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 성장 뒤에 감춰진 AI 거품의 실체
Illustration by The Epoch Times, Freepik 인공지능(AI)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면서, 일부 분석가들은 현재의 시장 흐름이 인터넷 초기 ‘닷컴 버블’과 그 이후 이어진 시장 붕괴 국면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이미 과거를 떠올리게 하는 상황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혁신 기술이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사이 자본이 대거 유입되고,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의 성장 가능성에 과도한 가치가 부여되는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AI 관련 지출이 빠르게 늘고 소수의 초대형 기업들이 수익률을 주도하는 상황에서, 금융업계 내부에서는 AI 붐이 실제 가치보다 지나치게 부풀려지는 ‘시장 거품’ 단계로 접어든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AI로부터 가장 큰 수혜와 동시에 위험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은 AI 관련 성과를 앞세워 사상 최대 실적을 보고하고 있다. S&P 500 상위 5개 기업들은 모두 AI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기술 대기업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FactSet)에 따르면,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AI를 언급한 S&P 500 기업은 241곳으로, 최근 10년 사이 가장 많은 수치를 기록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잠재적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발표된 실적 가운데 실제로 AI에서 창출된 수익이 어느 정도인지, 또 기존 사업 성과와 얼마나 혼재돼 있는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필 파이낸셜 코퍼레이션의 소유주인 폴 워커는 에포크타임스에 “현재는 AI의 미래 잠재력에 대한 기대가 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며 “이러한 기대가 실망스러운 실적으로 전환되는 순간, 주가는 하락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다수 투자자들이 인식하는 것보다 시장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다”며 “매그니피센트 세븐(미국 7대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소수 종목이 최근 S&P 500과 Russell 1000 상승분의 약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포트폴리오가 훨씬 덜 분산돼 있다는 의미”라며 “이들 종목이 흔들릴 경우, 관련 지수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시장 전반에 공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에는 알파벳, 아마존, 애플, 메타 플랫폼,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테슬라가 포함된다.
일부 분석가들은 인공지능(AI) 거품이 2026년까지도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투자 전문 매체 ‘인베스팅닷컴’은 애널리스트 조나스 골터만의 분석을 인용해, AI를 둘러싼 현재의 투자 환경이 “이미 거품의 여러 전형적 징후를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골터만은 업계와 투자자들 사이에서 AI의 잠재력에 대한 과도한 낙관론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JP모건의 최근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장 거품은 일정한 패턴을 따르며 대개 “세계가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는 거창한 투자 서사에서 출발한다.
보고서는 “신봉자들은 미래 수요에 대비해 설비와 역량을 확대하고, 신용이 광범위하게 공급되면서 거품이 형성되기 시작한다”며 “대출 심사 기준의 약화와 레버리지 확대가 경제적 기초체력과 시장 가치평가 사이의 괴리를 키운다”고 설명했다.
이어 “점점 더 많은 투자자들이 군중에 합류하지만, 결국에는 기초체력이 우위를 되찾으며 거품이 붕괴되는 국면을 맞게 된다”고 덧붙였다.

애플은 2025년 6월 9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 위치한 자사 본사에서 열린 연례 애플 행사에서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Apple Intelligence)’의 업그레이드를 발표했다. 애플은 S&P 500 지수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인공지능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상위 5개 기업 중 하나로 꼽힌다. | Josh Edelson/AFP via Getty Images/연합
AI 열풍 속 과열 신호
최근의 인공지능(AI) 투자가 2000년대 초 ‘닷컴 버블’ 붕괴 직전과 유사하다는 비교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2월 공개된 GIS 보고서에 따르면, 오라클의 주가는 9월 한 달 동안 36% 급등했다. 이는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았음에도 불구하고 나타난 상승이다. 오라클이 AI 기반 클라우드 매출이 2030년까지 144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힌 직후 주가가 급등한 것으로, 이는 1992년 이후 최대의 단일 거래일 상승폭이었다. 이로 인해 회사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2500억 달러 증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1990년대 후반에도 유사한 흐름이 있었다. 인터넷 스타트업과 이른바 ‘닷컴’ 기업들에 대한 투기적 투자 자금 유입으로 나스닥 종합지수는 1995년 1월 751에서 2000년 3월 5048을 넘어섰다. 그러나 다수 기업이 약속한 수익을 실현하지 못하면서 시장은 2000년 3월부터 2002년 10월까지 75% 이상 폭락했고, 이 기간에만 5조 달러가 넘는 시장 가치가 증발했다.
오픈AI의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지난해 8월 더버지(The Verge)와의 인터뷰에서 “투자자 전체가 AI에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내 답은 ‘그렇다’이며 거품이 형성될 때는 똑똑한 사람 조차도 일부의 가능성에 지나치게 흥분한다”고 말했다.
