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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핵추진 잠수함 협력 ‘별도 협정’ 추진 합의

2025년 12월 24일 오후 3:54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미국·캐나다·일본 방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24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미국·캐나다·일본 방문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위성락, 미 실무단 내년 초 방한…저농축 우라늄 구상

한국과 미국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협력을 위해 양국 간 별도의 협정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미국 실무 대표단이 내년 초 한국을 방문해 본격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24일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에서 최근 미국·캐나다·일본을 순방한 결과를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위 실장은 미국 방문 중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겸 국가안보보좌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 등과 만나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전했다.

위 실장은 “미국 원자력법에 따르면 군용 핵물질 이전은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으나, 별도 조항이 있을 경우 대통령 권한으로 예외를 허용할 수 있다”며 “한미 간 별도의 협정을 통해 면제 또는 예외 적용의 근거를 마련하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고 말했다. 호주가 미국과 유사한 협정을 통해 예외를 인정받은 사례도 참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의에서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위 실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강조한 핵 비확산 의지를 미국 측에 전달했으며, 불안정한 세계 우라늄 시장 상황 속에서 이 사안이 양국의 전략적 협력이 필요한 문제라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건조를 구상 중인 핵추진 잠수함에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고농축 우라늄 사용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양국은 내년 초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미 측 실무 대표단이 방한해, 조인트 팩트시트에 포함된 안보 사안별로 구체적인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 내년 중반이나 하반기에는 고위급 회담을 통해 협의 이행 상황과 성과를 점검하며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위 실장은 또 뉴욕에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을 만나 한반도 평화와 안정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대북 대화 재개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아직 구체적인 진전은 없지만, 계기가 있을 때마다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한미연합훈련 조정 문제는 이번 방미에서 깊이 논의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캐나다 방문과 관련해서는, 위 실장이 ‘캐나다 초계 잠수함 프로젝트(CPSP)’ 사업 수주를 염두에 두고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적극 홍보했다고 밝혔다. CPSP는 캐나다 해군이 노후 잠수함을 대체하기 위해 최대 12척 규모의 재래식(디젤) 잠수함을 도입하는 대형 사업으로, 사업 규모는 최대 약 6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을 비롯해 여러 국가가 경쟁에 나선 가운데, 위 실장은 한국의 잠수함 건조 기술력과 가격·납기 경쟁력, 안정적인 후속 군수지원 능력 등을 강조하며 협력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논의는 핵추진 잠수함이 아닌 재래식 잠수함 수출 협력 차원으로, 한미 간 핵잠 협의와는 별도로 진행됐다.

일본에서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과 만나 셔틀외교 지속과 안정적 한일관계, 한반도 평화와 역내 정세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로 한미는 핵추진 잠수함 협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과 함께,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를 포괄하는 별도 협의 틀을 구축하고 단계적으로 논의를 진전시켜 나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