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현지시간) 조르지아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들(Fdl) 대표가 이탈리아의 첫 여성 총리로 선출된 가운데, 그가 지난 23일 대만 중앙통신사와 인터뷰한 내용이 재조명받고 있다.
“집권하면 이탈리아는 대만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삼을 것”
멜로니 대표는 Fdl을 주축으로 한 이탈리아 우파연합이 집권하면 대만에 대한 중국의 무력시위를 규탄할 것이라며 “이탈리아는 대만 문제를 중요한 의제로 삼을 것이다. 이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유럽연합(EU)이 대만해협의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다른 민주국가처럼 모든 외교·정치 수단을 동원해 중국에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EU가 중국의 주요 수출 시장 중 하나라는 점을 잊지 말라”라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면 중국을 향한 EU 수출 시장은 폐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일대일로 참여는 큰 실수… MOU 기간 연장 가치 보이지 않아”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유일한 일대일로(一帶一路: 육상·해상 실크로드) 참여국이기도 하다. 멜로니 대표는 이를 두고 ”이탈리아 정부가 일대일로에 참여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말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9년 시진핑 중국공산당 주석의 이탈리아 방문 기간에 중국과 일대일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MOU의 유효기간은 체결일로부터 5년인데 만료일 전까지 양국 모두 반대 의사를 표하지 않을 경우 MOU 기간은 자동으로 연장된다.
하지만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후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며 중국 당국이 주도한 홍콩 민주화운동 탄압, 위구르 등 소수민족 차별, 대만을 향한 무력시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중국의 애매한 입장 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만약 내가 내일 아침 그 각서 갱신에 서명한다면, 그것은 정치적 상황을 거의 고려하지 않은 판단일 것”이라고 말했다.
中, ‘관련 인사’에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지 말 것” 경고
흥미로운 것은 중앙통신사가 멜로니 대표의 인터뷰 기사를 발표한 당일 저녁 이탈리아주재 중국대사관이 ‘관련 인사의 대만 문제 관련 발언에 대한 성명‘을 홈페이지에 발표했다는 점이다.
중국대사관은 성명에서 “중국은 일전에 대만 문제에 대한 부정적인 발언을 접했다. 이는 대만 문제를 핑계로 이슈 몰이를 하고 대중 강경 입장을 떠벌리는 행위다”라며 “중국은 해당 발언에 대해 강한 불만과 결연한 반대를 표명한다”고 밝혔다. 또 ‘관련 인사’에게 “대만 독립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피하기 위해 대만 문제의 고도 민감성을 충분히 인식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철저히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다만 중국 측은 ‘관련 인사’가 구체적으로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멜로니 “세계화 반대, 종교와 가정의 가치 강조…Fdl은 전통 보수 정당”
한편 국내외 대다수 언론은 멜로니 대표를 ‘여자 무솔리니’라고 소개하며 그가 이끄는 Fdl이 극우 정당이라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멜로니 대표는 Fdl이 영국 보수당이나 미국 공화당과 같은 정통 보수 정당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올해 초 스페인의 보수 정당 복스(VOX)당 집회에서 “오늘날 우리의 정체성을 정의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적’으로 간주되고 있다”며 “(그래서) 나는 나 자신을 이탈리아인, 여성, 크리스천 또는 어머니로 정의하는 대신 반드시 모(某) 국민, 모 성별, 부모(parent) 1호 또는 부모 2호로 인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드시 하나님, 나라, 가정을 지켜야 한다”며 세계화에 반대하고 종교와 가정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가족 구성에 찬성하고, 성소수자(LGBT)의 로비에 반대한다. 성적 정체성을 찬성하지만 젠더 이데올로기는 반대한다. 이슬람교도의 폭력에 반대하고 국경 수비 강화에 찬성하며 집단 (불법) 이민에 반대하고 거대한 국제 금융에 반대하며 EU 관료들을 반대한다!”고 외쳤다.
에포크타임스 시사전문가 헝허는 “멜로니는 극우 성향 정치인이 아니라 보수주의와 전통 이념을 주장하는 정치인처럼 보인다”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