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美 대법원, 공화당에 유리한 텍사스주 선거구 조정 “합법” 판결

2025년 12월 06일 오전 8:58
2025년 8월 20일 오스틴의 텍사스주 의사당에서 공화당 소속 맷 모건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새로 제안된 텍사스 연방 하원 선거구 지도를 들고 있다. │ Sergio Flores/Reuters/연합2025년 8월 20일 오스틴의 텍사스주 의사당에서 공화당 소속 맷 모건 텍사스주 하원의원이 새로 제안된 텍사스 연방 하원 선거구 지도를 들고 있다. │ Sergio Flores/Reuters/연합

미국 대법원은 12월 4일(이하 현지시간) 늦게 텍사스의 연방 하원 의석에서 공화당 몫을 늘릴 것으로 예상되는 조정된 선거구 획정을 유지하라고 판결했다.

‘라틴아메리카계 미국 시민 연맹 대 애벗’ 사건에서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레나 케이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대법원은 이같이 결정했다.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은 이 명령에 동의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클래런스 토머스와 닐 고서치 대법관이 이 동의 의견에 참여했다.

11월 21일, 텍사스주가 올해 초 통과된 선거구 지도를 무효화한 연방 지방법원 판결에 항소하자 대법원은 몇 시간 만에 조치를 취했다. 텍사스의 긴급 항소를 담당하는 앨리토 대법관이 집행정지 명령을 내려 하급 법원 판결을 중단시킨 것이다. 연방 투표권법에 따라 텍사스주는 연방항소법원을 거치지 않고 대법원에 직접 항소할 수 있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민주당에 대해 아슬아슬한 과반수를 유지하고 있으며, 텍사스 공화당은 현재 주의 연방 하원 의석 중 25석을 차지하고 있다. 민주당은 12석을 보유하고 있다. 연방 하원 선거는 2026년 11월 3일로 예정되어 있다.

텍사스 서부지구 연방지방법원의 판사 3인의 재판부는 11월 18일 “상당한 증거가 텍사스가 2025년 선거구 지도를 인종적으로 게리맨더링했음을 보여준다”며 2대 1로 텍사스주의 선거구 조정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연방 지방법원의 제프리 V. 브라운 판사는 “원고 측이 재판에서 텍사스가 2025년 선거구를 인종적으로 게리맨더링했음을 증명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게리맨더링은 특정 정당이나 선거구에 유리하도록 선거구 경계를 조작하는 것을 말한다. 대법원은 과거 인종에 기반한 게리맨더링은 미국 헌법을 위반하지만, 당파적 이익을 위해 선거구 경계를 재조정하는 것은 합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반면, 같은 지방법원 재판부의 제리 E. 스미스 순회법원 판사는 판결에 대해 강력한 어조의 반대 의견을 제출하며 이 판결을 자신이 목격한 “가장 노골적인 사법 적극주의의 행사”라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법관 다수는 “이 사건에 대한 예비 평가에 따르면 텍사스주는 하급 법원 판결을 일시 중단시키기 위한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고 썼다.

대법원은 텍사스주가 “최소 두 가지 심각한 오류를 범했다”는 지방법원의 주장을 누르고 승소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첫째, “모호한 직접 및 정황 증거를 입법부에 불리하게 해석함으로써” 지방법원은 텍사스 주 의회가 선의로 행동했다는 법적 추정을 존중하지 않았다.

둘째, 대법원은 “원고 측이 텍사스주의 선거구 조정에 대한 대안을 제출하지 못했으므로, 지방법원은 원고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추론을 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또한 텍사스주가 “지방법원의 판결이 유지될 경우 텍사스가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강력한 근거”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지방법원은 하급 연방법원이 선거 직전에 선거 규칙을 변경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판시한 ‘공화당 전국위원회 대 민주당 전국위원회'(2020) 대법원 판결을 “위반”했다.

대법원 다수는 “지방법원은 진행 중인 예비선거 캠페인에 개입해 많은 혼란을 야기하고 선거 관리에서 지켜야 할 연방-주 간 균형을 무너뜨렸다”고 짚었다.

판결문은 피고들이 대법원에 항소할 경우 이번 대법원의 판결이 항소 기간 내내 유효하다고 명시했다.

앨리토 대법관은 자신의 의견서에서 “텍사스는 어떤 선거구 지도가 2026년 중간선거를 규율할 것인지에 대한 확실성이 필요하다”며 동의한다고 썼다.

그는 “지방법원이 우리 판례법에 명확히 제시된 올바른 법적 기준을 적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카간 대법관은 소토마이어, 잭슨 대법관과 함께 강력한 반대의견을 냈다. 그녀는 “9일간의 심리와 수천 건의 증거를 검토한 끝에 지방법원은 160쪽 분량의 상세한 의견을 통해 텍사스주의 새 선거구 지도를 무효화했다”며 “텍사스주는 공화당에 유리한 하원 선거구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을 대부분 인종 기준으로 분류했으며, 이는 수정헌법 14조와 1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그녀는 이어 “그러나 대법원은 연휴 주말 동안 서류 기록만 훑어보고 이 판결을 뒤집었다. 오늘 대법원의 판결은 모든 노력을 다한 지방법원의 작업을 무시하는 처사이며, 인종 때문에 새 선거구에 배정된 수백만 텍사스 주민들에게도 심각한 불이익을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그녀는 또, 과거 공화당 전국위원회 대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건에서 인정된 ‘선거 직전 급박성’은 이번 사안에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 사건에서는 금지명령 뒤 불과 5일 만에 선거가 있었지만, 텍사스는 본선거까지 11개월, 예비선거까지도 5개월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번 대법원의 다수 의견은 대법원이 해야 할 역할을 망각했다”며 “아무런 정당한 이유 없이 수많은 텍사스 시민을 인종을 이유로 특정 선거구에 배정하는 결과를 낳았다. 대법원이 오랜 기간 일관되게 밝혀 왔듯이, 그것은 명백한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