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설치한 안보기관인 ‘국가안전공서’ 초대 수장에 공안이나 정보기관 출신이 아닌 인물을 임명했다.
지난 3일 중국 공산당 국무원은 정옌슝(鄭雁雄·56) 전 중국 공산당 광둥성위원회 상무위 비서장을 홍콩 국가안전공서 수장으로 임명했다.
광둥성이 홍콩과 가깝긴 하지만, 정옌슝은 홍콩 업무를 직접 맡아본 경험이 없어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언론에서는 의외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옌슝의 과거이력을 들여다보면 이번 인선에서는 당 지도부의 의중이 드러난다.
광둥성 선전부 경력을 지닌 정옌슝은 광둥어가 유창하다. 그동안 중국 중앙정부의 홍콩 관련 기관 고위직 인사들은 모두 베이징 표준어를 사용했다. 정옌슝은 홍콩인 또는 홍콩 관련 기관을 향한 메시지 전달력에서 이점이 있다.
또한 선전부 경력을 살려 홍콩에 대한 사상통제를 강화할 것으로도 보인다. 당 지도부가 사상단속을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는 점에서 선전공작에 능한 정옌슝에 거는 기대감이 관측된다.
아울러 정옌슝은 수개월 지속한 격렬한 대규모 주민시위를 강경하게 진압한 경험이 있다. 그는 지난 2011년 산둥성 산웨이(汕尾)시 당서기 재직시절 우칸(烏坎) 마을 주민들의 강제 토지수용 반대 시위를 다뤄본 ‘경력자’다.
당시 우칸 마을에서는 지방 당 간부들이 주민들 몰래 토지를 개발업자에게 매각해 주민 수천 명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고, 마을 대표가 경찰에 끌려가 구타당한 뒤 숨진 것이 드러나면서 주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이 사건은 외신을 통해 해외로도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비난 여론을 일으켰지만, 정옌슝은 오히려 “마을 주민들이 외국 세력, 외국 매체와 관계가 있다”며 매도한 뒤 마을을 봉쇄하고 수도와 전기를 끊도록 지시했다.
사태는 주민들이 4개월간 버틴 끝에, 당국이 우칸 마을에 민주 선거를 통한 촌민위원회 구성을 승인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후 5년간의 풀뿌리 민주주의 실험은 결국 실패로 끝났고 개발업체와 토지 반환 협상도 지지부진했다.
결국 우칸 마을 사태에 대해서는 중국 당국이 ‘민주 선거 실시’라는 미끼로 시간만 끌면서 주민대표를 각개 격파해 사건 자체를 흐지부지 끝났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홍콩은 오는 9월 입법회(의회격) 선거를 앞둔 상황이다. 시위대에 맥 못 추던 캐리 람 장관 대신 투입된 정옌슝의 가세로 홍콩 정국은 더욱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정옌슝이 홍콩 국가안전공서 수장에 임명됐다는 소식에 수년 전 미국으로 망명한 전 우칸 마을 주민지도부 출신 인사는 4일 자신의 트위터에 “어제는 우칸, 오늘은 홍콩”이라고 쓴 글과 사진을 게재하고 “주민 대표를 살해한 정옌슝은 당의 꼭두각시”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牠曾参与镇压我村
牠杀死我的战友——薛锦波
牠跟你玩阴的 也跟你玩硬的
但牠只是党的傀儡
牠是——郑雁雄 pic.twitter.com/6HdYYH6YoC— 庄烈宏 (@kiddjoneke) July 4,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