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CCP와의 연계 우려로 쿡제도에 대한 지원 동결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 공산당(CCP) 관계자들에게 양국 간 무역 및 관광 확대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윈스턴 피터스 외무부 장관이 쿡제도에 대한 원조 동결 방침을 발표하며 내각을 놀라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쿡 제도의 중국과의 관계 심화에 대한 우려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뉴질랜드와 쿡 제도는 드문 형태의 공식 관계를 맺고 있다. 쿡 제도는 뉴질랜드와 자유연합협정을 맺고 있어 내정은 독자적으로 운영하지만 외교, 재난 대응, 국방 등은 뉴질랜드 지원을 받고 있다. 쿡 제도 국민은 뉴질랜드 시민권자이며 뉴질랜드 내에 큰 규모의 쿡 제도 이주공동체가 존재한다.
양국은 2001년 ‘공동 100주년 선언(Joint Centenary Declaration)’을 체결해 국방 및 안보 관련 상호 협의 의무를 규정했다. 피터스 장관은 마크 브라운 쿡제도 총리가 올해 2월 베이징을 방문해 중국과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체결했을 당시 뉴질랜드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는 해당 방문 전후로 어떠한 사전 협의도 받지 못했으며 쿡 제도의 브라운 총리는 이후 양국의 공동 이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음을 인정했다.
피터스 장관은 자신도 지난 2월 브라운 총리의 방중 당시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에게 해당 문제를 제기했으며 왕이 외교부장은 뉴질랜드와 쿡 제도의 관계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 외교통상부(MFAT)는 6월 초 쿡 제도 정부에 원조 동결 결정을 공식 통보했다. 이 사실은 6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현지 언론에 유출되며 공개됐다.
이번 결정으로 영향을 받게 되는 예산은 2025~2026 회계연도 개발 원조 약 1820만 뉴질랜드달러(약 160억 원)다. 이는 쿡 제도 국내 수입의 약 4%에 해당한다. 뉴질랜드는 지난 3년간 총 2억 뉴질랜드달러 규모의 개발 원조를 제공해 왔으며 피터스 장관은 이 관계가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임을 강조했다.
피터스 장관은 올해 체결한 양국 간 선언문은 쿡 제도 정부가 뉴질랜드의 이익에 “본질적으로 어긋나는 정책”을 피하고 중대한 국제 행보에 있어 “충분하고 의미 있는 협의”를 진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브라운 총리는 별도 쿡 제도 여권 발급을 제안했지만 쿡 제도 내 반대와 뉴질랜드의 강력한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해당 제안이 양국 간 헌법적 연계를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해 5월에는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제3차 중국-태평양도서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팅이카 엘리카나 쿡 제도 외교이민부 장관과 회담을 가졌다. 회담 직후 중국 정부는 양국 관계를 “글로벌 사우스 간 상호 지원”이라고 표현하며 “쿡 제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지지하는 데 대해 감사한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쿡 제도 웰링턴 대사관은 중국 외교부 대변인 궈자쿤(郭家坤)의 발언을 인용한 게시물을 페이스북에 공유하기도 했다.
피터스 장관은 6월 19일 기자들에게 중국과 체결한 협정 및 그 협상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뉴질랜드 측의 질의에 쿡 제도가 만족스러운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리가 책임을 지는 대상인 쿡 제도 국민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가 책임을 지는 뉴질랜드 납세자들을 대표해 뉴질랜드의 입장이 무엇인지 우리 대응에서 매우 분명히 밝혔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러한 결정을 내렸을 때 쿡 제도 측에 우리 측 고위 관리들이 이번 협정과 양측 관계에 대한 오해와 혼란을 해소하기 위한 작업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현재 양측 관리들은 뉴질랜드가 원조 재개를 고려하기 위해 쿡 제도가 밟아야 할 절차를 검토해 나갈 예정이다.

2024년 6월 15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만난 리창(李強) 중국 국무원 총리(왼쪽)와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오른쪽). | Fiona Goodall/Getty Images
럭슨 뉴질랜드 총리는 현재(19일 ) 첫 공식 방문차 중국에 머물고 있으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와의 회담이 예정돼 있다.
중국의 반응이나 시의적절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피터스 장관은 이번 원조 중단 결정은 중국과 관련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뉴질랜드가 쿡 제도와 맺은 특별한 관계, 뉴질랜드와 자유연합(free association)을 체결한 니우에 제도 혹은 뉴질랜드령인 토켈라우 제도와는 또 다른 형태로 맺은 관계와 연관돼 있다”며 “이런 관계는 수십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쿡 제도 야당 대표 티나 브라운은 원조 중단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브라운 총리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중국과 맺은 협정의 전체 내용을 달라고 요구하며 그것이 원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확인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총리는 국민들에게 뉴질랜드와의 관계가 복원되고 있다고, 여전히 신뢰가 있다고 말해 왔다. 그런데 아침에 ‘쿡 제도 뉴스’를 통해 이런 소식을 들었다는 게 무엇을 의미하나?”라고 반문했다.
그녀는 이어 “뉴질랜드 외교부 대변인의 발언을 보면 향후 쿡 제도의 대응에 따라 미래 원조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면서 “매우 걱정된다. 그다음은 또 뭘까 하고 말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쿡 제도 외교이민부(MFAI)는 성명을 내고 “2001년 체결된 공동 선언에 따른 협의 의무 해석에 있어 의견 차이와 단절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면서도 뉴질랜드와의 ‘높은 신뢰 관계’ 회복에 전념하고 있으며 웰링턴의 재정 지원에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이번 원조 중단과 관련한 MFAI 장관 성명은 6월 20일 쿡 제도 의회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한편 뉴질랜드에서는 노동당 부대표이자 태평양 커뮤니티 담당 대변인 카멜 세풀로니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를 통해 신중하게 피터스 장관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세풀로니 부대표는 “정부가 쿡 제도에 대한 원조를 중단하기로 한 결정에 대한 나의 초기 입장은—중국과의 협정 체결이 우리와의 자유연합협정과 어긋난 것은 맞지만 시급한 대면 협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총리가 중국에 있는 시점에서의 발표는 시기상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뉴질랜드와 호주 양국에서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뉴질랜드는 전통적으로 서방에 충성을 다해 온 태평양 소국들 중 하나인 미크로네시아의 키리바시공화국에 대한 신규 개발 원조를 지난 1월 중단했다.
*박경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