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펌들, 중국 본토서 철수 잰걸음…싱가포르 이전도

한동훈
2024년 07월 10일 오전 11:01 업데이트: 2024년 07월 10일 오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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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긴장, 반간첩법 영향…법적 절차 미흡도 원인

미국 로펌들이 중국 본토에서 철수하는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본 시장 악화, 구조적 경제 문제, 지정학적 긴장 등 경영환경이 악화 등이 원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법무부의 집계에 따르면, 외국 로펌의 중국 사무소 숫자는 2017년 이후 감소 추세다. 2022년 말까지 205개로 줄었고 현재는 그 이하로 떨어진 것으로 추측된다.

닛케이 아시아는 8일(현지 시각) 법률 서비스 데이터베이스 레오파드솔루션을 인용해 중국 내 미국 로펌 직원 수는 2022년 초부터 7월사이 약 100여명 감소한 545명으로 기록됐다고 전했다.

또한 중공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중국에 진출한 미국 로펌이 64곳이었으나 올해 말 60개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비하면 크게 떨어진 수치는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에는 고려할 점이 하나 있다.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 회복을 기대한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내 사업을 확장했었다는 것이다.

홍콩과 베이징에 14명의 파트너와 직원을 둔 것으로 알려진 미국 로펌 데처츠(Dechert)는 최근 올해 안에 중국에서 완전히 철수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향후 아시아 지역 고객 서비스 거점은 싱가포르에 맡길 예정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로펌인 웨일, 고샬 앤드 마게스(Weil, Gotshal & Manges)는 지난 3월 베이징 사무소를 폐쇄했다. 상하이 사무소도 머지 않아 문을 닫는다. 아시아 사업은 홍콩으로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로펌 모리슨 앤드 포어스터(Morrison & Foerster), 메이어 브라운(Mayer Brown)도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중국 내 사업을 정리하기로 했다.

이러한 미국 로펌들의 철수는 중국 경제의 침체와 지정학적 긴장 외에도 중국 현지 법체제 상 고객-변호사 간 비밀유지특권 미흡, 적법 절차의 부족, 최근 발효된 ‘반간첩법’이나 사이버보안 규정으로 인한 불편함 등이 거론된다.

미국 로펌 ‘저우하우저’ 그룹의 법률 컨설턴트 피터 저그하우저는 “대부분의 로펌은 중국에서의 사업기회가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본다. 언젠가는 나아지겠지만 단기간이 아니라 오랜 기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의 우세가 관망되는 미국 대선 결과도 고려 대상이다. 중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기업들은 대선 이후 미중관계가 더 악화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미 이러한 지정학적 위기가 이미 반영됐으며 트럼프가 당선된다고 중국이 외국 기업을 더 괴롭힐 것으로 여기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밖에 중국 공산당의 사회주의 강화 움직임도 리스크 요인으로 꼽힌다.

로펌 메이어 브라운은 지난 2021년 홍콩대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가 중국 국영기업들로 의뢰가 차단됐다. 홍콩대는 대학 캠퍼스에 세워진 공산당 기념물(톈안먼 광장에서의 진압을 지지하는 동상)을 철거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