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벌어지는 인권탄압은 중국 공산당이 해체돼야 끝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강수확률 80%로 비 예보가 내려졌던 19일 서울 명동-을지로 일대에서 한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의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이날 휴일을 맞아 시내 외출을 나왔다가 우연히 퍼레이드 행렬을 발견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게 됐다는 한 베트남 유학생 툭징 씨는 “(탄압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기상청 예보와 달리, 이날 새벽 내리던 비는 오전 9시 무렵 잦아들기 시작해 행사가 개시된 오후 1시에 가까워서는 구름 사이로 살짝 햇살이 비칠 정도로 날이 갰다.
신종코로나(중공 바이러스)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시행 중인 가운데 한국 내 파룬궁 수련자들 모인 이유는 이날이 중국 공산당(중공)의 파룬궁 탄압 21년째를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명상수련법인 파룬궁(정식명칭 파룬따파·法輪大法)은 1999년 7월 20일부터 본격적인 탄압을 받게 됐다. 이후 세계 각국 파룬궁 수련자들은 매년 이날 박해 사실을 알리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가진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사단법인 한국파룬따파불학회(이하 불학회) 권홍대 학회장은 이날 성명을 내고 “파룬궁 수련생들이 21년간 한결같이 이 길을 걸어온 이유는 공산당이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때 공산당의 거짓선전에 속아 온 선량한 중국인민과 공산당에 동조한 세계인들이 공산당과 함께 순장 당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알려 주려는 것”이라고 행사 취지를 밝혔다.
불학회 측은 이날 행사를 “박해반대 21주년”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파룬궁 수련자들이 중공의 탄압을 수동적으로 당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비폭력 평화적인 방법으로 박해의 부당함과 잔혹함을 알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의미다.
또한 ‘탄압’ 대신 ‘박해’라는 용어를 썼다. 로마의 폭군 네로 황제가 초기 기독교를 박해했던 것처럼 중공의 파룬궁 탄압 역시 인간의 신념과 신앙에 대한 억압으로 보는 시각이 담겼다.
권 학회장은 “현재 약 3억6천만 명의 중국 인민이 공산당 3대 조직(중국 공산당, 공산주의 청년단, 소년선봉대)에서 탈퇴했다”며 “천멸중공(天滅中共), 이제 하늘이 중공을 멸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초청 인사로 연단에 선 김정민 국제전략연구소 김정민 소장 역시 중공에 대한 반대의 뜻을 명확히 했다.
김 소장은 “중공을 해체시키는 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오늘 행사에) 참가했다”면서 “파룬궁은 중국 공산당 인권유린의 가장 큰 피해자인데도 21년간 포기하지 않고 평화적, 비폭력적으로 저항한 것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1시 서울 중구 청계천 한빛 광장에서 시작된 행사는 2시 광장을 출발, 을지로 2가를 거쳐 명동 롯데백화점 앞을 지나 회현역 사거리를 통과해 남산 부근까지 약 2km 구간을 행진한 뒤 3시 반께 마무리됐다.
행렬은 아마추어로 구성된 80여 명 규모의 마칭밴드 ‘천국악단’을 선두로 파룬궁 동작 시범단과 중국 전통악기 ‘요고’ 연주단 등으로 구성됐다. 중공의 강제 장기적출을 알리거나 희생자 추모영정이나 현수막을 든 이들도 있었다.
현수막은 ‘파룬따파를 수련하면 더 좋은 사람으로 바뀝니다’ ‘1999. 7. 20 중공이 파룬궁 불법 탄압 시작’ 등 수련효과를 홍보하거나 탄압사실을 알리는 내용이었다.
행사 참가자는 주최 측 추산 700여 명. 하얀 모자와 노란색 셔츠, 하얀 바지를 맞춰 입은 참가자들은 3미터씩 간격을 두고 행진했고 전부 마스크를 착용했다. 마스크에는 ‘천멸중공(天滅中共)’, ‘박해정지파룬궁’, ‘CCP OUT’ 등 행사 취지를 알리는 문구를 부착해 이색적이었다.
참가자 최영숙 씨는 “2005년 7·20 행사에 처음 참여했을 때 영정 사진을 들었다”며 “(희생자들은) 진선인(眞善忍·파룬궁의 근본원칙)을 수련하다가 박해로 사망했다”고 말했다.
참가자 라진홍 씨는 “중공의 인권 박해를 널리 알리는 행사에 동참하고 싶었다”며 중공의 홍콩 국가안전법 시행과 공자학원을 통한 사회주의 이념 확산에 대해서도 우려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명동, 을지로 거리에는 일요일을 맞아 시내 외출을 한 시민들이 퍼레이드 행렬에 눈길을 보냈다.
시민 김영민 씨는 “파룬궁 수련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 적출 같은 인권탄압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끔찍하다”며 “어느 나라든 종교의 자유와 인권은 보장돼야 한다. 국제사회와 공조해 이런 문제들이 하루빨리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시민 유진아 씨는 “중국 공산당에 박해받는 티베트나 홍콩 사태를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사실 공산당이 잘못한 것이지 중국인들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중국인과 중국 공산당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게 어렵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중국인 A씨는 참가자들이 보여주던 ‘진선인은 좋습니다(眞善忍好)’라는 표어에 대해 “세계 보편적 가치를 담은 말이라고 생각한다”며 “진선인을 말과 행동으로 실천하는 파룬궁 수련자들이 중국에서 정정당당하게 설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파룬궁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파룬따파 정보센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수십만 명의 파룬궁 수련자가 교도소 등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고 신앙 포기를 강요받으며 고문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이러한 탄압은 1999년 이후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다.
불학회 오세열 사무총장은 “중국에서 생체 장기적출 같은 전대미문의 범죄행위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아직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며 “중국 공산당이 있는 한 박해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불학회 측에 따르면 지난해 5월 미국 정부는 각국 파룬궁 수련자들에 “인권 유린 및 종교박해 가담자에 대한 비자발급을 거부한다’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전 세계 17개국 종교박해 피해자들을 만나 박해상황을 청취하고 문제해결을 약속했으며 이 자리에는 처음으로 파룬궁 수련자도 초청됐다.
한편, 이날 행사를 마친 후 불학회 측은 명동 중국대사관 측에 21년간 계속된 파룬궁 박해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