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미-영 새 무역 협정 발표…“작은 진전도 도움 된다”

2025년 05월 09일 오후 5:59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이달 8일(이하 현지 시간) 새로운 미-영 무역 협정 개요를 공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협정을 “양국 모두에게 훌륭한 거래”라고 평가했다.

이번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거의 모든 국가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관세를 부과한 이후 처음으로 발표된 무역 협정이다.

스타머 총리는 발표 당시 전화 연결을 통해 “오늘은 정말 환상적이고 역사적인 날”이라며 “이번 협정은 양국 간 무역을 증진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표와 관련해 공식 서명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에게 “최종안은 앞으로 몇 주 안에 공개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미–영 무역 협정 초안의 주요 내용이다.

관세 및 수입할당제

미국은 영국산 제품에 대해 기본적인 10% 보편 관세를 유지할 예정이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이번 무역 협정에 따라 영국산 수출품에 대한 미국 내 관세가 다양한 방식으로 인하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산 철강에 부과되던 25%의 관세는 0%로 낮아지며 일부 영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기존 27.5%에서 10%로 인하된다.

협정이 최종 확정되면 미국 측은 영국산 차량에 대한 ‘섹션 232’ 관세를 대체할 새로운 협정 마련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 협정에 따라 영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연간 10만 대의 차량을 미국 시장에 낮은 세율로 수출할 수 있는 수출 쿼터를 부여받는다.

할당량을 초과하는 차량에 대해서는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은 영국 기업들이 미국으로 항공기 부품을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양보의 대가로 영국 항공사는 보잉 항공기 1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할 예정이다.

2024년 2월 7일 영국항공의 보잉 777 여객기가 런던에서 출발해 뉴욕 JFK 국제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영국은 미국으로 항공기 부품을 무관세 수출하는 대가로 보잉 항공기 100억 달러어치를 구매하기로 합의했다.⎢Charly Triballeau/AFP via Getty Images/연합

농업 부문에서 이번 새로운 무역 협정은 세계 6위 경제국인 영국 시장에 약 50억 달러 규모의 시장 접근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백악관에 따르면 이번 협정에는 7억 달러 규모의 에탄올 수출과 2억5000만 달러 규모의 농산물 수출이 포함될 예정이다. 그중에는 소고기와 같은 농산물이 포함된다.

영국은 미국산 에탄올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게 된다. 에탄올은 맥주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다.

양국 농민들은 ‘소고기 시장에 대한 상호 접근 권한’을 부여받게 된다.

브룩 롤린스 미 농무장관은 이날 행사에서 “소고기와 관련해 이번 협정은 우리의 소고기 수출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분명히 말씀드리자면 미국산 소고기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최고 품질이며 미국 농업의 보석이다.”

전미소고기협회(National Cattlemen’s Beef Association) 회장이자 네브래스카의 소 농장 주인 벅 웨어브라인은 이번 발표를 환영했다.

“수년간 미국의 소고기 생산자들은 영국을 무역에 있어 이상적인 파트너로 여겨왔다”고 웨어브라인 회장은 성명에서 말했다.

이어 “우리 두 나라의 공통된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그들이 고품질의 미국산 소고기를 원하는 점을 고려할 때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전”이라고 말했다.

영국 농민들은 1만3000톤(t)의 소고기를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는 쿼터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스타머 영국 총리는 웨스트 미들랜즈의 재규어 랜드로버 시설에서 가진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그의 정부가 무역 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식품 기준을 낮추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우리는 농업을 포함한 기준에 대한 빨간선(red line)을 설정했다”고 그는 말했다. 이어 “우리는 그 기준을 지켰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미국과 영국은 서로 치킨 가공 방식이 다르다.

영국에서는 염소(chlorine)로 닭고기를 세척하는 관행이 금지돼 있다.