데이 트레이딩닷컴의 수석 애널리스트 댄 버클리는 “아직 1999년과 완전히 같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1998년과는 상당히 유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에포크타임스에 “진정한 거품은 기술이 실제로 중요하다는 점이 입증된 이후 형성되는 경우가 많다. 그 순간이 대부분의 투자자를 시장으로 끌어들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2023년 11월 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픈AI 개발자 행사 ‘OpenAI DevDay’에서 연설하고 있다. | Justin Sullivan/Getty Images
버클리는 AI가 이미 그 경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며, 현재 시장 국면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가격은 더욱 과도하게 부풀려질 수 있고, 통화·재정 정책 역시 AI 인프라 구축을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며 “정부 역시 재무적 수익에는 관심이 적지만, AI를 국가 경쟁력의 원천으로 인식하며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AI 미래에 베팅하며 투입한 자금 규모도 상당하다. 골드만삭스가 12월 18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기술 기업들은 2025년 3분기 동안에만 1060억 달러의 설비투자를 집행했다. 또 JDP 글로벌에 따르면, 올해 몇몇 대형 기술 기업이 AI에 투입한 누적 투자액은 약 364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골드만삭스는 투자자들이 자금 운용에 있어 점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몇 달 동안 대형 AI 기업들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영업이익 성장이 낮거나, 설비투자를 부채로 조달하고 있는 AI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투자자들이 AI 투자 지출과 실제 매출 간의 연관성이 명확하게 입증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이펙스 투자그룹의 수석 파트너 페드로 실바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AI와 닷컴 열풍 사이에는 투자자와 기업 양측 모두에서 몇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2025년 9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 인공지능(AI) 기업을 홍보하는 대형 광고판이 설치돼 있다. | Justin Sullivan/Getty Images
실바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매일 뉴스에서 AI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자체만으로 AI 투자에 뛰어들고 싶어 한다”며 “기업 가치 평가나 향후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 요인에 대한 실질적인 검토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 이름에 AI가 붙어 있고 이미 크게 성장했다면, 투자자들은 참여하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현상이 기업에서도 일어나고 설명했다. “기업들은 단기적이거나 명확한 투자수익률이 보이지 않더라도 AI에 투자해야 하는 압박을 느낀다”며 “조직의 책임자로서 AI에 투자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까워 보일 수 있지만, 새로운 기술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종종 모르고 있다”고 말했다.
AI 미래, 기대와 현실 사이
댄 버클리는 현재 AI를 둘러싼 투자수익률의 상당 부분이 실제 현금흐름보다는 비전과 기대에 근거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코딩과 같은 일부 분야에서의 생산성 향상은 분명하고 때로는 탁월한 수준이지만, 투자는 여전히 입증된 실적보다 앞서 나가고 있다”며 “AI가 직접적으로 얼마나 수익화되고 있는지, 혹은 단순한 미래의 약속에 불과한지에 대한 구체적 공개 실태는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버클리는 또 AI 관련 시장 가치 하락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소득과 저축이 기술 부문과 얼마나 밀접하게 연계돼 있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 전문 매체 더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에 따르면, 현재 기술주는 S&P 500의 34%를 차지한다. 평균적인 미국 투자자가 분산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면, 전체 투자금의 약 3분의 1이 기술주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버클리는 “지금의 AI 인프라 투자는 ‘규모를 키우면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했다”며 “투자가 급격히 줄어들 수 있는 결정적 계기는 마진 악화나 주가 하락, 금리 상승 같은 일반적인 경기 요인이 아니라, 이런 믿음 자체가 깨지는 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AI 분야가 조정을 받으면 투자자들의 계좌에서 그 영향이 분명히 느껴질 것”이라면서도 “진짜 문제는 이런 조정이 단순한 산업 변화가 아니라, 전체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경우”라고 말했다.

2025년 11월 19일 미국 뉴욕시 뉴욕증권거래소 거래 현장에서 트레이더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 Michael M. Santiago/Getty Images
페드로 실바는 투자자들이 AI 투자 축소를 과도하게 해석해 성급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상위 5대 기술 대기업이 미국 경제 전체와 동일시될 수는 없지만, S&P 수익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크기 때문에 그러한 인상을 주며 광범위한 주식 매도세를 촉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폴 워커는 장기적으로 볼 때 주식시장은 큰 변화 속에서도 꾸준한 성장을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늘의 시장 주도주가 내일의 ‘사례 연구’가 될 수 있다며, 보다 큰 그림을 보는 시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워커는 “폭락을 예측하거나 차세대 AI 승자를 고르려 하기보다, 위험에 기반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주기적으로 리밸런싱해야 한다”며 “투자 계획상 주식 비중이 40%라면, 시장이 하락할 때는 공포에 빠지기보다 비중을 늘리고, 시장이 과열될 때는 비중을 줄여야 한다. 규율은 언제나 예측을 이긴다”고 말했다.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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