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베네수엘라·이란을 지렛대로 한 미국의 신(新) 대중국 전략
2026년 1월 16일,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인근 해역에서 열린 브릭스 플러스 해군 합동훈련 마지막 날, 이란 군함이 사이먼스 타운 해군기지 근처의 폴스베이를 항해하고 있다. | Esa Alexander/Reuters/연합 2026년 1월 3일, 미국은 현대사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조치를 단행했다. 현직 국가 지도자를 무력으로, 직접적이고도 단호하게 축출한 것이다.
미군은 치밀하게 계획된 ‘절대적 결의 작전’을 통해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을 생포했다. 두 사람은 미 해군 강습상륙함 ‘이오지마’로 이송된 뒤 뉴욕으로 압송됐으며, 맨해튼 연방법원에서 마약테러, 코카인 밀매 공모, 무기 밀매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국제사회는 즉각 양분됐다. 중국은 이번 작전에 대해 “주권국가에 대한 노골적 무력 사용”, “충격적인 행동”이라며 강하게 비난하며, 미국이 스스로를 ‘세계의 재판관’으로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이란에서는 초인플레이션, 통화 붕괴, 극심한 경제난으로 촉발된 전국적 반정부 시위가 3주째 이어지고 있었다. 인권단체들은 수백 명의 이상의 시위대가 사망하고 1만 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밝혔다.
보안군은 치명적 무력 사용과 대규모 구금으로 대응 강도를 높였고, 사법부는 ‘신속 재판’을 촉구했다. 1월 8일에는 전국적으로 인터넷이 차단돼 시위대의 소통과 정보 전달이 크게 제한됐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시위대를 “외세의 조종을 받는 파괴자이자 방해꾼”이라고 규정하며,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직접적인 경고를 내놓았다. 그는 이란 보안군이 평화적 시위대를 학살할 경우 미국이 개입해 시위대를 보호하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1월 15일 미국의 군사공격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막판에 연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실 세계에서의 전략
‘절대적 결의 작전’과 같은 군사작전은 즉흥적 결정이나 한밤중에 올린 트윗에서 갑자기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작전은 수년에 걸친 정보망 구축, 과거의 기소장에 기반한 법률적 대응, 여러 정부기관의 긴밀한 공조, 방대한 비상계획 등이 겹겹이 축적돼 마침내 실행되는 결과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보낸 강경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 방식은 군사작전과는 다르다. 그는 이란 정권이 자국민을 잔혹하게 탄압할 경우,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 수 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런 발언은 단순한 외교적 수사가 아니라, 한번 선언하면 되돌리기 어려운 무거운 약속이 된다.
대통령이 이렇게 명확한 ‘레드라인’을 그어 놓으면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상황의 긴장도는 크게 높아진다. 그리고 그 레드라인을 집행하지 않을 경우, 미국은 정치적 신뢰도와 국제적 영향력에서 큰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사실을 역사는 여러 차례 보여 준 바 있다.
이런 움직임이 충동적이지 않다고 해서 모든 과정이 중앙에서 완벽하게 설계된 각본에 따라 움직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실의 전략은 완전한 통제와 혼란 사이, 그 중간 지점에서 전개된다. 정부나 이른바 ‘딥스테이트’라고 불리는 관료 조직도 국제정세의 모든 변수를 지배할 수는 없다.
다만 그들은 장기 목표에 맞춰 여러 가지 선택지를 미리 준비해 두고, 경제 위기나 정치 불안, 국제 질서의 급변 같은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실제 결정은 대부분 오랫동안 준비된 선택지와 다시 오기 힘든 순간적 기회가 만나는 시점에 구체화된다.
전략적 사고 방식 변화의 필요성
수년 동안 워싱턴은 전 세계의 분쟁을 서로 연결되지 않은 ‘각개 전투’로 취급해 왔다. 어느 지역에서는 불길을 끄는 데 집중하고, 다른 지역에서는 상황을 관망하는 식으로 대응해 온 것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런 지역 갈등에 시선을 빼앗긴 사이, 중국 공산당은 국제사회가 단일하게 대응할 만큼 노골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영향력을 꾸준히 넓혀 왔다. 때로는 분쟁을 뒤에서 지원해 긴장이 계속되도록 만들며, 미국의 외교적 여력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는 중국이 모든 사태를 뒤에서 조종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대리 국가가 꼭두각시일 필요는 없으며, 이해관계가 일치하기만 해도 충분히 중국의 전략적 이익에 기여할 수 있다.
이처럼 해결되지 않은 채 남겨진 위기들은 미국의 외교력을 소모시키고 동맹 간 조율을 어렵게 만들었다. 그 결과, 미국이 가장 집중해야 할 ‘자유세계 대 중국 공산당’이라는 본질적 경쟁 구도는 계속해서 후순위로 밀려났다.
