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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 미국대사 1년 넘게 공백…워싱턴과 직접 소통 부재 우려

2026년 01월 08일 오전 9:17
케빈 김 주한미대사대리 | 연합뉴스케빈 김 주한미대사대리 | 연합뉴스

후보 거론 없는 이례적 상황, 한미 최고위 외교 채널 제약 지적

케빈 김 전 주한 미국대사대리가 부임 두 달여 만에 본국으로 복귀했지만, 신임 주한 미국대사 후보는 여전히 거론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1년이 지났음에도 대사 지명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주한 미국대사 공백이 역대 최장 기록을 경신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교부는 7일 “주한미국대사관으로부터 케빈 김 대사대리가 워싱턴으로 복귀했음을 공식 통보받았다”며 “당분간 제임스 헬러 공관차석이 대사대리로서 한미 간 긴밀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주한미대사관 홈페이지도 같은 날 대사대리 명단을 헬러 차석으로 수정했다. 헬러 대사대리는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국 부차관보 대행과 상하이 총영사를 지낸 정통 외교관으로, 지난해 7월 주한미대사관에 부임했다.

김 전 대사대리는 본국 복귀 후 국무부에서 근무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미 실무협상을 담당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외교 소식통이 “당장은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신임 주한 미국대사 인선이 사실상 멈춰 있다는 점이 외교가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현재 주한 대사 후보로 공식적·비공식적으로 거론되는 인사는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에는 미셸 박 스틸 전 연방 하원의원, 마이클 영 전 텍사스 A&M대 총장, 데이비드 스틸웰 전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알렉스 웡 한화그룹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이 후보로 언급됐지만, 최근에는 유력 후보군 자체가 사라진 상태다. 미 상원 인준 절차까지 고려할 경우, 지금 지명이 이뤄지더라도 실제 부임까지는 최소 수개월이 소요돼 주한 미국대사 공백이 18개월을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주한 미국대사 공백 장기화에 따라 핵추진 잠수함 건조 후속 협상, 주한미군 역할 조정, 한미 동맹 현대화 논의 등 주요 안보 현안을 둘러싼 최고위급 소통에 제약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대사 부재가 이어질 경우 트럼프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의 직접적·상시적 소통이 상대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외교관협회(AFSA)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지난해 12월 19일 기준 전체 195개 대사직 가운데 80곳이 공석이다. 한국뿐 아니라 독일·덴마크 등 일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호주·뉴질랜드 등 주요 동맹국에서도 대사 지명이 지연되고 있다.

다만 미국 내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우 북한 핵·미사일 문제와 한미 동맹 재조정이라는 민감한 현안이 동시에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대사 공백 장기화의 외교적 부담이 더 크다고 평가한다.

브루스 클링너 맨스필드재단 선임연구위원은 “대사 공백이 장기화되면 한국으로서는 미국이 한국을 외교 우선순위에서 두지 않는다는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한국석좌 역시 “트럼프 행정부 출범 1년이 지나도록 한국처럼 가까운 동맹국에 보낼 대사 후보를 지명하지 않았다는 점은 분명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동맹 현대화’ 전략을 주도하는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은 이달 말 일본과 한국을 잇따라 방문하는 방안을 놓고 양국 정부와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가에서는 고위급 방한이 일정 부분 소통 공백을 보완할 수는 있겠지만, 상주 대사가 수행하는 정치·외교적 역할을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