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공직 진출 마약 전과 조회 차단…“어느 집 자제냐” 민심 폭발

2025년 12월 08일 오후 8:08
중국 무장경찰들이 제식 훈련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중국 무장경찰들이 제식 훈련을 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

내년 시행하는 새 ‘치안관리법’서 마약·성매매 전과 조회 금지
관영매체 “범법 경미자 구제 위한 조치”…네티즌 “특권층 비호”

중국에서 마약 투약 등 위법 행위 전력을 ‘봉인’하도록 한 새 치안관리 규정이 2026년 시행 예고되면서 특권층 비호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지방정부 관광국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이 해당 소식에 고위층을 꼬집는 댓글을 달면서 여론의 도화선에 불을 당겼다.

중공(중화인민공화국)은 최근 개정한 ‘치안관리처벌법’을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개정된 법 136조 “마약 투약, 성매매, 음주운전 등 치안관리 위반 기록은 봉인해야 하며, 어떤 기관이나 개인에게도 제공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치안관리 위반 기록은 그동안 공직 채용, 국영기업 취업, 해외 유학 심사 등 주로 공적 영역에서 신원 조회 자료로 활용돼 왔다. 그런데 개정된 법에서는 개인은 물론 기관에서도 이 기록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번 법 개정은 ‘마약 투약 기록’ 조회를 원천 봉쇄했다는 점에서, 잘못에 대한 법적 대가를 치르고 사회에 복귀하려는 전과자에 대한 구제가 아니라 권력층의 일탈을 가려주기 위한 ‘기울어진 입법’이라는 논란으로 이어졌다.

특히 지방정부나 기관의 소셜미디어 공식 계정 운영자들마저 비판하는 댓글을 달면서 불공정에 대해 성난 민심을 대변했다.

장쑤성 난퉁(南通)시 문화관광국의 SNS 공식 계정은 지난달 27일 이 소식을 전한 영상에 “어느 댁 자제가 흡입했냐”라는 댓글을 남겼다. 마약 투약이 부패한 중국 공산당 고위층이나 그 2~3세의 향락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이 배경이 됐다.

이 댓글은 짤막한 한 구절이었으나 폭발적인 공감을 얻었다. 네티즌들은 “난퉁 거거(형님)”, “모두가 품고 있었던 의문” 등 반응을 보였고, 35만 3천 명이던 해당 계정 팔로워 숫자는 다음 날 400만 명 이상으로 불어났다. 댓글 하나만으로 하룻밤 만에 팔로워가 350만 명 넘게 급증한 것이다.

문제의 영상은 중국 신장지역의 한 여성전문 마약중독 치료소가 더우인(중국판 틱톡) 공식 계정에 올린 것으로 “2026년 새 치안법, 마약 전과 봉인 가능”이라는 제목이 달려 있었다. 마약중독 치료소 계정 관리자도 부당한 법안을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냈다.

‘마약 전과 봉인’이라는 키워드는 중국 온라인 공간에서 순식간에 최대 화제로 떠올랐다. 적잖은 네티즌이 “특권층을 위한 면죄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관련 게시물에는 “도련님과 아가씨들이 해외에서 놀 만큼 놀고 돌아와 정치하려는 것 아니냐”, “결국 다 자기 자식들 위한 일이네”, “권력과 부의 세습을 꾀하고 있다”, “우리 세대의 싸움”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네티즌은 해당 조항의 최초 발의자를 추적해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표인 이 인물의 아들이 과거 마약 흡입으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는 점 등 몇 가지 근거를 제시하며 주장했다.

전인대는 중공의 국민의회 격 기구이지만 일반적인 국가의 의회와는 달리 공산당에서 결정한 사안을 추인하는 역할에 그친다. 중앙무대에서 밀려난 고위층이 가는 한직이란 인식도 있지만, 중국 내에서는 여전히 대표적인 특권층으로 꼽힌다.

관영매체들은 개정된 치안법에 관해 법조계 인사들을 인용 “원 취지는 위법 행위가 경미하고 이미 뉘우친 사람들에게 사회 복귀를 위한 ‘완충지대’를 제공하는 데 있다”며 “한 번의 실수로 평생 낙인이 찍히는 것을 막아, 처벌과 갱생을 동시에 구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의혹은 가라앉지 않자, 여론 통제 작업이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이후 웨이보에서는 개정된 치안법에 관한 글이 대거 삭제되기 시작했다. 네티즌들은 “난퉁시 문화관광국 댓글에 더 이상 ‘좋아요’를 누를 수 없다”, “누르면 바로 자동으로 취소된다”, “캡처해서 올린 이미지가 전부 삭제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 언론인은 이번 사건에 대해 “난퉁시 문화관광국이 하루 만에 수백만 팔로워를 얻은 것은 공정성에 대한 믿음을 잃은 대중이 얼마나 ‘영웅’을 갈망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논평했다.

한편, 난퉁시 문화관광국 측은 “문제가 된 댓글은 ‘지능형 근무 배치 보조 시스템’이 실시간 검색어를 자동으로 추출해 생성한 문구로, 인적 검토 없이 게시된 AI 프로세스상의 허점이었다”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