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대만 ‘청렴한 새 정치’ 약속한 민중당, 부패 스캔들로 몸살

2024년 08월 16일 오후 1:34

깨끗한 정치를 약속하며 젊은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어 돌풍을 일으켰던 대만 제3당 민중당 커원저(柯文哲) 주석이 정치자금 스캔들에 휘말렸다.

정치자금 가짜계좌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전 선대위원장이 사퇴하고 커원저 자신과 민중당 지지율이 동반 급락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자유시보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해 민중당 총통 선거(대선) 캠프는 후보로 출마한 커원저 주석의 유세 비용으로 916만 대만달러(약 3억8천만원)를 업체 2곳에 지불했다고 세금 신고를 했지만, 두 업체는 이 돈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중당은 고의적인 분식회계가 아니라 약 18만 개에 달하는 소액 모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회계사의 실수로 보인다는 입장이다. 선거총간사(선대위원장 격)를 맡았던 황산산 비례대표 의원이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지만 폭풍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민중당은 대선과 입법위원(국회의원 격) 선거가 같이 치러진 지난 1월 선거에서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과 제1야당인 국민당을 “부패가 만연한 집단”이라고 비난하며 청렴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캠페인을 벌였다.

민진당과 국민당 유세 현장에는 청년층이 드물었지만, 민중당 유세장은 청년들로 북적거렸다. 새로운 정치 스타일을 강조하기 위해 민중당은 무대 위에서 춤과 노래로 흥을 돋웠고, 커원저 주석은 기성 세력을 향한 거침 없는 발언으로 청중을 열광시켰다.

여야가 양안 관계, 대만 독립 등 정치적 담론으로 대립하는 것과 달리 민생에 초점을 맞춘 것도 젊은 유권자들을 끌어당기는 요소가 됐다.

여기에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차별화된 전략에 힘입어 민중당은 지난 1월 선거에서 원내 의석수를 기존 5석에서 8석으로 늘렸다.

그사이 여당인 민진당이 51석, 야당인 국민당이 52석으로 어느 당도 과반(57석 이상)을 차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민중당은 캐스팅 보트로서 존재감을 크게 키웠다.

부패한 기성 정치를 종식하겠다며 깨끗한 이미지를 내세웠던 만큼 이번 스캔들의 충격도 컸다. 최근 8월 1일에 발표된 여론 조사에서 민중당 지지율은 6%로 지난해 선거 기간 지지율보다 10%포인트 감소했다.

커원저 주석은 타이베이 시장 재임 시절, 과학단지 건설 사업과 관련해 상업시설 용적률을 부당하게 변경해 개발업체에 거액의 부당한 특혜를 제공한 혐의로 출국 금지 조치를 받은 바 있다.

선거 기간 이미지 쇄신으로 이러한 과거를 털어냈지만, 이번 사건으로 지난 의혹까지 재점화되면서 정치적으로 큰 타격을 입었다.

대만 국립정치대 국제관계 교수 리시후이는 닛케이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민중당 지지 기반이었던 청년들이 당에서 빠져나가고 있다”며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치 평론가들은 국민·민진 양대 정치 파벌이 대립하는 대만 정치 체제 전복을 시도했던 민중당의 도전이 사실상 종말을 맞이했으며, 대만 정세는 기존 구도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