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화 평가절하로도 막을 수 없는 중국의 수출 부진

로카충(羅家聰)
2022년 10월 29일 오후 2:43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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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이론상 화폐 가치 떨어뜨리면 수출 확대
현 글로벌 공급망 특성상 효과 크지 않아
부동산 부채 심각…금리 통한 경기부양도 어려워

최근 중국 경제 지표는 일부 부문에서 반등하고 있으나 전반적인 하락세는 피하지 못하고 있다. 민간과 정부의 소비지출, 투자로 이루어진 내수로 대표되는 중국 국내 경제는 차입을 축소하고 채무를 상환하는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여파로 약세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개선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외부 수요, 즉 순수출에 의존하는 것이다. 언뜻 보기에 중국을 제외한 세계 경제가 중국보다 훨씬 더 나은 상태에 있기에 이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경기 하락 사이클은 이러한 효과를 완전히 무력화시켜버릴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현상에 대응하는 가장 교과서적인 방법은 바로 ‘가격 인하’다. 통화정책 결정자들이 적극적으로 자국 통화 가치를 인하할 수 있고, 시장에 의해 자동으로 하락할 수도 있다. 향후 경기 전망이 악화하면 원자재, 자산 등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는 가장 자연스러우면서도 가장 통제하기 어려운, 시장에 의한 결과이기도 하다. 통화정책 결정자들은 더 적극적으로 관여하기 위해 종종 금리를 인하하거나 자국 통화 가치를 절하한다. 여기서 금리는 투자 자산에, 환율은 순수출에 영향을 미친다.

금리와 환율은 영향을 미치는 부문이 다르며, 이로 인해 둘이 미치는 영향의 결과도 다르다. 금리를 낮추는 것은 저축자(혹은 돈을 빌려준 사람)들의 이익을 희생해가며 돈을 빌린 사람이 이익을 보게 한다.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예금을 보유하거나 대출을 받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환율 하락은 시간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공간적으로 국경을 넘어 영향을 미치게 된다. 자국에 있는 사람들은 가격경쟁력 강화로 수출에서는 이익을 얻지만 수입에서는 외화 가치 상승으로 불이익을 얻을 것이다. 반면 외국인들은 같은 물품도 더 저렴한 가격으로 살 수 있기에 이익을 얻게 된다.

중국은 장기화한 주택 부채 위기를 겪고 있어 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레버리징은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의 효과가 있던 기간보다 더 오래 걸릴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금리를 이용해 경제를 부양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것이다.

버블경제 붕괴를 겪은 1990년대 일본과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융위기를 겪은 2007년의 미국과 같은 사례가 있는데, 양적 완화와 함께 실시한 제로금리는 크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러나 수출 경쟁력은 향상될 것이기 때문에 자국 통화 가치 절하는 중국과 다른 나라 간 경제 성과에서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것을 고려하면 더 그럴듯한 해결책으로 보일 수 있다.

이는 너무 교과서적인 결론이다. 지금 글로벌 공급망은 지나치게 길어져 있어 한 나라가 더 낮은 환율로 가격경쟁력을 갖춘다 해도 총 상품 가격의 일부만 내려가게 된다.

또한 만약 원자재나 반(半)제조제품 100달러어치를 수입해 10달러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후 110달러에 수출하는 것과 같이 원자재를 해외에 의존한다면, 환율 변동은 110달러 전체가 아니라 부가가치인 10달러 만큼에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다시 말해 자국 통화 평가 절하로 중국 수출을 개선하는 방법은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의 실질실효환율과 세계 상품 수출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

첨부된 그래프가 보여주듯이, 세계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율은 중국 위안화의 실질실효환율과 함께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위안화의 가치가 절하됐다고 수출이 늘어나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대신 수출이 호황이면 자본 유입이 증가하고, 이로 인해 오히려 위안화 가치가 오르는 반대 현상이 일어난다. 위안화 평가 절하는 탈출구가 아닌 것이다.

글쓴이 로카충(羅家聰)은 전 중국 교통은행 홍콩지점 수석 경제학자 겸 전략가로 홍콩 시립대 방문교수이자 글로벌 거시경제 및 금융시장 평론가다. 2005년부터 홍콩의 다양한 TV, 라디오, 온라인 방송에 출연하고 수많은 신문·잡지에 칼럼이나 기고문을 통해 시장에 대해 말해왔다. 그는 거시경제 이론에서부터 주식·통화·금리·수익률·원자재에 대한 시장 전망에 이르기까지 미국·유럽·아시아를 넘나드는 경제 및 금융을 주제로 다룬다. 경제학 박사, 수학 석사, 천체물리학 석사 학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