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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대신 ‘앱’으로…ADHD 증가에 디지털 치료기기 도입

2025년 12월 13일 오전 10:00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 연합뉴스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 연합뉴스

디지털 치료기기, 2026년부터 소아 ADHD 임상 적용

“SNS 사용 증가, 아동 ADHD 증상과 통계적 연관성”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사용이 일상화된 환경에서 아동·청소년의 주의력 저하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약물 치료를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 디지털 치료기기가 제도권 의료로 도입된다.

보건복지부는 13일 ‘신의료기술의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고시’ 일부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2026년 2월부터 만 6세 이상 13세 미만 소아 ADHD 환자를 대상으로 한 디지털 치료기기 처방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의료 기술 발전에 맞춰 환자 안전과 치료 선택지를 확대하기 위한 취지다.

고시에 따르면 ‘디지털 치료기기를 이용한 소아 ADHD 환자의 인지적 멀티태스킹 훈련’이 혁신의료기술로 등재됐다. 대상은 주의력결핍 우세형 또는 복합형 ADHD로 진단받은 소아로, 소아청소년과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모바일 의료용 애플리케이션을 처방하는 방식이다. 환자는 앱을 통해 작업 기억력, 충동 조절, 지속적 주의력을 강화하는 훈련을 받게 되며, 4주간 하루 최대 5회까지 개인별 맞춤 훈련을 수행한다.

이 치료법은 게임과 유사한 형식을 띠지만, 내부적으로는 인지적 멀티태스킹 훈련 알고리즘이 적용돼 있다. 정부는 해당 기술이 안전성과 잠재적 유효성을 갖췄다고 판단해 2026년 2월 1일부터 2029년 1월 31일까지 약 3년간 신고된 의료기관에서 임상 사용을 허용했다. 약물 치료에 부담을 느끼는 보호자와 아동에게는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 같은 디지털 치료 도입은 최근 아동의 ADHD 증상 증가와 맞물려 주목받고 있다. 해외 연구에 따르면 소셜미디어 사용이 아동의 주의력 저하와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8일(현지 시간)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와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연구진이 미국 아동 약 8300명을 장기간 추적 조사한 결과를 보도했다. 연구 결과는 소아과학 학술지 ‘소아과 오픈 사이언스(Pediatrics Open Science)’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에 따르면 조사 대상 아동은 하루 평균 TV·온라인 영상 시청에 2.3시간, 소셜미디어 사용에 1.4시간, 비디오게임에 1.5시간을 소비했다. 이 가운데 게임이나 영상 시청과 ADHD 증상 사이에서는 뚜렷한 연관성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소셜미디어 사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아동의 부주의 증상을 높이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의 메시지 알림, 지속적인 자극 구조가 집중 유지 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토르켈 클링베리 카롤린스카연구소 교수는 “메시지가 왔는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정신적 산만함이 유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향은 사회경제적 배경이나 유전적 요인과 무관하게 나타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미국에서 ADHD 진단을 받은 아동의 비율은 2003~2007년 9.5%에서 2020~2022년 11.3%로 증가했다. 연구진은 아동이 최소 이용 연령인 13세 이전부터 소셜미디어에 노출되고, 나이가 들수록 사용 시간이 급증하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하며 보다 엄격한 연령 인증과 미디어 기업에 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호주는 최근 세계 최초로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규제에 들어갔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고시 개정을 통해 디지털 치료기기 외에도 전신마취 환자의 통증을 정량적으로 감시하는 ‘수술통증파형지수(SPI) 감시’ 기술을 신의료기술로 인정했다. 손가락 센서를 통해 맥박 변화를 분석해 통증 반응을 수치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기존 방법과 비교해 통증 예측 정확도가 동등 이상인 것으로 평가됐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환경이 아동의 뇌 발달과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치료 기술 발전과 함께 사용 환경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