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정신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붙잡힌 젊은 만화가의 사연이 억압적인 중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냈다.
중국 안후이성 화이난에 사는 웹툰작가 장동닝(여·22)씨가 최근 “일본만화에 영향을 받아 일본문화를 극도로 숭배하는 친일분자”로 찍혀 당국에 체포됐다.
장씨의 죄목은 ‘모욕죄’다. 장씨를 체포한 화이난 공안 당국은 지난달 28일 발표한 통고문에서 “(장씨가) 중국인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중국역사를 의도적으로 왜곡했으며, 중국과 해외에 대한 잘못된 내용을 퍼뜨렸다”고 전했다.
장씨는 지난 2년 동안 중국의 사회적 이슈를 다룬 풍자만화 300여 편을 인터넷에 연재하며 인기를 얻어왔다. 그녀는 젊은 여성들 사이의 전통스타일 의상 유행, 퇴직연금을 받지 못한 참전용사의 사연, 태국 뷔페를 초토화시킨 중국 관광객 논란 등을 소재로 삼았다.
그러면서 장씨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중국인은 모두 돼지로, 외국인은 그냥 사람으로 표현했다. 일부 중국 네티즌은 “중국인을 모욕했다”고 강하게 반발하는 대목이다.
중국인에 대한 모욕이라기보다는 서글픈 현실을 꼬집었다는 평가도 있다. 장씨는 올해 초 돼지해를 맞아 그린 작품 ‘2019 행복한 돼지해’에서 중국지도를 붉은색 돼지로 표현하고 중국에서 발생한 충격적 사건과 항의하는 사람들을 표현했다.
장씨의 체포와 관련해서는 “중국 공산당이 정권 수립 70주년을 맞아 온오프라인에서 검열을 강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장씨외에도 그녀의 작품을 퍼나르던 루모씨 등 8명이 “중화에 반대하고 일본을 따르는 친일인사”라는 비난과 함께 체포됐다.
중국 온라인에서는 아직 22세인 장씨를 모욕죄로 체포한 당국의 처사가 과민하다는 반응이다. 중국 네티즌들은 웨이보에서 “장씨 만화에 공감이 많이 됐는데, 범죄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작품 어디에 친일사상이 담겨 범죄가 되는지 당국은 모습을 드러내고 설명할 수 있나?”라고 한탄했다.
한 네티즌은 “먹는 것은 오염된 음식이고, 마시는 것은 오염된 물이며, 숨 쉬는 것은 오염된 공기”라며 “(중국인이 처한) 진실을 그려줘서 고맙다”며 장씨를 응원하기도 했다.
중국 반체제 언론인 가오위는 “올해는 돼지해다. 돼지를 테마로 한 작품이 뭐가 문제냐”며 “많은 중국 가정에서 갓난아기를 ‘아기돼지’라는 애칭으로 부른다”며 장씨를 변호했다. 가오 기자는 중국의 엘리트 주의 정치를 다룬 기사로 7년간 투옥됐다 풀려났다.
장씨의 작품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산둥성의 푸웬 변호사는 “(모욕죄가 성립하려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이 경우 피해자가 있다면 중국인이겠지만, 중국인 모두가 자신의 존엄과 평판이 훼손됐다고 여길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의 장치위 변호사는 무료 변호를 자처했다. 그는 홍콩 언론과 인터뷰에서 “(장씨는) 실제 상황을 만화로 그렸다. 전 중국인을 모욕했다고 장동닝을 고발한다면 그건 안된다. 나는 중국인이지만 그녀의 작품에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