중(樊家忠) 대만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국 전기차 산업은 정부 보조금을 받기 위해 일정 생산량을 채워야 하는 구조”라며 “시장의 수요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소비 진작을 통한 내수 중심 경제 전환을 표방하고 있으나, 전문가들은 체제 구조상 현실화 가능성이 낮다고 입을 모은다.

판 교수는 “소비 경제로 전환하려면 권력을 민간에 이양하고 계획경제를 축소해야 하지만, 이는 공산당의 정치 권력과 배치된다”고 지적했다.

추완쥔(邱萬鈞) 미국 노스이스턴대 교수는 “중국은 사회적 안전망이 부족해 시민들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해 저축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며 “의료, 교육, 주거 등 민생 부문에 대한 불안이 소비를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중국은 거대한 소비 시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경제 구조적으로 소비가 약해 기업들은 정부 보조금을 노리는 전략을 세운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보조금은 권력자와 국유기업에 집중돼 국내 소비로 연결되지 않고 해외로 빠져나간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서비스업 육성이 지체되는 가장 큰 이유로 정치적 계산을 꼽는다. 의료, 교육, 문화, 금융 등은 자본 수익률이 낮고 통제가 어렵기 때문에 권력 엘리트들에게 매력적인 투자처가 아니라는 설명이다.

추 교수는 “서비스업은 내수 기반으로, 국민의 삶의 질과 밀접하지만 중국 정부는 이를 전략 산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그는 “제조업은 ‘눈에 보이는 실적’이기 때문에 관료들의 승진에도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판 교수 역시 “중국은 거대한 인구를 바탕으로 서비스 산업을 성장시킬 잠재력이 매우 크다”면서도 “정부의 보조금은 여전히 반도체와 전기차 같은 제조업에 집중돼 있다”고 비판했다. 경제 사령탑의 전략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현재 중국은 1990년대 이후 가장 긴 디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으며,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 맞물리면서 기업들은 낮은 수익률 속에서 생존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대만의 사회·경제 전문가 우자룽(吳嘉隆)은 “중국공산당은 국민의 삶보다 당의 전략을 우선시한다”며 “경제 시스템이 상명하복식으로 작동해 하층 민심이나 시장의 신호는 위로 전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위주의 성장 전략이 지속되는 한 중국의 고질적인 실업과 지방 재정 악화는 계속될 것”이라며 “정책 전환 없이는 문제는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