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의 상원 탈환, 트럼프에게 무엇을 의미하나

남창희
2024년 11월 08일 오후 5:03 업데이트: 2024년 11월 08일 오후 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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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 약 1400명의 주요 공직자 인준 권한
공무원 대거 교체 원하는 트럼프, 날게 단 격
집권 1기 때 좌절된 ‘딥스테이트’ 청산 가속 전망

11월 5일 대선과 함께 진행됐던 미국 상원과 하원 선거는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이다. 상원은 아직 2석의 주인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공화당이 과반(51석 이상)인 53석을 가져가면서 다수당 지위를 굳혔다.

하원은 8일 새벽 0시 기준, 공화당이 과반(218석 이상)에 조금 못 미치는 211석, 민주당이 199석을 확보한 가운데 개표가 막바지로 향하고 있다. 공화당 후보들은 아직 개표가 진행 중인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등 10여 개 선거구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어 하원마저 가져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은 법안이 상·하원을 모두 통과하고 대통령까지 서명을 마쳐야 발효된다. 아직 다수당 지위가 확정되지 않은 하원은 제쳐두고서라도 공화당이 상원에서 다수당을 탈환한다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어떤 의미일까.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6일 오전 대선 승리 선언 연설에서 이번 선거 결과를 두고 공화당에 “전례 없는 강력한 권한”을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상원과 하원 모두 입법부로서 법을 만드는 국가기관이라는 점은 같지만, 상원의 가장 큰 특징은 새로운 행정부 각료를 인정하는 권한을 지녔다는 점이다.

내년 새로운 행정부 출범을 앞둔 트럼프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는 약 4천 명의 정부 관리를 임명하는 일이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선발한 사람들로 채워지게 된다.

새로 임명할 관리들은 행정부는 물론 사법부 주요 직책도 포함된다. 이 가운데 약 1200명은 상원 인준이 필요하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상원을 장악하면서 트럼프의 집권 2기 행정부는 그가 주장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을 보다 확실하게 실행하는 집단이 될 전망이다.

사실 트럼프는 집권 1기(2017~2021년)에도 2018년 말 중간선거를 치르기 전 초기 2년간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던 상황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트럼프는 공화당의 아웃사이더로 갑작스럽게 등장한 상태였고, 비록 공화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으나 공화당 내부에는 여전히 그를 거부하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트럼프가 공화당과 보수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사실 트럼프는 정통적인 공화당 인사는 아니다. 그는 2009년까지 민주당 소속이었다가 그해 공화당으로 당적을 옮겼고 도중에 당을 탈퇴해 무소속으로 지내다가 2012년 공화당에 복귀했다. 사업가 시절에는 양당에 모두 후원했다.

따라서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 등 친트럼프 인사들로 의회가 채워진 트럼프 집권 2기 때, 트럼프는 과거에 비해 당내 저항을 최소화하면서 정책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시기에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트럼프 정국 운영 능력을 극대화할 중요한 주춧돌이 될 수 있다.

의회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상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내년 트럼프의 행정부와 사법부 대거 인사 단행을 막을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특히 공화당이 하원까지 가져가게 된다면 트럼프 아젠다에 제동을 걸 방법이 상원 소수당에 보장된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밖에 남지 않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이미 존슨 하원의장은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면 단행할 세금 인하, 국경 안보 강화, 연방정부 차원의 규제 전면 철폐 등 트럼프 집권 초반 100일에 걸친 개혁 로드맵을 강조한 바 있다.

공화당 전략가들은 연방정부 관리와 직원 상당수를 임의고용 직원으로 재분류하는 ‘스케줄 F’를 거론하고 있다.

‘스케줄 F’는 트럼프가 집권 1기 후반이었던 2020년 10월 내린 행정명령의 명칭이다. 그 목적은 트럼프의 정책을 은밀히 훼방하는 “불량 공무원”을 쉽게 해고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선거를 거치지 않고 정부 곳곳에 오랜 세월 재직하며 국민의 뜻이 아닌 자신들의 이익과 구상을 위해 국가를 운영하는 관료 집단인 이른바 ‘딥스테이트(제도 밖 권력자)’를 철저하게 해체하기 위한 전략의 하나다.

딥스테이트는 허구적 개념이란 비판도 있지만, 트럼프는 공공연하게 딥 스테이트를 해체해 국가의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주겠다고 말해 왔다.

일각에서는 딥스테이트 해체를 위한 트럼프의 계획 중 핵심인 ‘스케줄 F’ 행정명령이 최대 5만 명을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며 이를 공무원 노조를 겨냥한 일종의 노조 탄압으로 비난해왔다.

하지만 ‘스케줄 F’는 효력을 발휘하기도 전에 철회됐다.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뒤이어 집권한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이 무효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올해 4월 연방정부 공무원 보호 규정을 새로 제정했는데, ‘스케줄 F’가 부활하는 것을 막기 위한 ‘대못 박기’로 평가된다(규정 링크).

이와 관련한 공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트럼프는 지난해 3월 발표한 ‘아젠다 47’에서 대선에서 승리하면 집권 첫날 “2020년 행정명령을 부활시켜 불량 공무원들을 해고할 대통령의 권한을 회복하겠다”고 선언했다(아젠다 47 링크).

그는 이러한 선언을 “딥스테이트를 쓸어낼 것”이라는 표제어와 함께 제1번 항목에 배치하며 강력한 의지를 나타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2기가 지난 1기 때보다는 미국 사회 전반에 걸친 더욱 대대적인 개혁을 불러올 것으로 예상되는 한 이유다.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은, ‘불량 공무원’을 쓸어낸 트럼프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구상에 충실한 공무원들을 대거 임용할 수 있도록 하는 천군만마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서 민주당이 공화당의 법안 제정을 막는 것은 소수당이 다수당의 횡포를 막을 때 발동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뿐이지만, 공화당으로서는 다른 카드도 있다. 미국 의회는 지출·수입과 관련한 법안은 매년 1건씩 ‘예산조정’ 절차를 통해 필리버스터를 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더힐’은 상원 소식통을 인용해 공화당이 내년 말 만료되는 트럼프 행정부의 ‘2017년 세금 감면 및 고용법’을 연장하거나 혹은 공무원 개혁(딥 스테이트 해체) 및 국경 강화를 묶은 법안을 마련해 통과시키는 데 예산조정 절차를 사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