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테일’ 빠진 中 증시 부양책에 투자자 실망감도 작용
사태 예상한 中 당국, 외자 흐름 주요통계 비공개 전환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글로벌 헤지펀드들은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미국 주식을 사들이고 중국과 신흥시장 주식을 매도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25일(현지시각) 전했다.
골드만 삭스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 팀에 따르면 지난 9월 중국 증시는 정부의 부양책에 힘입어 20% 급등하며 외국 자금이 유입됐으나, 이 자금은 한 달도 되지 않아 이달 중 대량으로 빠져나갔다.
PBS는 투자은행이나 증권사가 헤지펀드 혹은 대형 투자기관에 제공하는 종합 서비스다. 자산 보관이나 청산, 증권 대여, 자금 조달 외에도 기관 투자자의 자금 관리를 위한 포트폴리오 보고서 등을 제공한다.
현재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금 흐름은 외국 경제기관의 집계로만 파악할 수 있다. 중국 당국이 당초 공개하던 외국인 투자 관련 주요 데이터를 감추고 있어서다.
중국 당국은 지난 5월 ‘외국인 투자자 거래 실시간 데이터’를 비공개로 전환한 데 이어 8월에는 ‘외국인 일일 거래 데이터’마저 비공개로 돌렸다. 올해 중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의 대거 이탈이 예상되자 불리한 수치를 감추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해외 분석가들은 지난 9월 중국 증시의 반짝 부양이 일부 언론과 증권사의 발표만 믿고 중국 증시에 투자할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털어먹기 위한 ‘작전’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 PBS팀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23일 기준, 글로벌 헤지펀드들이 중국 주식 보유량을 고점 대비 80%를 축소했다고 추산하며 “이달 신흥시장 순매도는 중국 증시를 주축으로 당사 집계 이후 최대 규모”라고 평가했다.
중국 증시 하락세의 이유로는 ▲중국 정부가 발표한 부양책에 구체적 수치가 빠진 데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당선 가능성 상승에 따른 관세 리스크 증가를 들었다.
MSCI 중국 지수는 지난달 23% 급등한 이후 이달 4% 하락했다. 9월 상승률은 1년 10개월 만의 최고 월간 상승률이었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에서 헤지펀드들이 이달 한국, 인도, 대만, 라틴 아메리카 등 다른 신흥시장에서도 주식을 매도했다면서 MSCI 신흥시장 지수가 전월(6.5% 상승)에 비해 3% 하락했다고 집계했다.
또한 헤지펀드들이 치열한 미국 대선과 관련해 레버리지를 낮추며 변동성 확대에 대비하고 있으며, 특히 주식 종목선정(stock picking) 펀드의 레버리지는 이전 12개월 대비 최저 수준으로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