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시장 경쟁 심화와 중국 정부의 정책 변화, 미-중 관계 긴장 등으로 중국 내 사업 수익성이 계속 떨어지면서 중국 내 외국 기업의 경영 환경이 불확실해지자 국내 대기업들이 하나둘 중국을 떠나고 있다.
15일 금융감독원은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해 롯데케미칼이 중국 화학기업과 합작해 만든 롯데삼강(三江)케미칼 지분을 지난해 전량 매각했다는 내용을 전날 공시했다.
서울에 본사를 둔 대형 화학기업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6월 롯데산장케미칼, 9월 시멘트와 세제 원료를 생산하는 롯데케미칼자싱 지분을 현지 파트너사에 전량 매각하는 등 중국 내 사업을 완전히 정리했다. 이번에 공시를 통해 이를 공식 확인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으로부터 석유화학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국가 중 하나였지만, 최근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수요도 감소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석유화학 기업들의 대규모 증설을 통한 치열한 가격 경쟁이 더해지면서, 중국에 진출한 한국 석유화학 기업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도 중국 사업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중국 베켄 테크놀로지와 설립한 소형 배터리 합작법인 장시 VL 배터리 지분을 지난해 전부 처분했다. 삼성SDI는 지난 2022년 중국 우시와 창춘에 있는 배터리 팩 회사를 청산했다.
자동차 업계도 중국 시장에서 대대적으로 철수하고 있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선두에 서고, 부품을 공급하는 기업들도 뒤따르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21년에 베이징 공장을, 2023년에 충칭 공장을 매각했으며 올해 창저우 공장도 매각할 계획이다. 자동차 강판 공급업체인 현대제철은 중국 법인과 공장 구조조정에 나섰고, 국내 대표적 장비 제조업체인 HL만도는 브레이크와 서스펜션을 생산하는 충칭 법인을 포기했다.
물류업체인 현대글로비스도 지난해 창저우 그룹과의 합작법인인 창저우 글로비스 지분 전량을 매각했다.
기획재정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직접투자(FDI)는 연평균 78.1% 감소해 3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특히 제조업의 대중국 투자 축소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체급 감소는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의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지난 1년간 중국에서 철수하면서 2023년 대중국 FDI는 전년 대비 82% 감소한 330억 달러(약 44조원)로 3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