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거액의 수출계약을 따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개최한 외빈 환영행사에는 불참했다.
지난 4일 오후 푸틴은 전용기를 타고 베이징에 도착해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가진 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다.
서방 주요국 정상들이 대거 불참한 가운데 중량급 외빈으로 개막식에 참석한 푸틴의 일거수일투족이 각국 언론의 관심사가 됐다.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조는 모습이 뉴스화되기도 했다. 일종의 정치적 제스처였다는 해석도 더해졌다.
푸틴의 개막식 참석은 ‘공짜’는 아니었다. 러시아는 푸틴의 방중에 맞춰 중국과 거액의 석유·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에 따르면, 4일 이 회사는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향후 10년간 1억t톤의 석유를 카자흐스탄을 경유해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회사 측은 국제 원유가격의 변동성으로 정확한 규모를 추산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호가 기준 총 800억 달러 규모의 공급계약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러시아 국영 가스기업 ‘가스프롬’ 역시 보도자료를 내고 CNPC와 연 100억㎥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기존 계약(연간 380억㎥)에서 26%를 추가한 것이다. 자세한 액수는 발표되지 않았지만, 이번 계약 역시 1천억 달러 규모로 추정됐다. 그 외 10여 개의 크고 작은 계약이 중-러 간에 체결됐다.
그러나 이 같은 호의를 만끽한 푸틴은 5일 시진핑이 주최한 외빈 환영 오찬에는 참석하지 않았다.
시진핑이 부인 펑리위안 여사와 함께 베이징 인민대회장에서,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 외빈들을 초청해 개최한 이 행사를 보도한 관영 CCTV 뉴스에는 푸틴에 대한 언급이 실종됐다.
CCTV 보도영상에서도 개막식에 참석했던 외빈 25명의 모습이 모두 확인됐지만, 푸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오래 자리를 비우기 힘든 상황임을 고려하더라도 찬바람이 쌩 도는 뒷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동계올림픽은 개막식에 참석한 각국 정상급 인사가 20여 명에 그쳐 ‘반쪽’ 행사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을 비롯해 서방 주요국 정상들은 인권 문제나 방역 통제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CNN은 참석한 정상들 대부분이 친중국 성향의 권위주의 지도자들이라고 평가했다.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은 또 다른 의미의 돈잔치이기도 했다. 올림픽 개막식을 앞두고 거액의 선물을 받은 외빈이 푸틴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지난달 25일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개최한 화상 정상회담을 통해 5개국에 중국 시장 개방과 상품 수입, 장학금 제공 등을 약속했다.
이 회담에서 시진핑은 “중국이 향후 3년 동안 중앙아시아 국가들에 5억 달러를 무료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고, 5개국 정상들은 “개막식에서 만나기를 기대하겠다”고 화답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