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불공정한 공권력” 中 쓰촨성서 수천 명 시위…당국은 강경 진압

2025년 08월 07일 오후 3:14
8월4일 중국 쓰촨성 장요시 시청 앞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14세 소녀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유튜브 @gongzishen 화면 캡처8월4일 중국 쓰촨성 장요시 시청 앞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14세 소녀 집단 폭행 사건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 유튜브 @gongzishen 화면 캡처

14세 소녀, 또래에게 집단 폭행당한 사연 SNS 통해 전국 확산
시민들 사건 축소 정황에 격분… 시 당국·공안에 책임자 처벌 요구
해외 민주화 인사들도 주목… “공산당 폭정 끝내야 한다” 호응

중국 쓰촨(四川)성에서 14세 소녀가 또래 학생들에게 집단 폭행을 당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었다.

공안 당국이 사건을 축소하고 가해자를 비호하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민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항의 시위를 벌였고 당국이 이를 강경 진압하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시위는 다소 가라앉았지만, 중화권에서는 이번 사건이 문제가 발생하면 해결하기보다 문제 제기한 이들을 침묵시키려는 공산당 체제의 고질적 병폐를 드러낸 또 하나의 사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달 2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10대 또래들이 한 여학생을 집단 폭행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됐다. 이 영상에서는 한 여학생이 공사 중인 건축물로 보이는 공간에서 다른 여학생 3명에게 둘러싸여 폭행을 당했다.

가해자들은 피해자를 바닥에 무릎 꿇게 한 후 등을 걷어차면서 스스로 발길질 횟수를 세며 괴롭혔고, 이어 피해자의 머리채를 잡아당기고 옷을 벗기려 시도했으나, 피해자가 완강히 저항하자 벽에 세운 뒤 나무 막대기로 타격했다.

피해자는 살려 달라고 애원하며 “가족이 경찰에 신고할 거다”라고 말했지만, 가해자 중 한 명은 “우리가 겁낼 것 같나? 전에도 경찰에 간 적 있다”고 조롱했다. 영상 속에서 피해자는 가해자들이 과거 여러 차례 폭행 사건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금세 풀려났다고 말하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되자, 순식간에 중국 전역에서 분노가 터졌다. 자신을 피해자와 같은 초등학교 출신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폭행을 당한 소녀는 어머니가 언어장애인이라고 괴롭힘을 받아왔다”며 “가해자들은 모두 같은 학교 학생들”이라고 주장했다.

4일 장요시 공안국은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공안국은 “지난달 22일 라이 양(14)과 류(劉) 모 양(15) 사이에 다툼이 벌어졌고, 이어 류 양의 학교 친구 2명이 가세해 총 3명이 피해자를 인적이 드문 아파트 공사장으로 끌고 가 폭언, 협박, 폭행했다”며 온라인에 떠도는 주장이 일부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어 “구타로 인해 피해자는 머리와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고 진단 결과 골절 없이 경미한 부상에 그쳤다”면서 “가해자들을 ‘미성년자 범죄 예방법’에 따라 교정시설로 보냈으며, 보호자들에게도 훈육에 주의하도록 경고 조치했다”고 사건 종결을 알렸다.

그러나 “경미한 부상에 그쳤다”는 경찰 발표와 달리, SNS에 공개된 피해자의 모습은 오른쪽 앞이마가 크게 부풀어 올랐고 얼굴 곳곳에는 긁힌 핏자국과 멍 자국이 선명했다. 또한 피해자의 사촌언니라고 주장하는 사람은 SNS에서 경찰의 부당한 대처를 알리며 “법이 공정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특히 가해자들이 이미 비슷한 사건으로 여러 차례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곧 풀려났다는 내용이 퍼지면서, 여론은 “경찰이 가해자들을 감싸고 있는 것 아니냐”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뒤이어 가해자 부모 중 공산당 간부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온라인 민심은 부당한 공권력에 대한 분노로 번졌다.

4일 장요시 시청 앞에 산발적으로 모이던 시민들의 숫자는 오후 들어 급격히 증가하며 수천 명으로 불어났다. 피해자 부모는 시청을 방문해 시 관계자에게 무릎을 꿇고 사건의 해결을 요구했고 이 장면 역시 소셜미디어에 공개되며 여론의 반응을 촉발했다.

현장에는 피해자의 삼촌으로 알려진 남성이 시민들에게 사건의 경위를 자세히 알리며 지지를 이끌어냈다. 이에 시민들은 “가해자 부모의 사과”, “공정한 수사”를 촉구하며 항의했다.

당국은 대화 대신 강경 진압을 택했다. 경찰 수백 명을 긴급 투입해 현장을 봉쇄하고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다. 시민 다수가 현장에서 구타당해 피를 흘렸고, 일부는 체포돼 트럭에 갇힌 채 어디론가 이송됐다. 목격자들은 “아이, 노인 가리지 않고 잡아갔다”, “카메라만 들어도 붙잡혔다”고 증언했다.

현장을 촬영한 영상을 보면, 부당한 법 집행에 항의하던 한 청년은 경찰 7~8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했고, 한 여성은 팔다리와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끌려갔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도 시청 앞에는 밤늦게까지 수백 명의 시민이 남았고 일각에서는 “공산당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피해자 부모가 장요시 시청에서 무릎을 꿇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가운데, 시 관계자가 확성기를 들고 해산을 요구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시민들이 시 당국에 해결을 요구하며 피해자 부모를 두둔했다. | 간징월드

당국은 이튿날에도 강경 대응을 이어갔다. 5일 장요시 당국은 “가해자 가족이 고위 공직자라는 주장은 유언비어”라며 해당 내용을 유포한 시민 2명을 행정처벌했다.

관영 매체들은 “이 사건은 단순한 미성년자 폭행 사건”이라고 전했다. 가해자와 그 부모가 피해자에게 사과했으며, 한 법조인을 인터뷰해 “당국의 처벌 수위는 관련법상 최고 수준”이라는 내용도 덧붙였다.

그러나 피해자가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데다 가해자들이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는지 확인되지 않는 상황에서 사건의 공정한 처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6일부터 거리 시위는 소강 상태에 접어들었으나, 장요시 곳곳에는 경찰 병력이 배치돼 삼엄한 긴장감은 여전하다. 공안국은 “배후에 외국 세력이 있다”며 시내 기업체들을 대상으로 색출 작업까지 벌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당한 공권력에 중국인들이 항의하고 있다는 소식은 해외에서도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주재 중국 총영사관 앞에서는 중국민주당 국제연맹 인사들이 중국공산당의 깃발인 오성홍기를 불태우며 “시민을 억누르는 폭정은 끝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인사는 “오늘의 피해자가 내일은 우리 아이가 될 수 있다”며 남의 일로만 여겨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부 인권운동가들은 시위 진압을 주도한 지방 관료들의 실명과 직책, 개인정보를 온라인에 공개하며 해외에서 전화와 이메일 등을 이용해 압력을 행사해 줄 것을 호소했다. 실제로 장요시 공안국 등 정부기관과 관계자들에게 이번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전화가 쇄도하면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