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수리남’이 연일 화제이다. 이어 논란도 이어진다.
9월 14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수리남은 넷플릭스 TV 쇼 부문 글로벌 톱 3위를 차지했다. 한국을 비롯해 바하마, 홍콩, 케냐, 모로코,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등 총 8개국에서 1위를 기록했다. 넷플릭스 본사가 있는 미국 본토에서도 7위에서 5위로 올라섰다.
수리남은 영화 ‘범죄와의 전쟁’ ‘공작’ 등을 제작한 윤종빈 감독이 넷플릭스의 지원을 받아 약 35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해 제작한 6부작 드라마다.
수리남은 남미 국가 수리남을 장악한 무소불위의 마약 대부 전요환(황정민 분)으로 인해 누명을 쓴 한 민간인 사업가 강인구(하정우 분)가 국가정보원 요원 최창호(박해수 분)와 함께 비밀 임무를 수행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드라마 내용은 실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남미 수리남에서 대규모 마약 밀매 조직을 운영하다 붙잡힌 한인 마약왕 조봉행 씨 이야기를 모티브로 삼았다. 조봉행 씨 이야기를 접한 배우 하정우가 작품화를 윤종빈 감독에게 권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반적인 내용은 유명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남미 마약 카르텔을 다룬 ‘나르코스’와 유사하다. 실제 영어 이름도 마약 밀매자들을 뜻하는 스페인어 ‘나르코스(Narco)’와 성자들을 뜻하는 ‘세인츠(Saints)’를 합친 나르코스 세인츠(Narco-Saints)이다.
비(非)영어권 TV쇼 최초로 2022년 에미상을 수상한 ‘오징어게임’, 올해 전 세계 안방 극장을 강타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이은 기대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수리남은 뜻밖에 외교 문제로 비화했다.
‘수리남’의 배경은 남아메리카의 수리남공화국(Republic of Suriname)이다. 국토 면적 163,821㎢로서 남아메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로서 브라질, 가이아나, 프랑스령 기아나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자국(自國)을 배경으로 한 한국인 마약왕, 수리남 화교 사회, 국가정보원, 미국 법무부 마약단속국(DEA) 간 ‘마약 전쟁’을 다룬 드라마를 두고 수리남 정부가 공식 항의했다. 제작사인 넷플릭스를 상대로는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9월 13일, 알버트 람딤(Albert Ramdin) 수리남 외교·국제무역·국제협력부 장관은 “자국명을 사용하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이 수리남을 부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수리남 현지 신문 ‘수리남헤럴드’에 따르면 알버트 람딤 외교장관은 “수리남은 지난 수년간 마약 운송 국가로서 나쁜 국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노력해왔지만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으로 인해 다시 불리한 상황에 놓였다.”고 지적했다.
람딘 장관은 “이 드라마 시리즈가 수리남의 마약 두목에 대한 것이지만 수리남을 ‘마약 국가’로 몰아넣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어 알버트 람딘 장관은 “영화 제작자가 수리남을 그렇게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한 이유가 있을 것이며 ‘수리남’ 시리즈 제작자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과도 굉장히 좋은 외교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접촉이 있을 것이다.”라고도 했다. 이는 외교 경로를 통해 우리나라에 문제 제기를 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라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드라마 수리남에는 한국인 마약왕에게 매수된 부패한 수리남 대통령도 등장한다. 데시 바우테르서(Desiré Delano Dési Bouterse) 전 대통령을 모티프로 한 인물로 추정된다. 데시 바이테르서는 육군 장교 출신으로 1980년 쿠데타에 성공하여 실권을 장악했다. 이후 2010~20년 대통령으로 재임했다. 독재를 비판한 언론인 등 15명 등을 총살했으며, 1999년 코카인 밀매 혐의로 네덜란드 현지 궐석재판에서 징역 11년형을 선고받은 적도 있다. 자국 전직 고위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묘사도 수리남 정부를 불편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리남은 16세기부터 네덜란드 지배를 받았다. 네덜란드 속령(屬領) 시절에는 ‘네덜란드령 기아나(Nederlands-Guiana)’라고 불렸고 1954년 자치권을 얻어 네덜란드왕국 구성국이 됐다. 그러다 1875년 네덜란드로부터 독립하면서 현재의 수리남공화국 국명을 사용하고 있다.
한국과는 1975년 11월, 공식 수교하고 주(駐) 수리남대사관을 개설했으나 1993년 폐쇄하고 주 베네수엘라 대사관이 주 수리남대사관을 겸임하고 있다. 수리남 측은 주 중국대사관이 한국 업무를 관장한다.
주 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은 9월 13일 홈페이지 공지글을 통해 “수리남에 거주하는 한인 여러분께서 드라마 방영 여파로 많이 곤혹스러우실 것으로 짐작된다. 여러분의 안위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지했다. 주베네수엘라 한국대사관 자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수리남 거주 교민은 48명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9월 14일 “해당 넷플릭스 시리즈 방영 이후 우리 정부에 대한 수리남 정부의 입장 표명은 없었다.”고 확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