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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노란봉투법 가이드라인, 최악 피했지만 현장 혼란 우려”

2025년 12월 26일 오후 4:44
노란봉투법 관련 고용노동부 차관 발언 듣는 CEO들 | 연합뉴스노란봉투법 관련 고용노동부 차관 발언 듣는 CEO들 | 연합뉴스

정부 ‘구조적 통제’ 기준 제시했지만 사용자성 판단 모호성 지적

정부가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에 대한 해석 가이드라인을 내놓자 재계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는 평가와 함께, 여전히 기준이 모호해 산업현장 혼란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26일 고용노동부는 개정 노조법 시행을 앞두고 원청의 사용자성 판단 기준 등을 담은 해석 지침(안)을 행정예고했다.

핵심은 원청이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구조적으로 통제’하는지 여부를 사용자 개념의 중심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구조적 통제의 예시로는 ▲인력운용 ▲근로시간 ▲작업방식 ▲노동안전 ▲임금·수당 등이 제시됐다.

재계는 그동안 노란봉투법 시행 시 원청의 사용자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돼 하청 노사 분쟁까지 모두 떠안을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지적해 왔다. 이번 지침에서 구조적 통제를 핵심 기준으로 제시한 것을 두고, 사용자 범위가 무한히 넓어지는 상황은 어느 정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또 공장 증설, 해외 투자, 인수·합병(M&A), 분할·양도·매각 등 경영상 결정 자체는 단체교섭 대상이 아니며, 이 과정에서 정리해고나 구조조정 등 근로조건의 구체적 변동이 수반될 경우에만 교섭 대상이 된다고 본 점도 현장의 불안을 일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사용자 판단 기준이 여전히 모호해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계약 미준수 시 도급·위수탁 계약 해지 가능 여부’를 구조적 통제의 예시로 든 점을 두고, 일반적인 계약 불이행에 따른 해지까지 사용자성 판단 근거로 오해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노동안전 분야 역시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른 원청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 이행만으로 사용자성이 인정되는 것으로 확대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업종에서는 부담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장 합병이나 셧다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인력 이동과 구조조정, 배치전환이 단체교섭 대상이 될 경우 기업의 경영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편 노동계는 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 온 원청의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지침이 법 개정 취지와 최근 판례를 반영한 해석 기준이라며, 행정예고 기간 동안 노사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 책임 범위를 넓히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과도한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번 가이드라인은 아직 확정 전인 만큼, 향후 보완 과정과 실제 적용을 둘러싸고 사용자성 판단과 교섭 범위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