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대만 무력통일에 나설 경우 미국과 주변국의 ‘4선 작전(四線作戰)’에 휘말릴 수 있다는 글이 중국 소셜미디어(SNS)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4선 작전’은 전선(戰線)이 대만해협 한 곳만 형성되는 것이 아니라 한반도, 남중국해, 중국-인도 국경 등 총 4개로 확대되면서 중국이 곤경에 처할 것이라는 주장을 담고 있다.
이는 중국 공산당 당국이 고조된 민족주의가 통제불능 상태로 번져 공산당 정권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것을 우려해 여론 통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만 공격하면 ‘4선 작전’에 직면할 것”
‘동방점병(東方點兵)’이라는 군사평론가는 자신의 SNS 채널에서 대만해협의 정세와 관련해 대만에 대한 무력통일의 필요성을 자주 피력해왔다. 그런 그가 4월 26일에는 그간의 주장과는 완전히 다른 글을 올렸다. ‘대만 수복을 시작하면 중국은 4선 작전에 직면할 수 있다. 우리 군, 신중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서다.
이 글에 따르면, 중국은 절대적인 확신이 있기 전에는 대규모 상륙작전과 해·공군 결전을 쉽게 벌여서는 안 된다. ‘4선 작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대만해협에서 한국, 일본, 주한·주일 미군, 대만군이 구축하는 연합 전선 △한반도 정세를 바꾸기 위한, 남북한 어느 한쪽의 군사 작전으로 인한 전선 △미국이 인도양 일대의 전략적 통로와 무역로를 봉쇄하는 전선 △중국-인도 국경의 무력 충돌로 인한 전선 등이다.
그는 또 “중국의 약점을 미국인들이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며 “대만 수복으로 경제가 큰 타격을 입는 불리한 국면에 직면하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최근 2주 동안 여러 군사 1인미디어들이 이 글을 리라이팅하거나 전재했고, 소후·왕이·텐센트 등 주요 플랫폼들이 퍼날랐다. 이는 시진핑 당국이 국내에서 과도하게 높아지고 있는, 대만 무력통일에 대한 열기를 식히려 한다는 것을 암시한다.
전문가 “공산당 내 강경파에게 경고하는 것”
쑤쯔윈(紫子雲) 대만 국방안보연구소(INDSR) 연구원은 12일 에포크타임스에 “이 글은 객관적인 사실을 반영한 것이지만 과거에는 유사한 발언이 모두 차단됐다”며 “현재 인터넷 유포가 허용되는 것은 베이징 당국이 이를 통해 과격한 매파를 억누르려는 것”이라고 했다.
쑤쯔윈은 군사적으로 보면 중공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3선에서 반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적어도 3선작전은 있을 것으로 본다. 인도는 참전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중공군은 대만해협과 동해에서 반격을 받을 것이고, 인도양이나 말라카해협도 봉쇄될 것이다. 따라서 적어도 동시에 3선작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CNN은 1월 9일(현지시간)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를 전제로 분석한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워게임 보고서를 입수했다고 전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승리할 가능성이 희박하며, 승리한다 하더라도 막대한 비용을 치르는 ‘피로스의 승리(Pyrrhic victory·패배나 다름없는 승리)를 거둘 것이고, 외교든 경제든 중국은 다른 나라로부터 고립될 수 있다고 했다.
쑤쯔윈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비교하며 이렇게 분석했다.
“세계 2위 군사 강국이라 불리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1년여 만에 패배를 눈앞에 두고 있다. 러시아는 지상작전으로 침공했는데도 이러한데, 중공이 대만해협에서 해상·공중 작전을 펼친다면 중공군에 더욱 불리하다. 따라서 러·우 전쟁 상황은 시진핑 당국의 매파에 찬물을 끼얹어 정신을 차릴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11일 논평에서 여론에 대한 검열과 통제가 갈수록 삼엄해지고 있는 중국 인터넷에 최근 기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과거에 민감하게 다뤘던 ‘대만을 침공하면 대가를 치를 것’이라는 발언에 대한 검열이 갑자기 해제됐고, 강경한 전랑 외교의 논점을 분명히 부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는 지난해 10월 열린 20차 당대회에서 ‘대만 독립을 반대한다’는 내용을 담은 당헌(黨章)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조국의 완전한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했다.
