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은 이미 어려움에 처한 중국의 정책 결정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PBOC)은 정책적 딜레마에 빠져 있다.
중국의 심각한 경제·금융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선 금리를 낮추고 금융시장에 풍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위안화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라는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의 요구로 인해 중앙은행은 정반대의 정책들로 통화의 외환 가치를 지지해야만 했다.
미국에 수입되는 중국 상품에 대해 관세를 인상하겠다는 트럼프의 공약은 중국인민은행에 더 큰 압박을 가했다. 중국 통화정책 입안자들은 이러한 압박들을 해결하는 데 있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인민은행은 각각의 정책 기조를 조금씩 섞어서 시행한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두 가지 상반된 일을 하려는 이러한 노력은 어느 쪽의 필요도 적절히 충족시키지 못했다. 중국인민은행은 어려움에 처한 중국 경제를 위해 통화정책을 완화했지만, 위안화 지지를 위해 고통스러울 정도로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이러한 과정은 중국 경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이 처음으로 분명해진 2022년에 시작됐다.
그해 초, 중국인민은행의 기준 대출 금리는 3.8%였다. 그 이후 수년간 중앙은행은 그 금리를 3.1%까지 낮춰 총 0.7%포인트(p) 하락시켰다. 이는 부동산 위기, 지방정부 재정난, 그리고 청년 실업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조치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인민은행의 미온적인 조치들로 인해 중국의 경제·금융 문제들이 뼈아프게 드러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과도한 신중함은 세계 무대에서 위안화의 위상을 지키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특히 같은 기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연방기금금리를 2%p나 올리면서, 위안화 보유보다 달러 보유가 더 유리하게 됐다. 이에 따라 위안화는 2022년 초 달러당 6.3위안에서 약 7.3위안으로 약 15% 하락했는데, 이는 지난 17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위안화 가치의 이러한 하락은 위안화의 세계적 지위를 높이고 이를 세계적 교환 수단이자 중앙은행들과 글로벌 기업들이 선호하는 준비자산으로 만들려는 시진핑의 야망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위안화의 가치 하락은 일부 교역 상대국들에게 수출입 계약을 달러 대신 위안화로 표시하라고 주장한 시진핑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중국과 이른바 브릭스(BRICS)의 다른 회원국들인 브라질,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가 무역과 국제금융의 기반으로 미국 달러의 대안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심각한 차질을 빚었다. 위안화의 지위 하락은 사우디아라비아의 투자은행들이 중국이 발행하는 채권을 위안화가 아닌 달러로 표시할 것을 고집한 것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트럼프의 관세가 경제·금융 지평선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2018년과 2019년의 관세가 그러했듯이, 새로운 고율 관세는 중국의 위안화에 더 큰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다. 물론 중국 통화의 가치 하락은 미국 구매자들이 지불하는 중국 제품의 달러 비용을 낮출 것이다.
그 결과,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수출은 계속 유지될 것이다. 6년 전에도 그랬다. 하지만 중국 생산자들이 자신들의 제품에 대해 더 적은 달러를 받게 되므로, 통화 가치 하락은 수익, 이윤, 그리고 글로벌 자산의 감소로 나타날 것이다.
예상되는 바와 같이 이러한 통화 조정이 다시 일어난다면, 이는 중국의 수출과 어느 정도는 중국 경제를 추가적인 하락 압력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위안화의 세계적 지위에 대한 시진핑의 야망과, 그 야망이 실현될 경우 중국이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외교적·경제적 위상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다. 그리고 중국인민은행은 여전히 어려움에 처한 중국 경제를 끌어안고 힘겨운 씨름을 해야 한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