그 대표적 사례가 베네수엘라다. 마두로 정권은 지난 10여 년 동안 중국의 수십억 달러 규모 석유 담보 대출로 체제를 유지해 왔으며, 2025년에는 하루 수십만 배럴의 석유를 중국 본토로 수출했다. 오늘의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적대국들이 활동하는 전진 거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란도 유사한 패턴을 보인다. 2025년에 갱신된 장기 전략 협정은 중국과 이란의 에너지·군사 협력을 더욱 공고히 했으며, 이란은 이를 통해 제재를 우회하면서도 중동의 불안정 속에서 미국의 외교적 집중력을 계속 붙잡아 두는 효과를 보고 있다.
2025년 미국 국가안보전략(NSS)은 더 이상 세계 전 지역을 개별적인 영역으로 다루지 않고 있다. 대신 모든 지역을 단일한 대국 경쟁의 일부로 규정하고, 그 중심 위협으로 중국을 명확히 지목했다. 러시아는 부차적 위협으로 분류돼 전략적 부담이 줄어들었고, 그만큼 미국은 아시아에 더 많은 역량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미국은 서반구(아메리카 대륙)를 ‘역외 세력의 개입을 차단해야 할 최우선 지역’으로 명시했다. 이를 위해 이민·난민 흐름 관리, 마약 조직 단속, 핵심 인프라와 항만의 전략적 배치 등이 주요 정책 수단으로 제시됐다.
이 같은 접근은 아메리카 대륙 내 외국 세력의 상업적 거점이 전략적 영향력으로 확대되는 것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전통적 ‘반(反)외세’ 원칙의 현대적 부활로도 해석된다.
미국의 새판짜기 전략
여기 하나의 가설이 있다. 지금 미국은 중국을 직접 정면에서 압박하기보다, 주변부부터 잘라내는 ‘단계적 고립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즉, 본격적인 미·중 충돌에 들어가기 전에 주변의 완충지대, 간접적 이익 구조를 먼저 정리해 전체 전략 환경을 다시 짜는 방식이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산업과 공급망을 미국 본토나 우방국으로 재이전하는 움직임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베네수엘라는 이러한 전략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마두로 정권은 결코 혼자 버티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쿠바 정보기관과 안보기구는 저렴한 석유를 제공받는 대가로 마두로 정권의 내부 통제를 도왔고, 이는 국제 제재 속에서 쿠바 경제를 지탱하는 중요한 생명줄이 됐다.
또한 중국은 대규모 대출과 에너지 협력을 통해 베네수엘라에 사실상 ‘재정적 산소’를 공급했다. 이 밖에도 여러 외국 네트워크가 정권을 뒷받침하면서, 마두로 체제는 여러 겹의 안전망과 복원력을 갖추게 됐다.
그러나 마두로 정권이 무너지면 그 여파는 연쇄적으로 번져 나간다. 쿠바는 가장 중요한 생명줄을 잃게 되고, 제재를 우회하던 석유 공급망도 크게 축소된다. 베네수엘라에 기반을 둔 외국 세력의 활동 공간 역시 흔들린다. 전략판에서 한 개의 ‘노드’가 떨어져 나가면, 그와 연결된 다른 노드들도 자연스럽게 약해지는 구조다.
이란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현지에서 계속되는 대규모 시위에 더해 미국의 직접적인 경고까지 겹치면, 테헤란 체제 내부의 균열은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이런 변화의 파장은 이란 내부에만 머물지 않는다. 중동 주요 에너지 공급망이 좁아지고, 지역 내 ‘대리전 허브’ 역할이 약화되며, 미국을 계속 붙잡아두던 오랜 골칫거리 하나가 약해지는 효과가 생긴다. 동시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해 온 이란제 드론 공급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전술적 수준에서 보면, 미국의 압박 방식은 점점 개인과 특정 네트워크를 직접 겨냥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 과거처럼 광범위하게 비난을 쏟아내는 대신, 송환 요구, 자산 동결, 정보 공개 같은 구체적 조치가 중심이 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는 거리에서 벌어지는 탄압을 외교·안보 문제와 직접 연계하며, 그동안 따로 취급되던 ‘국내 탄압’과 ‘국제 관계’ 사이의 경계를 사실상 무너뜨렸다.
