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플레 압력 고착화…가격-임금 하락 악순환 문턱” 블룸버그

내수촉진에도 소비 안 살아나…민간조사에선 임금 감소 포착
정부 지원 받는 전기차·신에너지 분야, 초임 10% 떨어져
중국의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 하락이 임금 하락을 부르고 다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 통신은 10일(현지시각) 중국 경제 현황을 세밀히 분석한 2편의 기사를 쏟아내며 “지난해부터 중국을 괴롭혔던 디플레이션이 이제 급증할 조짐을 보인다”며 즉각적인 조치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전날 중국 국가통계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중국 경제는 소득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식품 비용을 제외한 대부분 경제 분야에서 소비자 물가 상승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비용을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지난 8월 전년 동월 대비 0.3% 상승에 그쳤다. 이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중단 사태를 맞았던 2021년 3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전체 CPI는 0.6% 상승했지만 이는 수요 증가가 아니라 지난달 폭염과 폭우 등 계절적 요인으로 식품 가격 비용이 상승한 결과라는 게 국가통계국 관계자의 설명이었다. 블룸버그는 “악천후로 식품 비용이 상승했음에도 예상치 이하였다”고 평했다.
이를 종합하면 중국 정부의 각종 내수 촉진 정책에도 오히려 소비 수요가 약하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 금융기업 소시에테 제네랄의 중화권 담당 경제학자 미셸 램은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더욱 고착되고 있다”며 “이는 가격-임금 하락의 악순환을 부추길 수 있어 더욱 급진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블룸버그에 밝혔다.
유럽의 주요 은행인 BNP파리바SA 등이 분석한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경제활동 전반을 나타내는 물가지수)는 5분기 연속 하락을 나타내고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분기 연속 하락만으로도 1993년 이후 최장기간 디플레이션 기록이다.
모건 스탠리의 중국 담당 수석 경제학자 로빈 싱은 중국의 임금 하락 증거를 인용하며 “(중국 경제는) 확실히 디플레이션에 빠졌다”며 “아마도 디플레이션 2단계에 접어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은 총공급 증가가 1%에 머물며 수요가 줄어드는 1단계, 공급능력이 약화하면서 총수요가 계속 줄어드는 2단계, 공급·수요 감소가 악순환에 빠지는 3단계로 구분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리스크는 디플레이션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급여가 떨어지면서 가계가 지출을 줄이고, 가격 하락을 예상한 소비자가 구매를 미루면서 수입에 타격을 받은 기업의 투자 위축, 급여 삭감, 직원 해고가 발생하는 것”이라며 “가계와 회사가 모두 파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간 조사에 따르면 이미 이런 일이 현실화하고 있다”며 차이신 인사이트 그룹과 비즈니스 빅데이터(BBD)의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두 민간기업 조사에서 전기차 제조업과 재생 에너지 분야에서 8월 근로자 초임은 2022년 최고점 대비 10% 감소했다.
전기차 제조업과 재생 에너지 분야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산업 분야다. 중국 정부로부터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보조금을 퍼붓는 산업에서 근로자 임금 하락이 나타났다는 점은 중국 전 분야에 걸친 임금 감소 신호로 풀이된다.
민간 조사에서 급여 하락 포착…관변 전문가는 ‘디플레’ 공개 언급
중국 4대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장강경영대학원(CKGSB)이 중국 기업 임원 3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지난달 인건비 증가율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가 지속되던 2020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중국 구인·구직 사이트인 자오핀의 급여 조사에서 지난 2분기(4~6월) 중국 38개 주요 도시 임금은 사실상 동결 수준이었다. “이는 팬데믹 이전 2년간 평균 5% 상승률을 보인 것과는 대조적”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러한 거듭된 위험 신호는 중국 공산당 당국이 자국 전문가들에게 경제에 관한 부정적 논의를 금하고 ‘디플레이션’ 같은 ‘자극적’ 용어 사용을 피하도록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일부 유력 경제 전문가들의 입에 디플레이션이라는 단어가 오르기 시작한 배경이다.
지난 6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의 전 총재(행장) 이강은 상하이의 금융 포럼에 “중국은 지금 바로 디플레이션 압력에 맞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경제 분야 유력 인사가 디플레이션 위험을 공개적으로 시인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평가됐다.
홍콩 핀포인트어셋메니지먼트의 장즈웨이 수석 경제학자도 “디플레이션 전망이 굳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보다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필요하다”며 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투자전문 은행인 골드만 삭스의 중국 수석 경제학자 후이샨은 중국의 경제 당국자들이 이러한 조언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으면서도 미래에 대한 자신감이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수 분기 내에 GDP 플레이터를 개선하는 일은 “도전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