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정부 “팔레스타인 국가로 승인 않기로…인정할 실체 없어”

뉴질랜드는 9월 26일,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많은 가까운 동맹국들과는 다른 입장이다.
윈스턴 피터스 뉴질랜드 외교부 장관은 유엔 총회 연설에서 이러한 발표를 하여 대부분의 관측자들을 놀라게 했다.
피터스는 최근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한다고 발표한 호주, 영국, 프랑스를 포함한 다른 국가들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뉴질랜드 국민들이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시민 공격의 잔혹성에 충격을 받았다”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하마스는 미래의 어떤 팔레스타인 국가에도 설 자리가 없다. 그들은 오직 증오만을 알 뿐이다.”
그러나 그는 동시에 “우리는 또한 이스라엘 정부의 지나치게 불균형적인 대응이라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하지만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은 복잡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한 오래된 격언이 있다. ‘현이 너무 팽팽하면 끊어지지만, 너무 느슨하면 악기가 소리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 인정을 조기에 시사함으로써 2국가 해법을 보호하고 촉진하기를 희망했던 국가들은 오히려 엉뚱한 결과를 목격하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가 국제법을 무시하고 서안지구에서 불법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면서, 가자지구에서 광범위한 비난을 받는 군사 행동을 계속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가 인정은 역효과를 낼 것”
뉴질랜드는 팔레스타인을 인정한 국가들의 선의를 인정하지만, 그런 결정을 내리는 것은 “변경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실존적 저항에 불과할 것”이라고 피터스는 말했다.
그는 “평화를 위한 수단으로서의 국가 지위 인정은… 인정할 만한 완전히 합법적이고 실체가 있는 팔레스타인 국가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동맹국들의 사전 발표 이후 우리가 관찰한 바에 따르면 지금 팔레스타인을 인정하는 것은 역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즉, 하마스는 자신들이 전 세계 선전전에서 승리하고 있다고 믿으며 협상을 거부하는 한편, 이스라엘을 더욱 완고한 군사적 입장으로 밀어붙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금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는 것은 하마스와 이스라엘 양측 모두에게 정치적 지렛대를 쥐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하마스는 동맹국들의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 발표를 이용, 자기들의 승리라고 우길 것이다. 이스라엘은 반대로, 그것이 하마스에 잘못된 보상을 주는 것이며 인질 석방과 휴전 합의에 대한 압박을 무효화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는 미래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다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정치 지도부가 인류에게 부담이 아닌 자산이 되고, 상황이 분쟁에서 평화로 전환될 때” 그게 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부총리이자 ACT당 대표인 데이비드 시모어는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 올린 게시물을 통해 피터스 장관의 발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 정부가 외교 정책에서 독자성을 보여준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정치적 과장 없이, 우리는 연립정부로서 쉬운 선택지가 없는 끔찍한 상황에서 문제들을 검토하고 올바른 입장에 도달했다.”
노동당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는 것”
노동당의 외교 대변인 피니 헤나레는 이 결정을 “당혹스러운 일”이라고 부르며 뉴질랜드를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크리스토퍼 럭슨 총리는 옳은 일을 지지할 기회가 있었지만 실패했다.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서는 2국가 해법이나 중동의 지속적인 평화는 있을 수 없다. 우리는 또한 이스라엘에 대한 의미 있는 제재가 필요하다. 러시아에 했던 것처럼 무역 및 경제 관계를 단절하고, 자산을 동결하며, 지명된 개인들에 대한 여행 금지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뉴질랜드의 결정은 호주, 영국, 프랑스 등 많은 국방 및 무역 파트너들과는 반대되는 것이지만, 미국은 예외다. 미국과 뉴질랜드는 모두 호주, 캐나다, 영국을 포함하는 파이브 아이즈 동맹의 회원국이다.
한편, 뉴질랜드가 대화 파트너 지위를 가진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의 회원국 중 단 두 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가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을 선택했다.
그러나 태평양 도서국들의 입장은 뉴질랜드와 일치한다. 뉴질랜드가 정회원국인 18개국으로 구성된 태평양 도서국 포럼 중에서 바누아투와 파푸아뉴기니만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한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 결정을 내리는 데 참고했던 모든 내각 문서를 공개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