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달라이 라마, 후계자 지명 계획 확인…베이징에 정면 도전

2025년 07월 04일 오후 6:29

티베트 불교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2일(이하 현지시간) 자신이 환생할 것임을 공식 확인하고, 자신의 환생자를 확인할 유일한 권한은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본인 재단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달라이 라마를 분리주의자로 간주해 온 중국 정부의 입장에 정면으로 반하는 발표다.

노벨 평화상 수상자인 달라이 라마는 다가오는 90번째 생일을 앞두고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그는 지난 65년간 중국 공산 정권을 피해 망명한 뒤 다람살라에 거주해 왔다.

이번 발표로 인해 그가 마지막 달라이 라마가 되어 500년 넘게 이어져온 환생 계보가 끝날 수 있다는 오랜 추측에 종지부가 찍히게 됐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가덴 포드랑 재단(Gaden Phodrang Trust)이 “미래 환생을 인지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그 누구도 이 문제에 간섭할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국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毛寧)은 “달라이 라마의 후계자에 대한 승인 권한은 베이징에 있다”고 반박했다.

티베트 불교 전통에서는 정신적 지도자의 환생을 존경의 의미로 ‘툴쿠(Tulku)’라 부른다. 일반인과 달리 툴쿠는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서 태어날지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런 툴쿠 중 한 명인 현 달라이 라마는 1935년 7월 6일 라모 툰둡이란 이름으로 태어났으며, 제14대 달라이 라마이다.

그가 이전에 설명한 절차에 따르면 툴쿠가 사망하기 전 예언적인 편지나 다른 지시 사항, 다음 환생지를 암시하는 단서들을 남길 수 있으며, 후계자는 여러 방법을 통해 확인된다. 이에는 점술뿐 아니라 후보자가 전생의 툴쿠가 알던 사람이나 소지품을 인식할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하는 절차도 포함된다.

하지만 중국 정권은 또 다른 툴쿠의 인식 과정에 개입한 바 있다. 바로 제11대 판첸 라마다.

1995년 달라이 라마가 당시 6세였던 게둔 초걱이 니마를 판첸 라마의 환생으로 지명한 지 며칠 만에 중국 당국은 소년과 그의 가족을 납치했다.

미국 국무부에 따르면 그 이후 이들의 행방은 전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후 자신들이 지명한 후보인 당시 5세였던 걍첸 노르부를 판첸 라마로 임명했으나 달라이 라마가 거주하는 인도 다람살라 측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 2011년 달라이 라마 제도의 종식을 고려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티베트 고승들과 티베트 민중, 티베트 불교의 신자들과 상의한 뒤 자신이 90세가 되는 해에 최종 결정을 밝히겠다고 했다.

달라이 라마는 환생 문제에 대해 “전생과 내생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중국 공산주의자들이 툴쿠의 환생 여부를 논의하는 것은 특히 부적절하다”고 강조했다.

달라이 라마는 자신의 추종자들에게 “중화인민공화국을 포함해 정치적 목적에 따라 지명된 후보자에 대해서는 어떤 인정이나 수용도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며 중국 공산정권을 공식 국호로 지칭했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이 중단될 가능성과 관련, 2015년 당시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부부장이자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소속이었던 주웨이췬(朱維群)은 “베이징의 승인을 받지 않은 환생이나 달라이 라마의 지명 절차는 모두 불법”이라고 중국 관영 매체 신화통신을 통해 주장했다.

그는 이어 “달라이 라마의 환생 여부나 이 전통의 폐지에 대한 결정권은 달라이 라마 개인을 포함한 그 누구도 아닌 중국 중앙정부에 있다”고 말했다.

주웨이췬은 당시 전국정협 민족종교위원회 주석직도 맡고 있었다.

한편 달라이 라마는 2024년 3월 출간된 자신의 저서 ‘목소리 없는 이들을 위한 목소리(Voice for the Voiceless)’에서 “나의 환생은 자유 세계에서 태어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정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