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관리, 中 영사관 외압 폭로…“션윈 공연 대관취소 요구”

멕시코 취재팀
2022년 05월 08일 오전 10:53 업데이트: 2022년 05월 08일 오후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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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예술무대에서 중국 전통문화 부활을 표방하고 있는 공연단체가 장기간에 걸쳐 중국 정권의 견제와 압력을 받고 있다.

중국 문화를 알리겠다는 공연단을 중국 정권이 환영하기는커녕 오히려 억압하는 것은 공연 내용이 ‘공산주의 이전의 중국’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멕시코 지방정부는 최근 미국 션윈예술단과 맺은 공연장 대관 계약을 취소하라는 외압을 받았다고 밝혔다. 외압을 가한 곳은 현지 중국 영사관으로 확인됐다.

5일(현지시각) 멕시코 중북부 케레타로시(市)는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션윈예술단과 메트로폴리탄 씨어터가 맺은 대관 계약(5월 10~11일)을 취소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받았다고 공연 주최 측인 멕시코 파룬따파 학회에 알렸다.

이에 따르면 멕시코 중국 영사관은 서한과 이메일, 전화, 소셜미디어 메시지를 통해 케레타로시를 포함해 적어도 멕시코 3개 도시에 비슷한 요구사항을 전달했다.

본지가 협회를 통해 입수한 서한 사본은 하단에 영사관 인장이 찍혀 있었으며, ‘션윈 공연이 중국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중국은 공연 개최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는 경고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이 서한은 또한 “공연이 예정대로 열릴 경우 멕시코-중국 간 50년 외교관계를 해칠 것”이라면서 션윈예술단의 도시 체류를 금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션윈은 ‘공산주의 이전의 중국 문화 부흥’을 표방하고 있다.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선 이후 문화대혁명 등으로 파괴된 중국 전통문화를 복원하고, 과거 중국에서 번영했던 문화를 제대로 보여주겠다는 취지를 내세우고 있다.

구즈만은 “션윈은 올해로 7년째 멕시코에서 공연하고 있다. 케레타로시 공연은 4년째”라며 “그런데 중국 영사관이 유독 올해 션윈을 비방하고 나선 것은 이번 시즌 공연에 담긴 메시지가 그만큼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추측했다.

그는 “션윈은 공산당이 없는 중국을 보여주고, 중국 공산당이 파괴한 중국 전통문화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보여준다”며 “이는 중국 공산당이 감춰왔던 진실이다. 중국 공산당은 늘 진실을 감추고 자신의 실체를 숨겨왔다”고 설명했다.

중국 영사관은 서한에서 “파룬따파와 션윈 공연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내용을 전달하고 싶다”며 시청 소속 공무원, 지역 학자, 언론 등 유력인사들과 메신저를 통해 연결시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파룬따파(法輪大法)는 파룬궁(法輪功)이라는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진 중국의 심신수련법이다. 1990년대 중국에서 대중에 공개됐으며, 참됨(眞), 착함(善), 참음(忍)을 수련원칙으로 삼는다. 인격 수양과 신체 단련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중국 공산당은 1999년부터 파룬궁을 금지하고 수련자를 박해하기 시작했다. 중국 공산당 최고 권력자가 당시 파룬궁의 엄청난 인기를 자신의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백만 명의 수련자들이 감옥 등 수용시설에 갇혔고 강제노역, 고문, 강제 장기적출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에포크 타임즈 사진
2000년 1월 10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2명의 중국 경찰이 파룬궁 수련자를 체포했다. | Chien-Min Chung/AP/연합

20년 이상 이어진 수련단체에 대한 박해는 중국 현대사에서 가장 거대한 사건으로 남았고 이는 션윈예술단 일부 작품의 모티브가 됐다. 박해로 인한 비극과 피해자들이 이를 극복하고 정신적으로 승화한 작품들이 여러 해에 걸쳐 다뤄졌다.

이 과정에서 강제 장기적출의 참혹함과 그로 인해 파괴되는 중국의 개인, 가정, 인간관계가 세밀하게 묘사된다. 중국 정권은 이 같은 반인륜적 범죄가 드러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교롭게도 영사관이 서한을 발송한 당일 유럽의회는 중국 내 강제 장기적출을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범죄”이자 “정권이 승인한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긴급 결의안을 채택했다.

션윈 사회자 구즈만은 션윈은 미국의 공연예술 저작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공연단이 멕시코에서 공연을 하는데 중국 정권이 간섭하고 있다. 중국 정권이 멕시코에 이래라저래라하는 것은 주권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케레타로시는 중국 영사관의 서한을 받자, 주저 없이 바로 이 사실을 션윈 주최 측에 통보했다.

구즈만은 “이는 케레타로시 공무원들이 공직자로서의 책임에 충실함을 보여줬다. 션윈은 지난 2018~2019년 멕시코인들이 뽑은 ‘올해의 공연’에 선정됐다. 케레타로 시장이 중국 정권보다 시민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케레타로 시장은 3년 전 션윈을 직접 관람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 중국 영사관이 대관 취소를 요구한 바로 그 메트로폴리탄 씨어터에서였다.

그는 당시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시에서 세계적 수준의 공연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기대를 뛰어넘는 완성도와 예술성을 목격했다. 매년 션윈 공연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었다.

루이스 베르나르도 나바 게레로 케레타로 시장이 지난 12일(현지시각) 메트로폴리탄 씨아터에서 열린 션윈 공연을 관람했다. 2019. 4. 12 | 에포크타임스

그러나 2020~2021년은 글로벌 팬데믹으로 인해 션윈 공연이 개최되지 못했고, 멕시코 관객들은 3년 만인 2022년에야 션윈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

한편, 13~15일 션윈 공연이 예정된 멕시코 시티 공연장인 ‘오디토리오 내셔널’과 17~18일 공연 예정된 산루이스포토시의 공연장도 중국 영사관의 대관 계약 취소 압력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오디토리오 내셔널 관계자는 “2주 전 대관 계약을 취소하라는 전화를 받았다”면서 “하지만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주최 측에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우리 공연장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션윈 공연에 활짝 열려 있으며, 확고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편집 남창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