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국가 분열 행위로 대만(중화민국) 국적자를 구금하여 기소한 사실이 알려진 가운데 ‘체포설’이 나돌던 대만 출판계 인사도 체포하여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해당 인사는 대만 출판사 팔기문화(八旗文化) 편집장 리옌허(李延賀)이다.
주펑롄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4월 26일, 기자회견에서 대만 출판인 팔기문화 편집장 리옌허 관련 질문 답변 과정에서 “국가안보를 해치는 활동을 한 혐의로 국가 안보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다.”며 체포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해당 부처는 법률에 따라 그의 각종 합법적인 권익을 보장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리옌허의 혐의를 밝히지 않았지만, 대만 매체들은 그가 중국이 금지하는 책을 출판했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리옌허는 청(淸) 지배 민족 만주족(滿洲族)의 후예로 만주족의 터전인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출신이다. 청의 주력 군단 팔기군(八旗軍) 중 양황기(鑲黃旗)에 속한 사제부찰씨(沙濟富察氏)의 후예로 알려졌다. 양황기는 정황기, 정백기와 더불어 청 황제 직속 부대이다. 사제부찰씨 씨족(氏族)은 청 태조 누르하치가 건주여진을 통합할 때 그의 휘하에 가담한 개국공신 중 하나이다. 만주족 혈통에 자부심을 가진 그는 ‘부찰(富察)’의 중국어식 발음인 ‘푸차’라는 필명을 사용했다. ‘팔기문화’라는 출판사 이름도 팔기군에서 유래했다.
리옌허는 중문학 박사 학위 취득 후 상하이에서 출판인으로 활동했다. 당시 연간 30종이 넘는 책을 출간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그러다 2009년 대만에 정착하여 팔기문화 출판사를 창립하여 편집장으로 활동해 오고 있다. 대만에서 활동 후 대만 대형 서점 금석당(金石堂)이 매년 연말 선출하는 ‘출판인’으로 선정되는 등 대만 출판계에서도 명성을 쌓았다.
리옌허가 편집장으로 있는 팔기문화는 중국 본토에서 ‘금서(禁書)’ 목록에 올라 있는 도서를 다수 출판했다. ‘홍색삼투(紅色滲透): 중국 매체의 글로벌 확장 진상(中國媒體全球擴張的真相)’, ‘신장(新疆): 중국 공산당 피지배 70년(被中共支配的七十年)’ 등 중국 공산당의 실상을 폭로한 책이다.
‘자유시보’ 등 대만 언론들은 리옌허는 중국(중화인민공화국) 국적 소지자로 대만(중화민국)으로 귀화를 하지 않은 상태이며, 중국 당국이 그를 체포한 것에 관한 세부 문제에 대해 대만이 직접 관여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추타이산 대만 행정원대륙위원회 주임위원은 4월 26일, 리옌허의 체포에 대해 “중국이 대만을 위협하고 탄압하기 위해 대만에 대한 원거리 관할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1989년 6‧4 톈안먼(天安門) 민주 시위 주동자 왕단(王丹) 등 팔기문화 소속 작가, 업무 파트너들은 4월 22일, 리옌허 구명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중국이 즉각 리옌허를 석방하여 조속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고 그가 사랑하는 출판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해당 성명에는 라이슈루(賴秀如) 재단법인 중앙방송국(RTI) 이사장도 동참했다. 리옌허는 RTI 방송 진행자로도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