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은행들이 대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기업들에 비공식적으로 금리 혜택을 제공하고 은행 간 대출 거래를 하는 등의 이례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중국공산당(CCP)이 코로나19 봉쇄 방역 정책과 부동산 시장 침체로 어려워진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 은행들에 더 많은 통화를 시장에 풀도록 압박한 데 따른 현상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23일 한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중국인들은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대출을 꺼리는 분위기”라며 “일부 중국 국영 은행들은 기업과의 대출 계약을 연장하기 위해 (기업이 기존 대출 계약을 상환하는 대신) 동일한 금리의 예금 상품에 해당 자금을 예치하도록 권하는 방법 등을 통해 대출 거래량을 조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또 다른 은행들은 단기 금융 약정을 통해 은행 간에 서로 자금을 빌리면서 이를 신규 대출 건으로 위장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경기 침체로 중국 기업과 일반인들은 대출 꺼려해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주요 정책 금리를 인하하고 부동산 개발업체와 지방정부 및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 강화 정책을 시행하는데도 신용 거래가 급감하는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7월 신용 대출 건수는 5년 만에 가장 작은 증가율을 보였으며 가계 대출 건은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중국 동부 저장성에 위치한 유명 전자제품 공급업체는 최근 다수의 중국 은행으로부터 최저 금리 조건의 대출 제안을 받았지만 이를 모두 거절했다. 프랑스 에너지관리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을 포함한 주요 기업에 물품을 공급하고 있는 이 회사의 CEO는 “우리는 우선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회사 운영과 완만한 성장을 이뤄내기에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며 “불투명한 경제 전망으로 인해 대출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 봉쇄 정책과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러한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도 했다.
중국 은행들이 직면한 난제
중국 은행들은 부동산 위기로 전국적인 건설 중단이 잇따름에 따라 전례 없는 부동산 담보 대출 보이콧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신용평가사 S&P는 “중국 은행들은 최악의 경우 3500억 달러(470조 9250억 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중국의 부동산 담보 대출 건은 10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의 경우에는 상반기에 약 1070억 위안(20조 9217억 원) 증가해 총 2조 9500억 위안(576조 8135억 원)을 기록했다.
대다수의 중국 은행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은 전체 대출 중에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인민은행 자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중국 은행들은 21억 위안(4106억 7600만 원)의 부동산 담보 대출 연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최근 중국 은행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을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소매점의 경우 대부분 담보가 없고 신용 등급도 낮기 때문에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고금리의 온라인 대부업체가 유일한 선택지가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공산당의 통화 공급 정책, 전문가들은 비관적
중국 국영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8월 22일 성명을 통해 “은행은 실물 경제를 지원하는 것 외에 중소기업과 녹색 개발, 과학 기술 혁신 및 기타 분야에 대한 신용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우리는 경제 회복과 발전을 위한 토대를 공고히 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민은행은 8월 주요 정책 금리를 전격 인하하기로 발표했다.
급격히 악화된 중국 경제에 중국 공산당도 조치를 내놓고 있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 개발업체에 대한 대출 등 광범위한 대출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2000억 위안(39조 98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경제학자들은 “이러한 광범위한 통화 공급 조치는 중국이 대출 수요 감소로 인한 ‘유동성 함정’에 직면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했다. 유동성 함정이란 중앙은행이 통화 공급을 확대해도 투자와 소비 등 실물경제 활동으로 이어지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중국 초상증권 수석 애널리스트 랴오즈밍은 “중국의 경기 침체로 금융업계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다”며 “또한 은행들은 부실채권 증가로 인해 더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영국 국영 은행 및 보험 지주회사 냇웨스트그룹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류페이첸은 “정책금리 인하가 약해진 신용 성장 모멘텀을 바꿀 수 있는 실질적인 해법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며 “기업과 가계 심리가 매우 취약해졌기 때문에 부동산 침체와 코로나19 봉쇄 정책은 여전히 신용 거래 수요의 주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