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세균성 폐렴 확산 주의보…“코로나 병명만 바꾼다” 지적도

강우찬
2023년 09월 04일 오전 11:33 업데이트: 2023년 09월 04일 오전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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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이 ‘마이코플라즈마(Mycoplasma) 폐렴’ 감염이 증가하고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지만, 온라인에서는 코로나19 재확산을 은폐하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현지 당국과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병원 발열 클리닉(호흡기 증상 전문 외래센터)에 발열 증세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하고 있다.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은 마이코플라즈마균 감염에 의해 폐가 심한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심하고 오래 계속되는 기침과 38℃ 이상의 발열이 주된 증상이다. 주로 영·유아에게서 발생한다.

이 병은 중증으로 발전하면 염증이 폐 전체로 번져 방사선 촬영 시 폐가 하얗게 보이는 백폐(白肺) 증상을 나타낸다. 치사율은 높지 않지만 드물게 급성호흡부전증후군에 이르기도 한다. 중국 내에서는 ‘즈위안티(支原體) 폐렴’으로 불린다.

성인에게서는 비교적 보기 드문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확산 소식에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진짜냐?”, “이름만 바꾼 것 아니냐”, “코로나19 재확산을 또 감추려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는 올해 초 코로나19 재확산 당시, 전국 병원에서 발열 증상 등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들에 대해 PCR 검사를 생략하고 일괄적으로 ‘A형 인플루엔자 감염(A형 독감)’으로 진단하는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올해 초 중국에서는 A형 독감이 유행했다. 지난 2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산하 보건전문매체 ‘젠캉구커(健康客户)’는 베이징 당국 주간보고서를 인용해 2월 중순 A형 인플루엔자 감염이 코로나19 감염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A형 독감은 발열과 인후통 등 초기 증상이 코로나19와 비슷해 둘을 구분하려면 PCR 검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중국 각지 병원에서는 발열 증상 환자에 대한 PCR 검사를 시행하지 않고 문진만으로 A형 독감으로 진단했다는 목격담이 SNS에 쇄도했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재확산을 증상이 비슷한 A형 독감으로 감추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코로나19 재확산이라면 당국의 방역 정책이 실패했다는 이야기가 되지만 A형 독감의 유행은 단순히 계절적 요인에 따른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을에 접어든 현재 중국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종인 오미크론 하위변이 ‘EG.5(에리스)’가 확산하고 있다. 이 변이종은 지난달 9일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해 관심 변이로 분류되며 경계 대상 목록에 올랐다.

중국 중앙 방역당국인 국가질병예방통제센터는 지난달 19일 “현재 중국의 많은 성(省)에서 EG.5 감염이 급증하고 있다”며 “EG.5 감염자가 4월 0.6%에서 8월 71.6%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동안 확산 추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경고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후 구체적인 발표는 나오지 않고 있다. 신화통신은 지난달 말 베이징의 한 병원 감염내과 전문의를 인용해 “(이 병원의) 8월 발열 외래센터 일일 신규 코로나19 감염자가 6월과 7월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도 “진단과 치료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변이인지는 확인하지 않았다”며 “이전 감염자에 비해 임상적 변화는 거의 없다. 대부분 경증이고 중증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전했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국가질병예방통제센터 역시 걱정할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센터 관계자는 신화통신에 “4~6월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하면서 집단면역이 형성돼 그 하위변이인 EG.5에도 보호효력이 있다”며 “단기간에 대규모 전염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중국 평론가 리닝은 “관영매체나 당국의 발표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중국의 실제 감염 상황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시민들의 제보를 통해 단편적으로만 알 수 있다”며 중국 측의 여전한 불투명성을 지적했다.

이어 “마이코플라즈마 폐렴이 확산하고 있다는 당국의 발표에 대해 주민들이 보인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은 그동안 감염 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당국이 자초한 부분이 크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