이 과정을 한 줄로 요약하면, 중국이 외부에 쌓아왔던 영향력의 생태계를 점점 희석시키는 작업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의 공식 대화는 계속 이어지고 있고, 무역 협상은 느린 속도로 진행되며, 정상회담에서는 원론적 수준의 발언만 나온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신뢰가 회복됐기 때문이 아니라, 미국이 주변 전략 환경을 재정비할 시간을 벌기 위한 ‘전술적 지연’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대목은 최근 일련의 사례에서 중국 공산당이 위기 상황에 놓인 동맹국이나 대리세력을 끝까지 보호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네수엘라, 이란, 그리고 지난해 여름의 이란–이스라엘 전쟁까지,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이 사실은 중국과 ‘영원한 파트너십’을 맺었다고 믿는 다른 국가의 지도자들에게 분명하고 강력한 경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미국 역시 과거에 여러 차례 동맹을 버린 전력이 있다. 그러나 최소한 현 행정부는 동맹이 유지되기 위해 미국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그 기준을 매우 분명히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새판짜기 전략’의 위험성
설령 미국의 이른바 ‘새판짜기 전략’이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것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만능 해법은 아니다. 넓게 흩어져 있던 여러 갈등을 정리하는 대신, 오히려 위험이 특정 지점으로 집중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정 분쟁을 강제로 마무리하려 들면, 문제를 해소하기보다 압력이 더 압축돼 폭발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동안 여러 만성적 위기가 일종의 ‘안전판’ 역할을 해 온 만큼, 이런 안전판이 사라지면 갈등이 더 크게 치닫거나 강대국 간 충돌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동맹국이 워싱턴과 같은 위협 인식을 공유하는 것도 아니다. 유럽과 중남미의 일부 국가는 미국의 일방적 조치를 부담스러워하며 강경 대응을 주저할 수 있고, 이는 동맹 내부의 갈등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경쟁국도 가만히 있을 가능성은 낮다. 미국의 ‘새판짜기’가 진행되면서 중국에 유리했던 여러 우회 전선이 약화될 경우, 베이징은 사이버 공격, 경제 압박, 새로운 영향력 지점 등 다양한 방식으로 맞대응 수위를 높일 수 있다. 중국이 만들어낼 수 있는 우회 전선의 수가 제한적이라는 가정도 틀릴 수 있으며, 미국이 항상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기대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부의 정치적 지속성 역시 중요한 변수다. 이런 전략은 장기간의 꾸준한 실행을 필요로 한다. 압박이 안정적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정권이 흔들리기는커녕 오히려 더 강경해지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2026년 중간선거처럼 예측 불가능한 정치 일정은 전략 실행을 중단시켜, 결과적으로 현재보다 더 나쁜 상황을 만들 위험도 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미국의 조치가 점점 개인화, 구체화되면서 모호성이 줄어든다는 점이다. 보이지 않는 임계선을 건너는 순간, 상대 정권은 생존 위협을 느끼고 예측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행동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 경우 긴장을 완화할 수 있는 공간은 순식간에 사라질 수 있다.
이 전략이 실제 상황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략적 전환은 말이 아니라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드러난다. 만약 앞서 제기한 가설이 맞다면, 몇 가지 징후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첫째는 순차적 압박이다. 압력이 무작위적으로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순서에 따라 전개되며, 각 단계에서 미국의 전략을 방해해 온 ‘분산 노드’나 간접적 지렛대 역할을 하던 지점을 차례로 겨냥하게 된다.
둘째는 개인화된 조치다. 추상적 비난은 줄어들고, 각국의 지도자·자금 제공자·지원 네트워크가 기소, 자산 몰수, 신상 노출 등 개인 단위의 구체적인 압박을 받게 된다.
셋째는 시간 벌기 전략이다. 미·중 간 대화와 협상은 계속 이어지지만 결론은 나지 않는다. 하지만 주변부 압력이 줄지 않았는데 미국이 양보만 한다면, 이는 시간 벌기 전략이 아니라 중국에 대한 유화나 수용의 신호로 볼 수 있다.
넷째는 불안정에 대한 낮은 인내심이다. 미국이 어떤 사안에서 행동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안정 유지보다는 즉각적이고 분명한 조치를 우선할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행동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동맹국이든 경쟁국이든 빠르게 진정을 유도해 긴장을 낮추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미국은 불필요하게 갈등을 키우는 새로운 부수적 전선을 만들지 않으려 할 것이며, 새로운 지역에서 전장을 여는 데도 관심이 줄어들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정책 초점은 더 좁고 명확한 목표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분석은 최근의 움직임을 설명할 수 있는 전략적 논리를 탐색하기 위한 시도일 뿐, 그 행동을 찬성하거나 반대하려는 목적은 아니다. 다만 앞으로 몇 주, 몇 달 사이에 매우 흥미로운 전개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 타무즈 이타이는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거주하는 기자이자 칼럼니스트입니다.
* 이기호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에포크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