이달 8일 영국 웨스트 미들랜즈의 한 자동차 공장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중앙)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국-미국 무역 협정에 대해 전화로 논의하고 있다. ⎢ Alberto Pezzali/Pool/AFP/연합

비관세 무역 장벽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의제에서 중요한 부분은 다른 장벽들, 즉 비관세 장벽을 해체하는 것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은 미국 제품에 대해 불공평하게 차별하는 수많은 비관세 장벽을 줄이거나 없앨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이 협정은 정말로 양국 모두에게 훌륭한 거래가 될 것 같다”고 그는 말했다.

백악관은 사실 팩트시트(fact sheet)에서 미-영 무역 협정 틀이 “미국 기업들의 영국 조달 시장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는 여러 가지 규제의 허점을 차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은 미국 수출업자에게 이익이 되는 여러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수출품의 세관 절차 간소화, 의약품의 안전한 공급망 구축, 그리고 지적 재산권, 노동, 환경에 대한 고급 표준 확립 등의 조치가 포함된다.

또한 미국 항공우주 제조업체들은 영국의 고급 품질 항공우주 부품에 우선 접근할 수 있는 혜택을 받게 된다.

미국 정부는 이번 협정이 약 60억 달러의 관세 수입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미국 생산자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마련해 줄 것이라고 밝혔다.

추가 사항

트럼프 대통령은 최종 세부 사항이 몇 주 내에 작성될 예정이며 “실제 협정은 매우 명확히 결론지어진 협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5년 5월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기자들과 대화하는 동안 포스터 보드가 전시돼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수출 50억 달러 증가와 관세 수입 60억 달러 확대를 강조했다. ⎢ Anna Moneymaker/Getty Images

한편 이달 10일부터 11일 주말 동안 미국의 스콧 베센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는 스위스에서 중국 측 대표들과 만나 무역 및 기타 경제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주말은 매우 좋은 시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율을 145%까지 인상한 상태이며 이에 대해 중국 정부는 미국산 제품에 대해 1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다.

‘작은 진전도 도움이 된다’

미국 증시는 이번 미-영 무역 협정 초안 발표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약 500포인트(p) 상승했으며 S&P 500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1% 이상 올랐다.

노스라이트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크리스 자카렐리는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메모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가장 오래된 동맹국, 적어도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동맹국이 무역 공백에 발을 들여놓고 트럼프 행정부가 오늘 큰 성과를 거두는 데 도움을 줬다.”

그는 이어 “무역 협정, 설령 그것이 원칙적인 합의에 불과하더라도 시장이 원했던 신호였다”고 밝혔다.

보잉 주가는 이번 소식에 3% 이상 상승했다.

미국 국채 수익률 또한 상승세를 보였으며 대표적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약 10bp(기준 포인트) 올라 4.37%를 넘겼다.

시장 분석가들은 이번 협정의 경제적 효과가 크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 이유는 양국 경제가 이미 긴밀하게 통합돼 있기 때문이다.

이달 8일 뉴욕증권거래소 개장 종이 울린 직후 트레이더들이 현장에서 거래에 나서고 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약 500포인트(p) 상승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와 광범위한 S&P 500 지수는 1% 이상 급등했다. ⎢ Timothy A. Clary/AFP via Getty Images/연합

‘캐피털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수석 영국 이코노미스트 폴 데일스는 이번 무역 협정이 “영국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겠지만 자동차와 철강과 같은 특정 산업에는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그렇다 해도 작은 진전도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중견 기업을 위한 회계 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일원인 RSM US LLP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셉 브루수엘라스는 “자동차와 금속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국 산업들이 이번 협정의 최대 수혜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메모에서 “향후 무역 협상을 위한 어떤 틀을 마련하든 핵심 질문 중 하나는 그것이 양국 간 무역을 실제로 확대하는지 아니면 무역세 인상을 가리기 위한 ‘무화과 잎’에 불과한지 여부”라고 지적했다.

2024년 미국은 영국과의 무역에서 119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미국 경제는 영국의 전체 대외무역에서 약 16%를 차지하고 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