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DJ정부서 한솥밥 먹던 韓·朴…20년 지나 ‘창과 방패’로 만난 까닭 

2024년 09월 10일 오전 11:31

김대중 정부 시절 대통령실에서 비서실장과 경제수석비서관으로 한솥밥을 먹던 여야의 두 정치인이 세월이 흘러 소위 ‘창과 방패’로 다시 만나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두 정치인은 한덕수 국무총리와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지난 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질의자와 답변자로 나선 두 사람은 국정 운영을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10일 정치권에 따르면, 당시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DJ정부 당시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한덕수 국무총리는 DJ정부 당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박지원 의원의 질의 요청으로 단상에 올랐다. 박지원 의원은 단상에서 한덕수 총리에게 “대통령이 달나라 대통령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료대란과 관련해 “불만 켜 놓고 문 열어 놓으면 응급실인가”라며 “24시간 문 열고 불 켜놓는 편의점이 아니다”라고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박지원 의원은 그러면서 한덕수 총리에게 “우리는 잘 아는 사이가 아닌가”라며 “우리가 김대중 대통령 모시면서 IMF 외환위기도 극복해 봤고, (한덕수 총리가) 경제수석비서관일 때 스크린쿼터 얼마나 소신 있게 반대했나. 왜 지금은 (대통령에게) 말씀을 못 하나. 옛날의 한덕수로 돌아가달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의원 맹공에 한덕수 총리는 “이제까지 비서실장으로서나 공보수석으로서나 홍보수석으로서나 모든 정권에 걸쳐 최고였던 박지원 의원을 따라갈 사람은 없다”고 치켜세웠다. 한덕수 총리 칭찬에 박지원 의원은 “그럼 대통령에게 건의해서 나를 데려다 쓰라고 해달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이에 한덕수 총리는 “그럼 그렇게 건의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민주당 관계자들 발언을 종합하면 김대중 정부 출범 후 경제수석비서관으로 한덕수 총리를 추천한 인물은 박지원 의원이다.

나아가 한덕수 총리와 박지원 의원이 만난 다음 날부터 민주당 안팎에선 한덕수 총리 후임으로 박지원 의원이 추천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후문이 고개를 들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 만나 “요즘에 국민들이 정치권을 보면서 주고받는 언어도 갈수록 날카롭고 또 굉장히 어떻게 보면 좀 사나워져 있는 측면이 있다”며 “그런 측면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언어도 그만큼 중요해졌다. 아마 박지원 의원은 (총리직을) 정부가 제안하면 수용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도 “앞서 박근혜 정부 사례를 봐도 민주당 또는 호남 출신 정치인을 기용했던 적이 있기 때문에 현 정권에서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존재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실제 지난 2016년 11월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에 김대중 대통령의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전 국회의원을 선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