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채소 줍고 가짜회사로 출근..일자리 막힌 中 청년들

체면 지키려 돈 내고 출근하는 ‘가짜 회사’ 등장
버려진 채소로 끼니…청년층 사이에 ‘줍기 열풍’
한 해 대졸자 1200만명,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 “구조적 실업난”
중국 청년층 사이에서 이른바 ‘가짜 회사 출근’와 ‘시장 채소 줍기’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청년들이 실업과 생활고에 직면해 체면과 생존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중국 사회 전반의 불안과 경제 구조적 위기를 보여준다.
지난 7월 말 저장성 항저우의 한 빌딩 사무실에는 돈을 내고 ‘출근하는 것처럼 위장’하는 청년들이 모였다. ‘가짜 출근 무한회사’라는 이름의 이곳은 하루 30위안(약 5800원)을 내면 책걸상과 인터넷, 회의실, 방송 스튜디오 등을 이용할 수 있다.
겉으로는 공유 오피스와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직장이 없는 청년들이 부모나 주변에 직장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찾는다. 일부는 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내고 돌아가지만, 상당수는 실직 상태에서 머물면서 구직 활동을 하거나 일할 공간을 확보한다. 운영자는 “일부는 우리 회사 영업에 합류해 실제로 일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국 내 ‘가짜 출근’ 관련 회사는 올해 20곳 이상 등록됐고, 관련 소셜미디어 조회수는 1400만 회를 넘었다. 한 전직 대학 교수는 “돈을 내고서라도 출근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은 체면을 지키려는 행동”이라며 “실업 확대와 사회안전망 미비가 낳은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시장에서는 ‘시장 채소 줍기’ 현상이 나타난다. 광둥, 저장, 쓰촨, 구이저우 등지에서 청년들이 버려진 채소를 주워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
안후이성의 한 여성 블로거는 “주택담보대출로 매달 2만5000위안(약 488만원)을 갚아야 한다”며 도매시장에서 채소를 주워 요리해 먹는 영상을 공개했다. 그는 ‘0원 장보기’라고 표현했지만, 곧 시장 측은 부정적 이미지를 이유로 줍기를 금지했다.
이 같은 행동은 실업자, 대학 졸업생, 전업주부 등으로 확산됐고, 생활비 절감 효과를 긍정적으로 보는 의견과 체면을 해친다는 비판이 엇갈리고 있다. 한 90년대생 여성은 직접 찍어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버려진 채소를 주워 먹었을 뿐인데 왜 모욕을 받아야 하느냐”고 울먹이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구조적 고용난을 반영한다고 본다. 우선 일자리 자체의 절대적인 부족이다. 올해 신규 대학 졸업자는 1222만 명으로 사상 최대였지만, 대기업 구조조정과 경기 둔화로 양질의 일자리는 줄었다. 고학력자의 취업 실패 사례도 늘고 있다.
이 밖에 내부·외부 요인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진핑 집권 이후 중국 공산당은 세계 2위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국 중심의 질서 재편을 시도했지만, 기술 자립과 반도체 육성은 미국 등 서방의 견제와 중국 정재계의 내부 부패로 차질을 빚었다.
내부적으로는 과잉 생산, 지방정부 부채, 부동산 거품도 경제의 취약 요인으로 누적됐다. 내수 확대 전략은 실업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어려움에 부닥쳤고 부패 관료들은 경제 살리기보다는 자산을 해외로 반출하기에 열을 올렸다.
여기에 인구 고령화,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공급망 혼란이 겹치면서 중국 경제 전반의 하방 압력을 키우고 있어 청년층의 위기가 중국 사회의 불안 요소로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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