중국문제 전문가인 쑹궈청(宋國誠) 대만정치대학 국제관계센터 연구원은 12일 에포크타임스에 “관련 게시글이 ‘반드시 대만을 통일해야 한다’는 중앙의 기조와 배치된다”며 “이것은 확실히 매우 이례적이다. 중앙과 다른 어떤 언급도 중앙의 중요 방침을 함부로 논(妄議)하는 것으로 규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그는 ‘대만을 침공하면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과 비슷한 ‘무장통일 신중론’ 또는 ‘무장통일 대가론’은 당 내부에 줄곧 존재해 왔다고 했다.
“중국공산당도 대만 침공 부르짖는 민족주의에 부담”
한 가지 주목되는 것은 ‘동방점병(東方點兵)’의 이 글이 인터넷에서 유포된 시점이다. 전랑(戰狼) 외교관 루사야(盧沙野) 주프랑스 중국대사가 프랑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구소련 국가들의 주권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해 유럽 국가들의 반발이 이어지자 중국 외교부가 ‘구소련국들의 주권을 존중한다’며 긴급 해명에 나섰다. ‘4선작전’ 관련 게시글은 그다음 날 조용히 인터넷에 유포됐다.
천팡위(陳方隅) 대만 둥우(東吳)대 교수는 12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이 ‘중국 정부도 이런 과열된 대만 무력 통일론을 잠재울 의향이 있다’는 메시지를 국제사회에 의도적으로 내보낸 것”이라고 했다.
천팡위는 “중공은 민족주의를 선동하기 위해 ‘당(黨)은 매우 강하고 대단하다’고 큰소리쳤는데, 대만을 침공해 1~2주 안에 점령하지 못한다면 큰일이기 때문에 출병에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며 대만 침공 열기를 가라앉히게 된 배경을 분석했다.
“대만 침공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출병을 하지 않으면 국민들의 불신을 사게 될 것이다. 그래서 중국공산당은 (대만 무력통일을 부르짖는) 민족주의를 조심스럽게 통제하고 있다. 때로는 여론이 너무 앞서가는 것을 보면 글을 삭제하거나 통제하고 있는데, 이는 민족주의 정서가 지나치게 고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과열된 민족주의는 양날의 검
쑹궈청은 중공 외교관들이 ‘소분홍화(小粉紅化)’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루사예 주프랑스 대사를 예로 들었다. 그에 따르면 루사예의 지나친 언행은 외교관의 인격을 상실하고 실언을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는 ‘민족주의’라는 광란의 열차가 중국 공산당의 통제에서 벗어난, 어느 정도 통제불능 상태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쑤쯔윈은 중국 내부 곳곳에서 모순된 현상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내부에는 현재 서로 모순되는 세력이 맞서고 있다. 과열된 민족주의 현상을 억제해 추락하는 경제를 살리려는 세력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민족주의를 내세워 당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려는 세력도 있다. 후자로 인해 중국 경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볼 것이다.”
1996년 대만 총통 선거에서 중국 공산당은 리덩후이(李登輝)의 재선을 막기 위해 대만해협에 긴장감을 높였지만, 오히려 대만 국민의 반감을 사 역효과를 냈다. 대만 내에 공포 분위기를 조성함으로써 오히려 반중 후보에게 승리를 안긴 경우를 이후 선거에서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베이징 당국은 내년에 있을 대만 총통 선거를 앞두고 대만 침공에 대한 중국 내 토론 공간을 넓혀 대만 위협 수위를 적당히 누그려뜨림으로써 과격한 강경파를 억제하는 한편, 통일전선 공작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왕후닝(王滬寧) 중국공산당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은 9일부터 이틀간 베이징에서 열린 대만공작회의에서 “점차적으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교류를 회복·확대하고 대만 각계·각층의 사람들과 사귀고, 양안 동포의 의기투합을 촉진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천팡위는 베이징 당국이 교류를 빌미로 대만에 더 많은 인력을 파견해 공작 활동을 펼 것이라며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통일전선 수법의 하나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이 태도를 어떻게 바꾸든, 그들은 이미 무력통일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분명히 밝혔다. 미국이 제1 도련선을 확고하게 지키는 한편 대만은 전쟁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