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 ‘타이베이101 드론 영상’ 논란…거리 생중계 화면 재가공 의혹

2025년 12월 31일 오후 2:37
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이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 '중국군호(中國軍號)'에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중공은 무인기(드론)으로 타이베이101 빌딩을 촬영했다고 주장했으나 화면 구도나 촬영 위치로 볼 때 대만의 관광용 CCTV 영상을 가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 중국군호 웨이보 영상 캡처/연합중국 공산당 인민해방군이 소셜미디어 웨이보 공식 계정 '중국군호(中國軍號)'에 공개한 영상의 한 장면. 중공은 무인기(드론)으로 타이베이101 빌딩을 촬영했다고 주장했으나 화면 구도나 촬영 위치로 볼 때 대만의 관광용 CCTV 영상을 가공한 것으로 추정됐다. | 중국군호 웨이보 영상 캡처/연합

대만, 중공 인지전에 ‘자국민 검열’ 대신 ‘투명한 검증’으로 대응
불안 여론 신속히 잠재워…’사드 사태’로 인지전 겪은 한국에도 교훈

중국군이 대만 포위 군사훈련과 함께 공개한 ‘타이베이 상공 촬영 영상’을 둘러싸고, 영상의 실제 출처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무인기가 대만 핵심 지역을 근접 촬영했다고 주장했지만, 대만과 중국어권 온라인 공간에서는 해당 영상이 “드론 촬영물이 아니라 공개된 감시카메라 영상이나 거리 생중계 영상일 가능성이 크다”는 반박이 잇따르고 있다.

중국 공산당(중공) 인민해방군 동부전구는 지난 29일 대만을 겨냥한 대규모 군사훈련 ‘정의사명-2025’를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이튿날에는 대만 주변 해역과 공역 5곳에서 실탄 사격 훈련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중공 관영 매체와 인민해방군 공식 계정들은 훈련 소식을 전하며 도심 고층 빌딩과 상공을 비행하는 항공기가 함께 담긴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타이베이를 내려다본 장면’이라는 설명이 붙었고, 화면 속 건물은 대만의 상징적 초고층 빌딩인 타이베이 101로 지목됐다.

영상이 공개되자마자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와 대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진위 논쟁이 시작됐다. 일부 이용자들은 “해당 영상이 실제 무인기 촬영이 아니라 AI로 가공됐거나, 대만에 설치된 고정형 감시카메라 화면이나 관광용 생중계 화면을 전용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특히 영상의 시야 각도와 흔들림, 해상도 등이 군용 무인기의 비행 영상과는 다르다는 점이 지적됐다.

논란은 곧 특정 영상 출처로 좁혀졌다. 대만 관광청이 운영하는 ‘타이베이 여행 라이브 캠’ 유튜브 채널에 송출되는 비산옌(碧山巖) 인근 4K 실시간 영상과 화면 구도가 유사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이 주장이 여러 대만 매체를 통해 전해지자, 중국과 대만의 네티즌들이 해당 유튜브 라이브 방송에 대거 몰려들어 댓글을 남기는 이른바 ‘성지순례’ 현상까지 나타났다.

댓글에는 “여기가 중국 무인기 채널이라더라”, “남의 라이브 영상을 가져다 군사 영상으로 포장했다”, “각도를 보면 드론 촬영은 아닌 듯하다”는 조롱과 반박이 이어졌다. 공개 초기 대만 사회에 공포를 확산시킬 것으로 여겨졌던 영상이, 오히려 네티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한 셈이다.

전문가들의 분석도 잇따랐다. 대만 인공지능 연구기관 설립자인 두이진(杜奕瑾)은 “공개된 영상이 실제 군사 정찰 영상이 아니라 인공지능(AI) 처리 또는 기존 영상의 재가공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군사 전문 커뮤니티에서도 “전투 상황을 상정한 영상치고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중공 측 발표에 의문을 제기했다.

대만 국방부는 무인기 침투에 성공했다는 중공의 주장 자체를 부인하며, 이번 영상 공개를 “전형적인 인지전·심리전의 일환”으로 규정했다. 국방부는 훈련 기간 동안 중국발 논란성 정보가 다수 유포됐으며, 그 상당수가 군에 대한 불신 조성, 무력 통일 공포 확산, 에너지·항만 봉쇄 과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고 밝혔다.

중공 관영 매체와 일부 외국 매체들은 이번 대만 포위 군사훈련이 중공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대만을 즉각 봉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전했지만, 실제로는 항로 조정과 예방적 조치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이 대만 측 설명이다.

이와 함께 중국이 ‘실전 훈련 장면’이라며 공개한 일부 영상과 사진에서도 기본적인 군사 상식과 어긋나는 장면이 포착되면서 신뢰성 논란은 더욱 커졌다.

대만 국방부는 중국 측이 공개한 함정 근접 대치 장면과 병력 활동 사진을 분석한 결과, 일부 영상 속 인원들이 전투복이 아닌 평상복 또는 비전투 복장을 착용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실탄 사격과 전투 상황을 가정한 훈련이라면 보기 어려운 장면이라는 설명이다.

국방부는 또 AI 기반 영상 분석 시스템을 활용해 해당 자료들을 판독한 결과, 실제 작전 환경이나 교전 상황과 부합하지 않는 요소가 다수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는 훈련 장면을 사실보다 과장하거나 기존 자료를 재가공해 위협 이미지를 극대화하려는 시도일 가능성이 있다”며, 앞서 제기된 ‘타이베이 101 촬영 영상’의 출처 논란과 마찬가지로 이번 군사훈련 관련 공개 자료 전반이 인지전 목적의 연출물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군사적 열세’에도 인지전 경험 풍부한 대만…군·정부·민간 역할분담

한편 이번 사건은 중국 공산당(중공)의 인지전을 장기간 고강도로 겪어온 대만 사회의 대응 탄력성을 보여준 사례라는 평가도 나온다.

대만은 정부가 침묵하거나 관련 정보를 통제·검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신속한 검증과 공개적 반박으로 대응했다. 군과 정부뿐 아니라 언론과 민간 전문가들이 역할을 분담해 사실 여부를 설명하고 영상과 주장 속 허점을 짚어냈으며, 그 결과 여론의 불안을 진정시키고 공포 확산을 차단했다.

이러한 대응 방식은 인지전 대응 경험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한국 사회에도 참고할 만한 사례로 거론된다.

인지전은 군사적 위협 그 자체보다 상대국의 인식과 여론을 흔드는 데 초점을 둔다. 2016년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결정으로 촉발된 이른바 ‘사드 사태’는 중공이 한국을 상대로 전개한 인지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인지전’ 개념 희박한 한국…사드 사태 때 사회적 합의에 어려움

중공의 사드 대응은 한국 사회의 여론 조작과 인식 전환에 집중됐다. 중공 관영 매체와 학자, 외교부, 온라인 여론은 “사드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겨냥한 것”, “한국이 미·중 갈등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는 동일한 메시지를 거의 동시에 발산했고, 일부 국내 언론은 중공 사회의 특수성이나 인지전에 대한 경계 없이 이를 그대로 전했다.

이와 맞물려 한국 사회 내부에서는 이러한 논조를 변형·내면화한 담론, 즉 “사드 때문에 경제가 무너진다”, “한국이 미국의 대리인이 됐다”, “안보적 선택이라지만 실익은 없다”는 주장들이 일부 인사의 발언과 온라인 게시물·댓글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보복 위협을 가한 쪽은 중공이었지만, 여론의 초점은 전쟁 위험을 키운 주체가 오히려 한국이라는 인식으로 이동했다. 이는 한국 사회 내부의 합의를 저해하고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키는 인지전의 전형적 방식이었으나, 당시 한국 사회는 이를 조직적인 인지전으로 인식하지 못한 채 외교 갈등이나 경제 보복 등 개별 사안으로 이해하고 대응하는 데 그쳤다. 대만의 인지전 대응 경험이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